하늘은 누구에게나 천복(天福)⸱천운(天運)⸱천명(天命)⸱천시(天時)를 주었다. 이를 잘 쓰면 현자로 대접받게 되고 못하면 우자(愚者)로 천대받게 되며 자기에게 저런 덕이 있는 것을 모른 채 일생을 마치기도 한다. 천복⸱천운⸱천명은 천품(天稟) 곧 타고난 기품(氣稟)이고, 천시는 본인이 살펴서 써야 할 몫이다. 천시에 맞지 않을 때 움직이면 천복⸱천운⸱천명은 한낱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게 되지만 천시에 맞게 움직이면 만사형통. 모든 일이 뜻과 같이 잘되어 나간다.

윤석열은 자기에게 주어진 천복⸱천운⸱천명을 모범적으로 쓴 사람이다. 그가 검사일 때 박근혜 탄핵이 터진 것은 천복이라 할 수 있고, 그가 검찰총장일 때 조국 사태가 불거진 것은 천운이라 할 수 있고, 그가 뜻밖에 보수 정당에 몸담은 것은 천명이라 하겠다. 그래서 천하사를 도모하여 대통령이 됐다.

링컨은 “강물 한가운데서 말을 갈아타지 말라” 했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이였으니 병법에 능할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우익의 뼈대인 의사와 전쟁을 벌였다. 선거 기간에는 새롭게 움직이지 않아야 하고 새로 내놓지도 말아야 하는데 움직였고 내놓았고 대패했다.

이재명이가 자기 방탄을 노려 나라를 헤집고 있다. 자기를 수사한 검사를 탄핵하고, 법원을 겁박하고, 장관을 탄핵하고, 방통위장을 탄핵하고, 감사원장을 탄핵했다. 법률까지 입맛대로 만들고 고쳤다. 이에 일부 지지자가 그 지나침에 고개를 돌리자 집회를 못 이어 갈 형편이 됐고 선거법 집행유예까지 받아 이재명은 해가 지던 때였다. 윤석열에게는 천시였던 것이다. 고요히 스스로 지켜서 천시에 따르면 될 것을 비상계엄을 내리고 움직였다. 만인이 입을 모아 묻고 있다. “왜 그때 그랬을까?”

각자무치(角者無齒)라 했다. 하늘은 뿔을 준 동물에겐 이빨을 주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주지 않음으로써 하늘은 스스로 공정한 존재인 것이다. 윤석열은 천복⸱천운⸱천명을 품부(稟賦)하여 받은 대로 잘 썼으나 천시를 살피는 데는 부족하고 소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