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연방제 통일은 2400만 북한인민을 적으로 돌리는 것 “좌파 궤변가들이 입만 열면 뭐라고 말합니까? 입으로는 ‘통일, 통일’하면서 막상 흡수통일엔 반대를 하죠. 아니, 우리가 흡수통일 말고 무슨 통일을 말할 수 있죠? 북한이 가난해서 통일이 안 된다고요? 옆집에 가난한 사람이 오면 내가 망합니까? 통일비용 때문에 통일하면 안 된다는 것은 좌파의 궤변이에요.

생각해 봅시다. 북한에 도로 놓는 게 통일비용입니까? 경제의 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본) 투자이죠. 통일 후 북한 땅에 대한 SOC 투자는 바로 여러분의 일자리로 돌아오는 겁니다. 그동안 우리 땅에 아스팔트 도로를 쫙 깔았는데 그것 때문에 여러분 생활에 지장 받은 적 있습니까?

통일비용이 아니라 여러분의 미래 일자리이고 통일기회입니다. 그것을 궤변가들이 통일비용이라면서 겁을 주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퍼주자고 만 주장하죠. 이런 사람들이 지금 대한민국에 너무 많습니다.(이춘근 박사. 2011년 12월20일 ‘21세기 청년아카데미’ 강연 중)”

이른바 통일비용론은 부풀려진 거품이다. 가장 큰 원인은 ‘햇볕정책’에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햇볕정책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 온 이들은 북한정권 붕괴가 재앙이라며 대북지원을 역설해왔다. 그들도 내심 金氏왕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모른다. 그러나 金朝가 무너져 버리면 한국에 부담이 될 것이니 돈을 줘서라도 지탱은 시켜야 한다고 우겨왔다. 햇볕정책은 전형적인 對北포퓰리즘으로서 한국인의 이기심에 호소하며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해간다. 통합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발언을 들어보자.

“최근 현 정부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와 핵의 역할, 이런 문제를 가지고 북한이 곧붕괴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사실 우리가 아는 것보다는 북한에 대한 전문가들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또 그분들은 대개 우리 정부의 의견을 존중하고 거기에서 소스를 얻고 있기 때문에 북한붕괴론을 상당히 믿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독일 통일에서 우리가 보았듯이 과연 북한이 붕괴했을 때 우리도 살 수 있겠는가? 함께 망한다. 그래서 교류협력을 통해서 북한을 어느 수준에 올려놓을 것이 필요하다 라고 했지만 아직도 이 정부는 북한의 붕괴론을 강하게 믿고 미국도 그렇게 설득하고 있다는 것을 저는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밝혀 둡니다.(2010년 2월2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2년 평가와 제언’ 발언)”

<쉽게 말해 통일은 ‘깃발’의 통일이다.>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통일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朴의원 주장처럼 북한을 어느 수준에 올려놓으면 어떻게 북한과 통일을 할 수 있는가? M&A는 상대방 회사가 망해야 가능한 법이다!

60년 남북한 분단은 이념의 분단, 체제의 분단이었다.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북한은 인민민주주의와 사회주의로 갈라진 것이다. 통일 역시 이념의 통일, 체제의 통일이다. 남한식이건 북한식이건 하나가 되는 것이 통일이다.

쉽게 말하면 통일은 ‘깃발’의 통일이다. 동서독 통일은 무언가?　동독 깃발이 사라지고 서독 깃발 아래 독일이 통합됐다. 베트남 통일은 남월남 깃발이 사라지고 북월맹 깃발 아래 베트남이 통합됐다. 남북한 통일도 다르지 않다. 태극기 아래 통합이 되던지 人共旗(인공기) 아래 통합이 되던지 둘 중 하나다. 태극기가 사라지던지 인공기가 사라지던지 선택할 문제다.

철없는 이들은 푸른 색 한반도 깃발 아래 통일을 말한다. 그러면 통일된 나라의 체제는 어떤 것인가? 자유민주주의인가? 인민민주주의인가? 시장경제인가? 사회주의인가?

더 쉽게 말해보자. 한반도 깃발로 통일된 이후엔 남한에서 ‘自由選擧(자유선거)’가 실시되듯 북한에도 자유선거가 실시될 것인가? 자유선거가 실시되면 지금의 북한정권, 金氏왕조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게 아닌가? 2400만 북한인민 눈이 열려 민주화된다면 리비아 카다피처럼, 이집드 무바라크처럼, 세상의 모든 독재정권이 그러하듯 쫓겨날 것 아닌가?

어떤 독재보다 더 끔찍한 金氏왕조는 더 혹독히 정죄될 것이다. 90년대 중·후반 배급표를 받지 못해 죽어간 300만 아사자의 가족과 친인척, 정치범수용소에서 죽어간 100여 만 명의 가족과 친인척. 북한인민 누구 하나 곱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金氏왕조 혹은 金氏가 아니라 그 유지를 받드는 다른 어떤 정권이 나와도 다르지 않다. 자유선거는 북한민주화이고, 북한민주화는 金氏왕조의 축출을 뜻한다. 金氏왕조와 한반도 깃발 아래 이뤄진 통일은 북한민주화 이후 金氏왕조와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바벨탑이요 모래성이다. 연합제건 연방제건, 한국정부와 북한정권이 대등하게 합의해서 하자는 통일, 2400만 북한인민을 적으로 돌리는 통일은 그래서 통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