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가 되면 치유 가능한 균열이 발생하겠지만 밀양이 되면 부산은 루비콘 강을 건너 3당 합당 이전의 완전한 '야도(野都)'로 돌아갈 것이다. 23일이 될지 24일이 될지 모르겠다. 신공항 결판의 날을 기다리는 부산사람들은 지금 피가 마른다. 답답한 마음에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믿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전 "부산시민들이 원하는 신공항, 반드시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부산사람들은 박 대통령의 약속과 대한민국의 상식을 믿는다.

가덕도와 밀양, 더 이상의 경쟁은 무의미하다. 이해관계가 없고, 양심을 가진 공항전문가에게 대한민국 제2의 허브공항을 어디에 지어야 할 것인지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가덕도라고 답한다. 그것은 상식에 기반한다. 접근성을 따진다면 인천공항은 인천이 아니라 여주나 청주나 충주에 지었어야 한다. 대한민국 허브공항을 영종도 갯벌을 메워 지은 데는 이유가 있다. 여기에 토를 달고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상식을 무너뜨리는 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부산사람들은 믿는다. 다만 부산사람들이 피가 마르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혹여 잘못된 결정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와 여권, 정책결정권자에게 마지막으로 호소하고 싶은 게 있다. 만에 하나 밀양공항을 강행하겠다면 그것은 오판이고, 그 오판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첫째, 밀양공항은 성공할 수 없다. 밀양공항은 내륙공항인 김해공항을 더 내륙 쪽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산으로 둘러싸인 그곳에 TK 주장대로 산봉우리 4개만 깎아 공항을 짓는다면 김해공항보다 더 불안한 공항이 될 것은 뻔하다. 대형 항공기 취항이 불가능하고, 24시간 운영도 되지 않는 공항을 왜 수조 원을 들여 새로 지어야 하는지 부산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공항은 이미 김해에 있기 때문이다.

부산사람들이 김해공항을 쪼개거나 없애는 것을 용인해 줄 리도 만무하다. 신공항 논의는 미어터지고 불안한 김해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부산사람들의 한이 맺힌 '가덕도'다. 그런데 TK사람들이 자기들 편하게 이용하자고 김해공항을 힘으로 뺏어 밀양으로 가져간다면 이를 두고 보겠는가? 격렬히 저항할 것이다. 당장 불복 선언에 이어 김해공항 사수와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투쟁이 시작될 것이고, 법적 대응과 함께 청문회 요구도 이어질 것이다. 신공항은 다시 모든 선거의 최대 이슈이자 공약으로 등장해 권력이 바뀌면 재검토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여의치 않으면 독자적인 민자 공항 건설이 추진돼 10년 후가 되든 20년 후가 되든 부산사람들은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옮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밀양공항은 무안·울진·양양공항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정부는 과연 밀양공항을 제대로 건설하고 안착시킬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보수의 대분열을 불러올 수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1990년 3당 합당 이후 PK와 TK는 대한민국 보수의 양대 축이었다.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두 축이 손을 잡지 않았다면 탄생하지 못했다. 보수세력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밀양 결정 순간에 30년 보수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진다는 점이다. 부산 민심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서울에 앉아서는 모른다. '밀양 실패'는 TK에 적지 않은 '아쉬움'을 주겠지만 '가덕도 실패'는 부산사람들에게 '화인'처럼 새겨질 것이다. 뺏어오지 못한 것과 뺏긴 것의 차이 때문이다. 그래서 가덕도가 되면 치유 가능한 균열이 발생하겠지만 밀양이 되면 부산은 루비콘 강을 건너 3당 합당 이전의 완전한 '야도'로 돌아갈 것이다. PK와 TK의 분열은 지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까지 확장될 수밖에 없다. 수십 년간 보수의 집권이 쉽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보수세력을 자처한다면 이 파탄을 막을 필요가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그들에게 묻고 싶다. 밀양공항을 성공시키지도 못하고 보수 대분열만 초래할 치명적인 '자충수'를 둘 것인지? 아무리 권력 실세라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신공항은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 시도가 있다면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이를 막아 낼 책무가 있다.

요즘 여권은 위기다. 이를 돌파할 최상의 카드는 '가덕도'다. 박 대통령은 원칙과 약속을 지킨 대통령으로 박수를 받을 것이다. 양보의 미덕을 발휘한 TK와 '친박'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TK와 PK에는 상생의 기운이 넘쳐날 것이다.

부산사람들은 박 대통령의 약속을 믿는다. '부산시민이 원하는 신공항'은 밀양공항이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