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 9월, 일본의 가난한 어촌마을 주민들이 한밤중 총동원돼 69명의 터키인 조난자를 살려냈다. 95년 후 터키는 215명의 일본인을 위해 특별항공기를 제공한다.
1985년 3월17일, 이란·이라크 전쟁이 격화되면서 이라크
의 후세인은 이런 선포를 하게 된다.

'지금부터 48시간 이후로 영공을 비행하는 모든 비행기
는 격추시키겠다. 어느 나라 항공기든, 민간 항공기 여부
도 일체 가리지 않고 무조건 격추시키겠다.'

그러자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메흐라바드 공항에는 탈출
을 위해 밀려드는 외국인들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란
에 거주하던 일본인 기업가 등과 그 가족들 또한 공항으
로 향했다. 그러나 이미 모든 항공편은 만석이 되고, 빈
자리는 전혀 없었다. 세계 각국은 특별 항공기를 파견하
여 자국 국민들을 태운 상태에서 탈출을 위해 속속 활주
로를 날아올랐다.

그런데 당시 일본 정부의 대응은 한발 늦었다. 시간은 계
속 경과하는데도, 215명의 일본인들은 여전히 현지 공항
에 남겨져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에 빠졌다. 일본의 경우,
자위대 소속 수송기 등 항공기는 해외파견 불가원칙에 묶
여 자국민 구출을 위한 파견 자체가 불가능했고, 일본항
공 등은 '이란 영공의 안전이 100% 보장되지 않는 限,
테헤란 쪽으로 임시편을 운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결국
아무런 대책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테헤란의 메흐라바드 공항에 남겨진 일본인들은 점차
위기로 내몰렸다. 시간이 계속 흘러갈수록 공항내 일본인
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급기야 거의 체념을 하게 된
순간, 갑자기 특별 항공기 두 편이 급하게 공항에 도착
했다. 그리고, 위험에 빠진 일본 민간인 215명 전원을
태우고 급히 활주로를 날아올랐다. 이라크의 무차별
격추 발효 시점으로부터 불과 한 시간 15분 전이었다.
안도한 일본인들을 태운 비행기 두 대는 일본을 향해
비행했다.

특별 항공기 두 편을 급파해준 곳은 터키였다. 그리고,
그때 당시 일본 정부나 일본 언론들은 도대체 터키가
왜 일본을 위해 이런 조치를 해주었는지 금방 이해하
지 못했다.

터키의 특별기는, 이란과 터키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
문에 육로를 통해 대피하는 것이 가능한 자국민(터키인)
보다 우선하여 일본인 구출을 위해 파견되었다. 이로 인
해, 비행기 탑승을 기대하던 터키인들 수백 명은 오히려
자동차를 이용해 육로로 탈출하는 불편함을 겪게 되었지
만, 이 일로 터키 정부를 향해 불만을 표시한 터키인은
없었다.

터키가 일본을 위해 특별기를 파견해준 이유에 대해 당시
터키 정부 외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에르톨루號의 은혜를 갚은 것뿐입니다.'

1890년 터키 황제는 일본과의 친선교류를 위해 친서를 지
참한 파샤 중령 등 사절단을 파견했다. 사절단 및 해군 승
조원을 포함한 총 650명을 태운 터키 군함 에르톨루號는
6월에 일본 요코하마에 도착하여 일본 천황을 접견하고
몇 달 후, 터키를 향해 출항했는데, 9월16일, 태풍으로 조
난하여 581명이 희생되었다.

에르톨루號가 조난을 당하게 된 그날은 저녁 무렵부터
태풍이 몰려왔다. 맹렬한 바람과 거대한 파도가 사납게
몰아치면서, 밤 10시경에 와카야마(和歌山)현 구시모토
(串本) 해안의 등대지기는, 폭풍으로 인한 거센 파도들
이 해안가 바위 절벽을 거침없이 때리는 가운데, 바다
쪽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난 것을 감지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거대한 폭풍으로 인해 全長 76 미터의
거대한 터키 목재 군함이 조난당하여 통제력을 잃고 선
체가 기울어져 가고 있는 것이 멀리 어렴풋이 보였다.
해당 해역은 평소에도 '魔의 소용돌이' 해역으로서 곳
곳에 암초가 도사린 위험 해역이었다. 군함은 암초를
들이받아 거의 두 동강 난 상태였다. 엔진룸에 물이 들
어가면서 큰 폭발을 일으켰던 것인데, 이 때 폭발음이
등대까지 들린 것이다.

군함에 타고 있던 터키인들은 바다로 뛰어내렸지만, 거
대하고 사나운 파도에 이내 휩쓸려 사라져 갔고, 일부는
휩쓸리면서 바위 암초에 그대로 부딪쳐 목숨을 잃는 비
참한 상황들이 전개되었다. 파도에 휩쓸리는 가운데 운
좋게 터키인 몇 명이 해안으로 떠밀려 왔고, 등대의 불
빛을 보고 사력을 다해 다가왔다.

얼굴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옷은 전부 찢겨져 너덜너
덜했다. 온 몸은 상처 투성이였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
았지만, 등대지기는 '만국 신호音'을 통해 이들이 터키인
이며, 조난당한 선박이 터키 군함인 것을 알아낸다. 그리
고, 아직 수 많은 터키인들이 바다에 더 있다는 것을 알
아낸다. 등대지기는 터키인을 응급처치하자마자 구조
인력을 동원하기 위해 급히 마을로 달렸다.

마을은 전부 50채 정도의 집이 있었다. 선박 조난 소식을
들은 마을 남자들은 총출동하여 해안으로 내달렸다. 해
안에는 온갖 나무 널판지 선박 파편과 함께 많은 조난자
사체가 떠밀려 온 상태였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조국에
서 멀리 떨어진 낯선 일본에 와서 이렇게 죽어가다니..'
라는 생각을 하며 마을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

마을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숨이 붙어있는
것 같아 급히 안아 보면 이미 체온이 싸늘한 상태였다.
마을 남자들은 옷을 전부 벗어 알몸이 된 상태에서, 희미
하게 숨이 붙어있는 조난자를 발견하면 껴안고 체온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제발 살아다오'

동이 틀 때까지 지속된 마을 사람들의 이러한 노력으로
죽을 고비에서 기적적으로 기력을 되찾는 조난자가 차
례차례 생겨났다. 이렇게 해서, 모두 69명이 구조되었다.
구조된 터키인들은 마을의 절(寺)과 초등학교에 수용되
었다. 마을은, 잡은 물고기를 내다 팔아서 쌀 등을 구입
해 근근이 생활해나가는 어촌이었다. 기껏해야, 각 가정
에서 닭을 키우고, 비상식량 약간 분량을 비축하고 있는
형편들이었다. 이런 마을이 69명의 조난자를 수용한 것
이다.

이렇게 비록 경제적으로 여유는 없었지만, 마을 사람들
은 태어나 처음보는 이들 생면부지의 외국인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애를 썼다. 우선, 비상용으로 비축해 놓았던
비상식량이 바닥 나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자
당장 먹을 식량까지 바닥 나게 되었다. 태풍으로 인해
바다에 나가지 못하면서 고기를 못잡게 된 것도 상황을
어렵게 했다.

'이제 어떻하나? 이들에게 더이상 해줄 것이 없는데…'

그 때 마을의 부인 한 명이 말했다.

'닭이 남아 있어요'

'하지만 그 닭마저 먹어버리면 그 다음은 어떻게…'

'그 다음은 하늘이 도와 주실 것으로 믿어요'

마을 여인들은 그렇게 해서, 닭들을 차례차례 요리하
여 터키인들에게 제공했다. 이러한 마을 사람들의 정
성에 터키인들은 부상 등에서 점차 기운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주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희생된 터키인들을 해안가에서 정중하
게 수습하여 장사를 지냈다.

이러한 일들은 곧 와카야마(和歌山)현 知事에게 알려
졌고 이내 明治천황에까지 보고되었다. 천황은 즉시
의료진과 간호사 등을 파견해 조난자들을 정중하게
돌보았고, 기운을 완전히 회복한 터키인들 전원은,
일본 軍艦 '곤고(金鋼)'와, '히에이(比叡)' 두 척에
나누어 승선하여 터키로 안전하게 귀국했다. 당시
이 일은 일본 전역에 알려지게 되었고, 전국으로부
터 성금으로 弔慰金이 답지했다. 그리고 이 弔慰金
은 터키의 유족들에게 전달되었다.

前주일 터키 대사 '내지아티 우트칸'씨는, 1985년 테
헤란의 공항에 고립된 일본인들을 위한 터키 특별기
파견 件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1890년 에르톨루號 조난 사고 때, 해안가 마을 사람
등 일본인들이 베풀어준 헌신적 구호활동에 대해, 지
금도 터키인들은 이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초등
학교 역사시간에 이 내용을 배웠습니다. 우리 터키인
들은 지금도 아이들까지 에르톨루號 이야기를 잘 알
고 있는데, 오히려 지금의 일본인들은 이 이야기를 모
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특별 항공기 두 대가 테
헤란으로 급히 날아간 것은, 그때 일본인들이 베풀어
준 것에 대한 보은 차원이었습니다.'

https://youtu.be/AcmGvXJ_MZ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