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수교국의 합법적 행사에 대해, 대사관저에서 하면 봐주고, 호텔에서 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는 지구상에서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일본대사관이 12일 자위대 창설기념
행사를 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인데, 일부 단체 등이 '서울
한복판에서 연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일본은 최근에도 안
보법 개정으로 집단 자위권 행사를 통해 한반도 재침략
가능성을 감추지 않고 있는데도 국방부 관료를 보내어
같이 행사를 진행한다고 하는 부분이 우려스럽다'고도
주장했다. 보도에 의하면 이들 반발 단체는, '평화와 통
일을 여는 사람들',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등이다.

이들 단체의 반발은, 非상식적이며 모순적이다. 우선, 정
식 수교국의 합법적 행사를 못하도록 막겠다는 발상 자체
가 비상식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주로 내세우는 반
발 이유(명분)다. 이들의 가장 큰 반발 이유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행사가 개최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
기('한복판 불가')에 동조하는 일반 한국인들 또한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일본 자위대 창설기념 행사는 이전부터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계속 개최되어 왔다. 최근 몇 년만 봐도,
2012년(장소: 그랜드 하얏트 호텔), 2013년(롯데호텔),
2014년(일본대사관저), 2015년(일본대사관저), 꼬박꼬박
서울 시내 한복판이다. 2014년의 경우 원래는 장소가 롯데
호텔이었는데, 이에 반발하는 일부 한국인들의 호텔 폭파
위협 때문에, 행사가 하루 전에 대사관저로 급히 바뀌었다.
그런데 그때 대사관저로 옮겨 행사를 하는 것에는 문제 삼
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2015년의 대사관저 행사에도
이렇다 할 반발은 없었던 것 같다.

결국, 이들 단체의 반발 이유가 사실은 '서울 시내 한복판'
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장소가 '호텔'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정식 수교국의 합법적 행사에 대해, 대
사관저에서 하면 봐주고, 호텔에서 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는 지구 상에서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다른 문제는 형평성이다. 일본 자위대는 1954년에 창설되
었다. 일제시대와도 아무 상관도 없고, 창설 이후 한국을
향해 총 한 방 쏴 본 적도 없다. 반면, 중국이라는 나라의
인민해방군은 1927년에 창설되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1950년대에 한반도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 이런 중국 인민해방군 창설 기념행사는
서울 한복판 호텔에서 성대하게 개최하는 상태다. 굳이,
외국대사관의 '서울 한복판 호텔에서의 행사'를 문제 삼
으려면 이러한 중국 쪽 행사를 더욱 문제 삼아야 정상
아닌가?

상호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일본에 있는 한국 대사관은
3·1절, 광복절 등 기념행사를 마음놓고 하고 있는데, 한국
에 있는 일본 대사관은 자신들의 기념행사를 제대로 못하
는 상황이라면 이는 상호주의에 크게 위배된다.

'한복판'(사실상, '호텔에서는 안된다')을 구실(핑계)로 반
발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억지에 해당한다. 차라리, '일
본 행사는 일체 한국 내에서는 허락할 수 없다. 일본과 단교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비상식적일지는 몰라도 모순된 점
은 없을 것이다. 지금 같은 '한복판'式 논리는, 비상식적일
뿐 아니라, 매우 모순적이고 치졸하다. 사실상 反日性 억지
와 생떼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상하게도, 심지어 김대중, 노무
현 같은 좌파 정권에서조차 없었던 비상식적인 일들(일본
정부 및 민간 차원의 한국內 각종 행사 노골적 방해)이 눈
에 띄는 것 같다. 反日의 감정이 세월의 경과와 함께 자연
스럽게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이유에서인지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듯하다.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과도하게 올인하느라, '안
보' 및 '외교' 분야에 이어, 이렇게 '국민교양' 분야에까지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밖에 볼 수 없다. 어느 나라든, 국가
리더들이 깊이 있는 思考를 못하고, 경솔하게 행동하면,
그 나라는 총체적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