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은 가슴팍에 그려진 일장기(日章旗)를 우승으로 받은 월계수 묘목으로 가렸다.>고 어떤 신문에서 시상대의 장면을 소개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진짜 그랬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사진으로 봐서는 그게 아닌 듯하다. 우리 언론들은 불필요한 거짓말을 태연히 쓰니 믿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를 문제 삼으려는 게 아니라 중요한 것은 일장기를 가렸거나 말거나 당시 한국(대한제국)이라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없었다. 나라가 없는데 국기가 있을 턱이 있나? 그런데 없던 나라 국기를 이제 와서 만들어 붙이는 노력이 눈물겹다.
손기정 기념재단에서 가슴에 태극기를 단 동상을 제작하여 독일 현지에 세우기 위해 7년째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동상은 이미 7년 전에 만들어 현재 독일 대사관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재단이 베를린 올림픽 주 경기장 ‘승리자의 벽’에 기록된 손 선수의 국적이 일본으로 되어 있다며 이를 한국으로 바꿔줄 것을 종용했으나 IOC와 독일 측이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며 국적 변경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단에서 별도의 태극기를 단 동상을 제작하여 베를린 올림픽 주경기장에 설치하려고 요구했지만 독일 측은 경기장이 문화재이고 다른 종목 우승자와의 형평성을 들어 역시 거부했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지만 억지와 우기는데 익숙해진 한국인들이 해외에서도 통하리라 여겼던가 보다. 독일 측에서 대신 박물관 실내 설치를 제시하는 배려를 보였으나 이번에는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라는 이유로 재단 측에서 거부했다. 그리고 7년을 겉돌다 지금 제3의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는데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엄연한 역사왜곡이다. 우길 일이 아니다. 사실을 사실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정신병이다.
지금 국제 환경이 심상치 않다. 시진핑의 '대국굴기(大国崛起)' 정책으로 지금 세계 안보에 불안한 기류가 돌고 있다. 미국의 대선 분위기도 동맹국에 대한 대우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앞날이 점점 불투명해져 가고 있는 엄중한 상황 앞에서 우리는 지금 단합하지 못하고 衆口難防으로 떠들어 대고 있다. 우리가 조금 살만해졌다고 만용을 부리지만 국제질서의 큰 움직임 앞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자칫하면 손기정 가슴의 태극기가 문제 아니라 현재 있는 태극기의 안위마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결코 지나친 생각이 아님을 강조하고자 한다.
북한에서는 지금 3대에 걸쳐 한반도 赤化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일성은 나이 50대 후반이던 1960년대 후반에 인민군 부대를 방문하여 '내 환갑잔치를 서울에서 하자'(송종환 전 파키스탄 대사)고 말하고 다녔으며, 그 아들 김정일은 김대중과의 6·15선언에서 서울 답방을 명기하였으나 합의 이행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측근에게 '나는 남한 점령군 사령관으로 가겠다. 1천만 명은 이민 갈 것이고, 2천만 명은 숙청될 것이며, 남는 2천만 명과 북한 2천만 명으로 공산주의 국가 건설하면 될 것이다' (2008년 1월 7일 재향군인회,'대통령인수위 보고서')라고 공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북한은 우리와 공존할 수 없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관계다. 그 3대의 젊은 악마가 제 아비나 할애비보다 더 악랄함을 보이며 서울 입성을 노리고 있다. 이에 대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가?
오른쪽은 원판 사진이며, 좌측은 동아일보에서 일장기를 지운 사진(사진출처: 동아일보)
독일 베를린 주재 한국대사관 경내의 고 손기정 선생 동상.
2006년 서양화가인 강형구 당시 손기정기념재단 이사장과 조각가 박철찬 씨가 손 선생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7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 오른쪽 가슴에 태극기(실선)가 새겨져 있다. / 주독 한국문화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