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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문화일보 논설위원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파견된 북한 최룡해를 일부 외신이 바이스 프레지던트(부통령)라 부르고 있다. 지난 6월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신설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영어로 ‘vice president’라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북한의 사실상 최고 권력기관인 노동당의 직책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으나, 최룡해의 공식 국가 직책은 국무위 부위원장이다. 만약 이번 영어 표기가 북한의 공식 입장이라면, 김정은은 프레지던트가 된다. 그리고 황병서, 최룡해, 박봉주 3명의 바이스 프레지던트가 존재하게 된다. 물론 아시아 한자권에서의 국가 프레지던트에 대한 번역은 다양하다. 한국은 대통령, 중국은 주석, 대만은 총통이다.

또 일부 외신이 최룡해를 가리켜 북한의 2인자란 표현을 쓰고 있다. 최룡해는 노동당 비서국을 개편한 정무국의 부위원장이다. 그것도 위원장 김정은에 이어 9명의 부위원장 가운데 서열 1위다. 그리고 정치국 상임위원이다. 따라서 2인자라 해도 그리 틀린 것은 아니다. 물론 국무위 부위원장과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서열이 앞서는 황병서를 2인자로 간주한 것이 올바를지 모른다. 어쨌든 최룡해는 북한이 지금까지 올림픽에 파견한 최고위급 인사다.

최룡해가 리우까지 직접 간 것은 김정은이 목표로 내건 금메달 최소 5개 획득을 위해 북한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함이다. 또 스포츠 외교를 통한 북한의 고립 탈피도 주요 목표다. 하지만 두 목표 모두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기대했던 역도에서 부진, 목표 메달 달성이 힘들어지고 있다. 스포츠 외교는 더욱 만만찮다. 지난 7일 북한 중앙방송은 최룡해가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 등 여러 고위인사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브라질 외교부는 이를 부인했다. 아마 지난 4일 IOC 주관 만찬장에서의 조우를 부풀려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리우 현지의 세계 정상급 인사들은 최룡해와의 만남을 꺼리고 있다. 유엔 제재 대상국인 북한과 가깝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서다. 결국 최룡해는 관광으로 소일하다 11일 돌연 귀국했다. 앞서 8일엔 리우의 명물인 예수상을 구경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사람이 다급하면 신을 찾는다고 한다. 최룡해도 예수상 앞에선 기도하고 싶은 심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최룡해는 이미 여러 차례 ‘혁명화 대상’이 됐다가 복귀된 오뚝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