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를 다니다 보면, 제일 富티나는 건물은 관공서 건물이다. 쓸 만한 건물도 헐어내고 다시 짓는다. 공무원들이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은 요즘이다. 얼마 전 일요일, 중학교 다니는 자식놈 도서관에 차로 태워주는 길에 한 달여 리모델링 공사를 끝낸 公立도서관 내부를 둘러보았다. 리모델링 공사를 하기 전에도 시설이 깨끗하고 괜찮았기 때문에 무슨 리모델링 공사가 필요했는지 궁금해서였다.

근데 화장실을 둘러보며 놀랐다. 바닥과 벽의 타일을 다 바꿔놓았기 때문이었다. 공사하기 전에도 화장실은 깨끗했고 타일도 괜찮았는데, 멀쩡한 타일을 그것도 全層화장실 타일을 다 바꾼 것을 보고 아연했다.

과거 90년대에는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공사를 자꾸 벌여 지탄(指彈)의 대상이 되더니, 그 버릇이 아직도 남았는지 멀쩡한 화장실 타일을 왜 바꾸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과거에는 예산이 남으면 그 다음 년도 예산배정에서 불리하다고 해서, 멀쩡한 보드블록을 바꾸는 공사를 벌였다더니, 요즘도 남은 예산 없애기 위해 멀쩡한 타일이라도 바꿔야 하는가?

울산지역의 모 중학교 교사로부터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의 중학교를 방문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본 학생들이 한국 방문할 때는 교문 앞에 대형 현수막을 걸어주었는데, 한국학생이 일본 방문하니까, 학교 출입문에 종이에 매직으로 환영문구를 적어 붙여 놨더라고 했다.

일본인 선생님들이 한국 왔을 때는 뷔페에 데리고 가 식사를 대접했는데, 한국 교사들이 일본 가니까, 일본인 선생님들이 각자 식비를 갹출해서 한국 손님들에게 식사대접을 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한국에서는 현수막 비용이나 일본인 교사 식대(食代)가 전부 예산에서 지원이 되는데, 일본에서는 일절 지원이 되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하는 하절기 냉방이나 동절기 난방도 일본 학교 교실에서는 안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우리가 일본보다 잘사는 나라인가? 우리가 일본보다 잘 살아서 여름에 에어컨 틀어주고, 겨울에 히터 틀어주고, 자매결연 맺은 학교 학생 오면 세금으로 현수막 걸어주고, 선생님들은 뷔페로 모셔가 세금으로 식사대접 해주는가?

요즘 시내를 다니다 보면, 제일 富티나는 건물은 단연 관공서 건물이다. 시청, 구청은 말할 것도 없고 세무서, 수도사업소, 경찰서, 동사무소 등등 모든 관공서 건물이 그 주변에서 제일 좋은 건물이다. 아직 쓸 만한 건물도 헐어내고 다시 짓는다. 아주 현대식으로 비싸 보이게…

우리가 세금 너무 많이 내는 것 아닌가? 나라에서 국민에게 세금 너무 많이 걷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멀쩡한 보도블록, 화장실 타일 다 바꾸고,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에서도 안해주는 온갖 경비 국민 세금으로 다 내어주고, 한 학기 보고 버리는 교과서는 광택지로 만든 초호화판 교과서에, 사흘이 멀다하고 새로 짓고 있는 각종 초호화판 관공서 청사들…거기다 해마다 수조 원씩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공무원 연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무 세금을 많이 내니까, 공무원들이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은 요즘이다. 우리 세금 너무 많이 내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