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의 출처는 문화일보 입니다.

황성준 문화일보 논설위원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한반도 정세의 ‘게임체인저’로 대두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4일 SLBM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빠르면 연말까지 SLBM을 실전 배치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만약 북한이 핵탄두를 650㎏ 이하로 소형화하는 데 성공, SLBM에 장착한다면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아직은 재래식 폭탄 500㎏을 날릴 수 있는 정도로, 그 파괴력은 지하 콘크리트 벙커 1개를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SLBM을 장착할 수 있는 북한 잠수함은 발사관 1개만 있는 신포급(2000t) 1척뿐이다. 그러나 핵 장착 SLBM에 대한 북한의 집착은 남다르며, 그 개발 속도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또 김정은이 SLBM 발사관을 2∼3개 갖춘 3000t급 잠수함을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2018년 9월 9일까지 건조하라고 지시했으며, 심지어 핵 잠수함 개발을 시작했다는 소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앞으로 2년 정도가 핵 SLBM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그런데 잠수함의 정박→출항→SLBM 발사 등 3단계별로 추적·감시해 육·해·공 미사일 전력으로 타격·방어한다는 내용의 ‘수중 킬체인(Kill Chain)’은 2020년대 중반에나 완성될 예정이다. 이 계획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물론, 그 공백을 메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23년부터 건조되는 신형 이지스함에 ‘바다의 사드(THAAD)’로 불리는 SM-3 탄도탄요격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인데, 시간 관계상 기존 이지스함의 성능개량사업을 통해 SM-3를 장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고 해상 초계기를 늘리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이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 수역 정보를 상호 공유하는 등 한·미 대잠(對潛) 협력 강화를 논의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나왔다. 미 해군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수집한 북한 수중 환경 정보는 한국 해군의 대잠 작전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이 같은 한·미 공조를 강화함은 물론, 일본과도 협력해야 한다. 동해는 냉전 시기 구소련 잠수함과 미 잠수함의 주요 통로였다. 지금도 많은 잠수함이 지나고 있으며, 이에 일본은 고도의 대잠 능력을 발전시켜 왔다. 일본은 이미 SM-3 장착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엔 해상 초계기 P-3가 16대밖에 없는데, 일본은 80여 대를 운용하고 있음은 물론 신형인 P-1으로 교체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제 잠수함 음문(音紋)을 가장 많이 확보한 국가가 일본이며, 미국도 이 분야에선 일본의 도움을 받고 있다. 잠수함 탐지는 소나(sonar) 발사 음파가 목표물에 반사돼 돌아온 음향을 통해 이뤄지는데, 문제는 잠수함의 음문을 알아야 그것으로 잠수함 여부와 종류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도 북한의 SLBM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또 미국도 일본의 도움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미 해군도 동해에서의 대잠 작전에선 일본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기에, 기술적·전술적 측면에서 일본을 뺀 한·미 대잠 협력엔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한·미·일 대잠 공조체제 구축, 더 미룰 수 없다.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았다.

sjh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