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적으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몫이다. 오랜 경험과 실수를 통해 단련된 감각이 최고경영자에게는 절대 필요하다.
일본의 어느 노인 어부가 한 말중에 “실수를 해본 적이 없는 선원이 제일 위험하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지식 중에는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즉 오직 경험과 실수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지식이 있는데, 실수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 경험을 통한 지식(暗黙知, tacit knowledge)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일 위험하다는 것이다.

경영 현장에서도 이 경험을 통해 누적된 감각이 절대 필요하다. 재벌 2세, 3세들이 말단 사원으로 입사하여 영업·생산·경리·자재관리 등 실무부서를 두루 경험하게 하는 것도 그러한 경험축적을 통해 감각을 단련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마치 서술기억은 知能이 좌우하지만, 절차기억은 量이 좌우한다는 이론처럼…지식은 머리만 좋으면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고 필요하면 빌릴수도 있지만, 누적된 경험을 통해 예리해져야 하는 감각은 단기간에 습득이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이나, 모두 10년 전에는 잘나가던 세계적인 우량회사가 갑자기 집에서 살림하던 여자들이 경영을 맡으면서 졸지에 亡兆가 들어버렸다. 최은영 회장의 시장예측능력의 부족이 오늘의 한진해운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본인 스스로도 집에서 살림하다 와서 경영에 대해 잘 몰랐다고 말했다고 하니 속된 말로 기가 찰 노릇이다.

부족한 지식이야 부장, 이사, 상무, 전무한테 물어보면 일시 모면은 된다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몫이다. 오랜 경험과 실수를 통해 단련된 감각이 최고경영자에게는 절대 필요하다.

집에서 밥하다가 죽은 아버지, 남편 대신 경영을 맡아 갑자기 경영의 神으로 부상하는 女子 이야기는 시드니 셀던의 소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지, 현실에서 그런 例는 없다. 태평양을 건너 본 선장과 연근해만 돌아다닌 선장은 배를 모는 감각부터가 다르다.

한국 재벌의 병폐로 문어발 경영과 족벌경영을 드는데, 그 족벌경영의 가장 나쁜 例를 보여준 게 이번 한진해운, 현대상선 사태가 아닌가 싶다. 능력도 없는 2세, 3세에게 경영을 맡겨 세계적인 회사로 더 클 수도 있었을 회사를 졸딱 망하게 하는 족벌경영은 이제 그만하자.

남편 죽었다고, 집에서 살림하던 경영 경험도 없는 사모님이 왠 회장님? 회은영, 현정은 이 두 사람이 앉았던 그 자리에, 만약 능력있는 전문경영인을 앉혔더라면 지금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이 MAERSK나 MSC보다 더 큰 세계 제1의 해운회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대만도 EVER GREEN이란 세계4위의 해운회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해운강국이던 한국이 하루아침에 어쩌다 이 지경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