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진정한 민주화는 가망없는 신기루요, '성공한 민주화'는 '5·18 독재'의 다른 말일 뿐이다. 1979년 12월12일의 군사변란 중에 崔圭夏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는 申鉉碻 국무총리이다. 그는 1995년 12월 검찰 신문(참고인)에서 아래와 같이 답하였다.

―진술인은 鄭昇和 계엄사령관이 연행된 사실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1979년 12월12일 19시 제가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를 대통령과 상의하기 위해 총리 공관으로 혼자 갔는데, 全斗煥 장군이 崔대통령에게 보고 중이어서 약 1시간 정도 기다린 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당시 崔대통령이 「조금 전에 全斗煥 장군이 다녀갔는데, 10·26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혐의로 鄭昇和 계엄사령관을 연행해 조사하겠다면서 裁可해 달라하기에 국방부 장관 결재 없이는 裁可할 수 없으니 절차를 밟아 오라고 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30~40분 정도 지난 다음 누구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가 외부로부터 연락받아 鄭총장이 연행되었다는 보고를 해 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崔대통령이 끝내 裁可하지 않자, 장군들이 崔대통령을 권총 등으로 협박한 사실은 없는가요.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

―그러면 崔대통령이 어떻게 재가했나요.
『盧載鉉 장관이 이미 결재하여 가져온 재가서류 내용을 대략 검토하신 후 일자와 시간을 기입하고 사인을 했습니다.』

[이상 (申鉉碻 총리가 지켜본 12·12 때의 崔圭夏 대통령 / 조갑제) 인용]

추인(追認)의 법률적 해석은 "일단 행하여진 불완전한 법률 행위를 뒤에 보충하여 완전하게 하는 일방적 의사 표시"다. 최규하 대통령이 판단하기에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이 가져온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체포하여 조사하겠다는 서류(품의서)가 국방부 장관의 결재가 없으므로 불완전한 서류로 판단하고 1차 돌려 보냈다. 추후 국방부 장관이 결재를 하고 직접 이 서류를 들고 오자 결재를 했다. 이것이 바로 추인(追認)이다. 이로서 합수부가 대통령의 사전 재가없이 실행한 정 총장 연행은 최종 승인권자인 대통령의 추인으로 소급하여 법률적 효력이 부여된 것이다. 대통령이 적법하게 행사한 결재를 훗날 법원이 이를 부인하거나 뒤집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12.12 법정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전두환 등의 강압에 의한 결재로 간주했다. 한마디로 '멋대로 판결'이다.

최규하 대통령이 나중에라도 결재를 한 것은 정 총장 연행이 절차상 문제는 있었지만 그 행위 자체가 잘못되었거나 또는 반란이나 쿠데타로 보지는 않은 것이다. 날자와 시간을 기입했다는 것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두려 하는 듯한데 이는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지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결재한 사항은 대통령이 최종 책임을 진다는 뜻으로, 사전 결재든 사후 결재(추인)든 효력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책임질 일이 있다면 대통령이 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최종 결재권에 따르는 책임인 것이다. 12·12 재판은 엉터리다. 5·18 재판도 엉터리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의 민주화는 사실상 전두환의 단임 실천으로 마무리 된 셈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한 민주화'는 다른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5·18특별법 제정 이후 이전에 실형을 산 반국가 인사들에 대한 재심으로 무죄 선고와 아울러 막대한 배(보)상금 지급이 이뤄지고 이들이 실권을 거머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가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정권을 놓치면 다시 독재로 규정한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을 아울러 '이명박근혜 독재'라고 하는 것이다. 이 땅에 진정한 민주화는 가망없는 신기루요, '성공한 민주화'는 '5·18 독재'의 다른 말일 뿐이다. 국민들은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