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해 왔던 한 국민의 한탄




아녀자 둘이서 國政을 농단(壟斷)했다. 기가 막힐 일이다. 일찍이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자신이 무시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보라도 알아챈다. 국민들은 지금 무시 당한 바보 심정이다. 물론 여기서 말한 국민은 그녀를 찍어준 사람들이다. 그녀를 찍지 않고 평소 미워하던 사람들이야 깨소금 맛일 게다. 여기서 왜 농담 같은 말이 튀어 나오는 것인가?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다.

'배신' 이야기

朴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애기 중에는 '배신'이란 단어가 주요 이슈로 등장한다. 그 중에 핵심은 역시 전두환 정권이 아버지 박정희 정권을 폄훼하고 자신들을 억압했다는 것이다. 아버지에게 큰 은덕을 입은 전두환이 감히 그럴 수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정치 경제적 배경과 의견을 다 쓴다는 것은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전두환은 유자녀들이 살 집을 마련해 주었고, 장녀에게 육영재단 이사장(1982년 취임) 자리를 배려하여 생계대책과 방법을 세워줬다. 객관적으로 볼 때 이는 '외로울 때 힘이 되어준' 크나큰 배려였다. 무엇을 더 바랐던 것인가? 만약 당시 전두환이 아닌 김영삼이 대통령 되었더라면 박정희에게 '낮에는 근엄한 모습으로, 밤이면 어린 여자를 옆구리에 끼고 풍악을 울리며 양주를 들이키는 이중인격자'로 낙인 찍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유자녀 삼 남매를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 과연 만족할 대접을 해 줬을 것 같은가?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배신과 은혜를 같이 겪는다. 박근혜는 배신보다는 은혜를 더 많이 입은 사람이다. 대통령 된 것 자체가 큰 은혜인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는 이러한 국민들이 베푼 은혜에 배신을 했다. 세상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큰 배신이다.

천사의 위로, 악마의 속삭임

나는 최태민 순실 부녀와 수십 년 인연을 끊지 못한 박 대통령의 처신을 이해 하지 못하겠다고 쓴 바 있다. 최태민은 알려진 대로 자신의 이름을 일곱 번이나 바꿔야 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부인이 여섯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사기꾼이 아니면 있기 어려운 여러 행적을 보인 사람이다. 사기꾼은 악마의 범주에 속한다. 악마는 남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최태민이 "육 여사가 꿈에 나타나 ‘내 딸 근혜가 우매해 아무것도 모르니 가서 그녀를 도우라고 했다’"며 접근했다는 얘기, 박근혜가 솔깃하여 무당의 주술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스피싱에 걸린 시골할머니가 은행에 가서 현금을 찾아 부뚜막에 올려놨다는 얘기처럼... 아 이 무슨 망신인가!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니!

악마는 악마라는 머리띠를 두르고 다가오지 않는다. 천사도 마찬가지다. 이를 알아채는 것은 인간의 이성이다. 이성은 경험과 독서와 사색으로 얻어진다. 박근혜라는 사람이 이를 구분치 못할 우매한 사람이라고 어찌 누가 알았으랴? 이제 와서 보니 우매할 뿐만 아니라 곧잘 남을 속이기도 했다. 여기서 최태민과의 관계가 끈끈했던 이유가 드러나는 듯하다. '類類相從'

마음이 평온하고 사심이 없는 사람은 악마의 접근을 본능적으로 두려워 하고 피하게 된다. 마음속에 탐욕이 가득한 자는 악마의 접근을 쉽게 받아 들인다. 우리는 최태민이 박근혜에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을 '졸지에 어머니를 흉탄에 여의고 외로운 처지'에서만 이유를 찾았고 전혀 다른 데 있을 수 있음을 착안하지 못했다. 아주 앙큼하고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우리는 흔히 결혼도 하지 않고 특별히 챙길 가족도 없으니 탐욕 따위와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인식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결혼한 여자'라는 우국충정(憂國衷情)으로 똘똘 뭉친 사람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다. 내가 그랬다. 아, 그러나 그 속을 누가 알랴! 나는 이제 믿지 않는다. 아니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한 강연에서 "권력 의지밖에 없는 사람"을 언급했다. 나는 유 의원의 정치적 처신을 무척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지만 이러한 단편적인 말 중에서 박근혜에 대한 실체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게 된다. 전여옥이 박근혜에게서 떠난 데 대해 이상하게 여기긴 했으나 그 이유를 좀 더 냉정히 들여다 보지 못했음을 뉘우친다.

"나도 속고 국민들 모두 속았습니다"

[덧붙임]
어떤 이들은 '그래도 문재인이 대통령 된 것 보다는 낫지 않았느냐?'고 합니다. 이는 새벽기도를 다녀오던 사람이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오 하느님! 그래도 목숨을 남겨주셨습니다!'는 말과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받아 들이기도 어려운 말입니다. '그래도 힘을 합쳐야 하지 않느냐?' 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이미 상하여 풀어진 밀가루 반죽은 아무리 뭉쳐도 뭉쳐지지 않습니다. 나는 그녀가 물러났으면 좋겠습니다. 마침 황교안이란 믿음직한 사내가 있습니다. 그에게도 기회를 한번 만들어 봄이 괜찮을 듯 싶군요. 朴은 이제 감당하기 어려운 화근입니다. 인간적으로는 너무 냉혹하게 들릴 지 모르겠으나 결단을 내려야 할 때 결단을 내리지 못함으로 더 큰 화를 입는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밀알'이나마 되길 바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