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관계에서는 이름을 일곱 개나 가진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최태민 생전에 자주 만났었다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전기영 목사가 오늘(3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민, 최순실 부녀의 주술에 홀렸다"는 주장을 했다는 보도다. 알려진 바대로 박정희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 생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최태민의 비리를 조사하여 보고를 했고, 박정희는 이 보고에 대해 딸(박근혜)에게 직접 물어본 바 딸은 이를 결단코 부정했다. 박정희는 정보부 조사도 무시할 수 없고 딸의 말도 무시할 수 없어 결국 최태민을 직접 불러 따졌다. 그러나 옳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 듯하다. 옳고 그름에 대해 단호한 성품의 박정희가 딸의 문제만큼은 단호하지 못했던 것 같다. 불의에 어머니를 잃은 삼 남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판단력과 결단력에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대통령이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서거 이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딘가 氣가 빠진 듯하고, 이전 같으면 보이지 않을 흐트러진 분위기가 감돌았음을 회고한다. 딸의 잘못된 판단에 단호하지 못했던 태도도 이와 맥락을 같이할 수 있는 부분으로 여겨진다. 결국 그 때 단호하게 척결하지 못한 화근이 40여 년이 흐른 지금 그 후유증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예전에 '박근혜와 최태민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었음을 기억한다. 전기영 목사의 증언에 의하면 최태민이 "박근혜와 나는 영적 세계의 부부"라 했다니 소문이 얼토당토 않은 유언비어가 아니라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7개의 이름, 여러 명의 부인, 다양한 직업, 승려이자 목사….1977년 중앙정보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최태민이 저지른 횡령, 사기, 이권 개입 등 권력형 범죄만 44건에 여성 관련 추문들도 12건이나 된다. 이 보고서에는 "형식상 (새마음봉사단의)모든 업무는 박근혜가 관장했으나 실질적으로 비공식 고문 격인 최태민이 전권을 위임 받아 행정부, 정계, 경제계, 언론계 등 각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러면 감옥에 보내든지 책임을 물었겠죠. 말도 많고 모함도 많았지만 증거가 없잖아요?"라는 말로 일축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영애라는 사실에 대한민국 모든 공권력과 국민 정서가 자신의 감정을 보호해 주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하다.

2002년 4월호 월간조선「직격 인터뷰 - 朴槿惠의 非타협적 권력의지」를 보면 기자가 최태민과의 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 들자 <'底意(저의)가 뭐예요'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최태민에 대한 보고서를 낸 김재규에 대해서는 아버지를 살해하기 이전부터 굉장히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슴과 최태민을 '그 양반'이라 호칭한 대목이 나온다. 최태민에 대한 변호에 상당히 적극적임은 물론 그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적개심 같은 것을 드러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두환을 증오하는 것도 이와 관련된 게 아닌가 싶다.

무려 40여 년이다. 국가 정보기관에서 조사를 하고, 아버지가 친국을 하고. 전두환 합수부에서까지 조사가 이뤄진 사실에 대해 아랑곳 하지 않고 40년이 넘도록 절대적 신뢰를 보내고 그 딸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 정치 길잡이 삼는다는 것은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못 믿을 사람이라는 사람을 오직 혼자만 믿고 있은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할 당시(2007년) 한나라당 국민검증청문회에서 한 검증위원이 최태민에 대해 "이름이 7개 정도, 결혼은 6번 정도 했다고 한다"며 그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묻자, 박근혜는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과거 일생을 검토해서 만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사람을 만날 때(교류할 때)는 그의 과거 행적을 주요 참고사항으로 삼는다. 아무래도 정상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국민들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를 어쩌면 죽을 때까지 이해 못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