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 없었다]
이번 시위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폭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쇠파이프와 죽창이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국민들의) 분노가 없었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꼭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죽창으로 찔러대야 분노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것은 폭력이다. 폭력이 분노 표출의 한 행태일 수는 있으나 다른 목적이 있다면 공갈협박이나 음모다. 좌익이나 불순분자들이 저지르는 이러한 범법 행위에는 이를 진압하기 위해 공권력이 살수차나 경우에 따라서는 더한 장비나 무기를 동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포함한 일반 국민들이 피켓 들고 벌이는 행진 앞에서는 그 무엇으로도 대적할 수가 없다. 이것을 분노가 아니라 보는 이들은 생각이 짧은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비폭력 저항이다. 참가자들 중에 일부 불순한 자들이 과격하게 나오는 듯하자 즉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군중들은 자신들을 이용한 좌익이나 불순분자들의 준동도 허락하지 않았다.

[박근혜는 박정희 정치를 거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의 업적을 수혜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마음 속에서는 아버지를 거부하고 있었다. 자신의 권력을 추구한 것이다. 위안부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와 反日 사상에서 이를 읽을 수가 있다. 아버지가 일본 육사를 나오고 일본을 활용하면서 일부 親日로 오해 받는 부분에 대해 부담스러워 한 건지도 모르겠다. 또한 아버지에게서 國政철학을 전수 받았던 원로들에게 널리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 시대는 달라지지만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 구현(具現)'이란 정치철학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언론이 '9인회'라며 박 대통령의 자문원로그룹을 소개한 적이 있다. 실제 공식적으로 존재하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고견을 들었어야 했다. 들을 말이 없으면 식사라도 같이 하면 된다. 이러한 모습에서 국민들에게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안정감을 줄 수가 있다. 그런데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심지어 자신이 임명한 비서진이나 장관으로부터의 조언도 거부했다. 이는 아버지가 하던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배치된다. 철저히 자기 방식의 권력 구축에 매달렸던 것이다.

[쓰나미論]
나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쓰나미'가 덮칠 것이라고 했다. 쓰나미는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삼킨다. 명분도 헌법도 그 무엇도 가리지 않는다. 눈치 보며 얼씬거리는 쇠파이프도 죽창도 삼키고 만다. 저 쓰나미의 표적은 박 대통령뿐 아니라 기성 정치계 전체에게 보내는 경고다. 세상에 대한 한 마디로 대변할 수 없는 깊은 원망의 표출이다. '살기가 팍팍하다, 누구는 별로 똑똑해 보이지도 않는데 나보다 돈도 잘 벌고 출세하는 듯하다. 나는 왜 이리 멍청한가? 내 팔자는 왜 이런가? 아, 살기 참 힘드네!' 누군가에 대한 쌓여진 이러한 원망의 둑을 박 대통령이 터트린 것이다.
 이 거대한 물길을 바로 잡고 원망을 해소하려면 그 이상의 충격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는 주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만 무엇을 내려놓아서 될 일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어떻게 내려 놓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이 쓰나미가 어느 방향으로 쏠릴지, 얼마나 집어삼켜야 성에 찰 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거국내각'이니 '책임총리'니 하는 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기왕에 터진 김에 끝을 보는 게 좋다. 어젯밤 쓰나미를 잠 재우고 물길을 돌릴 수 있는 한 가지 기회가 있었으나 차마 입 밖에 내 놓지는 못하겠다. 

[야당의 존재]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당장 끌어내리고 싶고 그렇다면 탄핵을 하면 될 텐데 하지 않는다. 역풍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왜 역풍을 우려하는가? 자신들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이 쓰나미가 언제 자신들을 덮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물러나지 않으려 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잘만 유지한다면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는 계산일 것이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이 상황이 너무 좋아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착각이다.
 조갑제 선생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보고 '한국에도 '침묵하는 다수'의 분노가 쌓여 대폭발을 기다린다'고 진단했다. 그렇다. 국민들은 지금 가슴이 답답하고 이를 해소할 무엇을 찾고 있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그 분노의 일각이 터진 것이다. 지금 좌익들이 쏟아내는 저주와 증오의 언어들은 국민들 가슴에 고스란히 스며들 것이다. 계산서를 받아들 때가 올 것이다.

[향후 전망]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최근 '7공화국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는 보도다. 좋은 생각이다. 이전의 혼란과 무질서의 해방공간과 결별하자는 제3공화국의 탄생과, 1인 장기집권으로 인한 폐해 확산과 답답함으로부터의 탈피를 위한 제5공화국 탄생이 있었다면 민주화란 가면을 쓰고 해방 정국으로 회귀한 듯한 지금의 극도로 문란한 정국과 결별해야 할 새로운 공화국이 필요하다. 방법이 문제다. 지금 가장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국회(사실상 좌익)에게 실권을 넘겨주는 방안'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더 큰 분노를 잉태하게 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국민들의 '國會 無用論' 목소리가 컸음을 벌써 잊은 것은 아니리라. 박 대통령은 어차피 중도하차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바꿀 새로운 문제를 던지고 내려와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애국보수층에서도 정권을 좌익에게 넘길 수 없다면서 대책없이 이대로 좌익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 황교안 총리로 안 된다면 문재인 총리는 어떠한가? 1년이면 발가벗길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여담]
 '전라도 95% 경상도 85%'. 각종 투표나 여론조사시 이와 비슷한 숫자가 자주 나타난다. 시발은 '전라도 95%'였다. 이에 대응하여 '경상도 85%'가 나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김대중의 노선에 전라도는 95% 지지를 보냈고, 이에 경상도는 85%의 반대로 대응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현상이 사회 여러 이슈로 번지면서 고착화 되는 듯했다. 그런데 이번 최순실 사건을 계기로 경상도는 천하의 박정희 딸이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전라도가 김대중 아들 셋이 도적질 행진에 나설 때도, 김대중 본인이 국민들 몰래 세금을 적장의 군자금으로 빼 돌린 사실 앞에서도 미동도 하지 않은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95%와 85%를 동일시 한다면 잘못된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