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한 비판은 많았지만 요즘 같았던 적은 없었다. 특히 보수신문으로 알려졌던 C, D 신문의 좌경적(左傾的) 논조(論調)에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왜 갑자기 변했느냐는 것이다. 그 신문들이 좌경화 된 것은 10여년 전부터였다. 평범한 독자들이 눈치 채지 못했을 뿐이다.

과거에도 기자의 성향에 따라 일정 사안에 대한 기사의 색깔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사실관계가 완전히 왜곡된 기사는 드물었다. 이 정권 들어서는 잘못된 기사가 너무 많아 오히려 진실하고 객관적인 기사를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이다.

언론계 원로들은 요즘 주류신문 기자 다수가 좌경적이라는 것은 알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허위, 왜곡 보도가 얼마나 많은지,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도 자세히는 모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분들은 터무니없는 기사를 작성한 사실이 없어 까마득한 후배들이 상식에 어긋나는 취재와 보도를 한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保守 말살이 목표

지금 이른바 최순실 사태를 다루는 언론의 목표는 '보수(保守) 세력' '保守의 뿌리 말살'이다. 허위, 왜곡 보도의 근본 원인이다. 이 기조(基調)를 알 수 있는 정황은 매우 많다. 여기서 거론해도 될 만한 예를 하나 든다. 보수의 선봉(先鋒)에 있다는 평가를 받아 온 C 신문사 정치부 기자가 3일 전 자신의 공개 블로그에 쓴 글이다.

<2016년은 1961년 5·16 군사반란 이후 55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박정희 권위주의를 완전히 청산하는 원년(元年)이 돼야 한다. 박정희의 육체는 1979년 10월 26일 죽었지만 그의 유령은 여태껏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력으로 민주주의를 짓밟고 헌정을 찬탈했던 그 천박한 권력지상주의는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따위의 구호로써 아직까지도 이 나라 공동체 구성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하급자의 몸과 영혼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믿는 상사들의 갑질 문화는 거기서 비롯됐다. 돈이 많으면 가난한 자들을 얼마든지 경멸하고 짓밟을 수 있다고 믿는 부자들의 천민 의식도 거기서 왔다. 나이가 많으면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을 업신여겨도 된다고 생각하는 늙은이들의 고집도 마찬가지 뿌리에서 싹텄다.

우리는 박정희의 육체가 통치한 18년(1961년~1979년)과 박정희의 유령이 지배한 37년(1979~2016) 동안, 알량한 권력과 돈으로 타인을 짓밟으며 ‘억울하면 출세해’라고 말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공동체의식에 대한 배움은 그것읜 반(半)에도 이르지 못했다. 민주정부를 무력으로 전복했던 군인 박정희가 한국사회를 통치한 가르침은 ‘힘이 곧 질서’라는 것이었다. 2016년의 광화문광장을 두고 ‘계엄령’ ‘쿠데타’ 운운하는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걸 보면, 박정희의 가르침이 얼마나 뼛속 깊이 각인됐는지 알 수 있다.

박근혜의 몰락은 처절할 것이다. 박근혜도 미국의 닉슨처럼 그나마의 명예를 지키고 물러날 길이 남아 있지만 그 시한도 오래지 않아 지나갈 것이다. 대통령 박근혜가 합헙적인 절차에 따라 탄핵돼 일반 시민이 되는 모습을 우리 모두 지켜봐야 한다. 피의자 박근혜가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고, 구속된 박근혜가 푸른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서는 모습을 우리 모두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박근혜는 헌정 사상 유례없이 무지하고 추악한 방식으로 민주공화국의 국체(國體)를 파괴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몸과 영혼을 핍박한 대죄인이다. 그 죗값을 치르게 하는 과정이 참으로 쉽지 않지만, 한국 사회를 55년 간 지배한 박정희의 영혼을 우주로 돌려보내는 천도재이자 푸닥거리라고 생각하면 참을 수 있지 않을까. 55년이면 일제 36년보다 20년이나 긴 세월이다. 아버지의 유령은 우주로, 딸의 몸은 감옥으로 보내고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朴正熙를 그토록 증오하도록 만들었을까. 그도 그렇지만 법(法)과 현실, 제도에 대한 그의 인식도 과연 최고의 대학을 졸업한 이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의 또 다른 글 중 일부를 옮겼다.

<(상략) 박근혜는 이번주 내내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어느 법이 이런 특권을 용인하는지 알 수 없어서 한 주 내내 화가 났다. 박근혜는 헌법을 유린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법치주의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박근혜는 특권 계급인가? 박근혜는 법 위에 있나? 대다수 국민들에게 그리도 가혹하게 집행되는 법이 왜 박근혜 앞에서 이리 허망하게 무력해지는지 역시 알 수 없어서 화가 났다. 누구의 딸이면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박근혜가 1952년 태어났을 때 아버지 박정희는 육군 정보국 제1과장이었다. 박정희가 대통령이었던 1962년부터 1979년까지 박근혜는 대통령 영애로 청와대에서 살았다. 박정희가 죽은 뒤 전두환으로부터 받았다는 수억 원의 돈도 국민 세금이었을 것이다. 박근혜는 1999년부터 2012년까지 14년 동안 국회의원이었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대통령이었다.

그러니까 박근혜는 평생을 국민 세금으로 먹고 산 자다. 그런 자가 대통령씩이나 되어서 한 짓이 무자격자에게 국민이 위임해준 권력을 내준 것이다. 이는 형법 제91조가 규정한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 무자격자 최순실은 국민들이 땀흘려 일하는 터전인 기업들로부터 불법 자금을 거둬들였고 공정한 경쟁의 장이 돼야 할 교육 현장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박근혜에게 최소한의 애국심이라도 있다면 정치적 책임을 지고 국민들에게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석고대죄는커녕, 청와대에 버티고 앉아 임기를 채우겠다고 한다.

박근혜를 끌어내려라. 그러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이 외에도 글쓴이가 보수 세력과 국가기관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고 느낄 만한 글들이 제법 있었다. 그는 편향적인 것은 차치하고 기자로서의 최소한의 법률 지식도 없었다. 내란(內亂)이나 외환(外患)의 죄 외에는 형사소추 될 수 없는 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것을 특권이라고 하다니. 이런 이가 정치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말고도 C 신문사에는 편향적인 기자들이 많다. 저렇듯 내놓고 ‘박정희’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기자들이 여럿 있다. “이제 당당히 선포하자 민중권력”을 외치다가 운동권 후배들에게 ‘너희들 생각하며 기사쓰겠다’고 하고 들어온 이도 있고 現 야권(野圈) 정치인과 유독 친밀하게 지내는 이도 있다. 김무성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탈이념과 실용을 추구하고 아예 ‘보수’란 표현을 쓰지 말자”고 한 것처럼 ‘보수’ 그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

그런 기자들

KBS의 경우 작년 여름 李承晩 전 대통령에 대한 날조 보도를 한 사실이 있다. 그에 앞서 KBS는 문창극(文昌克)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왜곡, 편파보도를 하기도 했다. 그 보도를 한 홍성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출신으로 KBS에 입사할 당시의 상황에 대한 오마이뉴스 측의 물음에 이렇게 답한 바 있다.

<우리(KBS)는 질문이 노골적이었다. 면접에서 '천안함'과 'PD수첩'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내 가치관을 묻기보다는 우리 편인지 다른 편인지 알아보겠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철저히 거짓말을 준비해서 갔다. 솔직히 일단은 입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지만 괴리감과 회의감이 컸다. 면접이 끝나자 언론사에서 기자를 뽑는다는 게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이명박 정권 초 광우병 난동은 MBC PD수첩의 보도로 촉발되었다. 그 방송의 악의성을 밝히려 검찰은 프로그램 제작자 김은희 씨가 지인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여러분도 기억할 것이다(아래 내용은 2009년 6월 언론이 보도한 것이다).

<김은희 작가 : 1년에 한두 번쯤 ‘필’이 꽂혀서 방송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해 삼성이 그랬고, 올해엔 광우병이 그랬어요.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도 어찌나 광적으로 일을 했던지, 아마도 총선직후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더 그랬나 봐요. 여전히 ‘이명박의 운명’에 관심이 많은 나는 날마다 촛불시위 중계며 아고라 눈팅이며 시간을 무지하게 보내고 있지요.>

김 씨는 촛불시위 현장에서 동료인 김보슬 PD와 만나 나눴던 대화내용을 그대로 지인에게 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그녀(김보슬 PD를 지칭)가 물었어요. “김여사(김은희씨를 지칭) 현장에 나와 보니 소감이 어때?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눈에 보여? 이제 만족해? ㅋㅋ”
그래서 대답했지요. “아니 만족 못해. 홍정욱(국회의원 당선자)은 못 죽였잖아. 그는 자라나는 미래의 기둥들과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위해 서둘러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무엇보다 (총선에서) 노회찬을 이겼잖아요”>

김은희 씨는 이런 내용을 지인에게 전하기도 했다.

<이번 PD수첩 아이템을 찾는 과정에서 총선결과에 대한 적개심을 풀 방법을 찾아 미친 듯이 홍○○에 대한 뒷조사를 했었다(뭐 우리가 늘 ‘표적 방송’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한편 PD수첩으로 촉발된 사태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지인에게 이렇게 전했다.

<출범 100일 된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고,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조중동의 견고한 아성에 균열을 만든, 과거 그 어느 언론도 운동세력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그 ‘대중의 힘’의 끝이 나는 못내 불안해요.>

저런 마음가짐으로 기사를 작성한다면 어떤 성격의 보도가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예를 든 이들만 그런 것일까. 필자가 보기엔 저런 성정(性情)을 가진 기자들이 많다.

高永宙 변호사의 경험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고영주(高永宙) 변호사는 2002년 고등검찰청 차장으로 재직하면서 사법시험 1·2차에 합격한 사람들을 상대로 3차 면접을 보는 자리에 참여했다.

이날 고 변호사가 사법시험 2차 합격자들에게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북한에 정통성이 있느냐”를 묻자 다수가 “유엔의 감시 하에 선거를 치렀으니 유엔이 볼 때는 정통성이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주체세력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한다”고 답하더란다.

어떤 이는 “美軍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지네들 멋대로 들어왔으니 당연히 나가야지요”라고 하였다. 이에 고 변호사가 “美軍이 철수하면 북한이 남침(南侵)할거라 생각 안 해봤느냐”고 하자 “美軍이 철수한다고 왜 북한이 남침합니까! 같은 민족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죠”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고 변호사는 사법시험 2차 합격자 10명 중 8~9명의 답변이 같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이 사법연수원 2년간 교육받으면 조금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 고 변호사는 2005년 대검 감찰부장 시절 검사임관 시험에 참여해 국가관 관련 물음을 하였으나 답변은 똑같았다고 한다. 그는 “지금 검사로 나온 사람들이 그런데 법원으로 간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들의 本心

保守진영에서는 앞 다투어 최순실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마이뉴스의 경우 이런 요지의 글을 실었다(이달 초 게재).

<영원할 것만 같았던 현직 대통령의 서슬 퍼런 권력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탄핵'과 '하야'란 여론에 밀리고 있다. 믿기지 않는다. 한 방송사의 특종 보도에 의해 불쑥 튀어나온 것 같지만, 사실 그것은 도화선이었을 뿐이다.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쌓였던 수많은 직무수행의 실패가 결국 터져 나온 것이다.

시국선언들과 시민들의 저항이 대통령의 퇴진과 더불어 이끌어 내야 할 과제가 있다. 배후에 최순실이 있었다는 것이 더 충격이라 해도, 어쨌든 대통령의 왜곡된 정책들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병행되도록 해야 한다.

학교 현장의 국정역사교과서 강행이 이제는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권력자의 부당한 역사 조작의 기획에 동조했던 집필진 등 지식인과 교육부 관료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편 '사드' 배치 문제는 어떤가. 일단 대통령의 퇴진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기지 조성 등 사드 배치를 위해 진행되고 있는 실무 역시 그대로 놔둘 일이 아니다.

이승만을 하야시켰던 4·19 혁명이 불과 1년 뒤 친일군인 박정희의 쿠데타로 인해 빛이 바랜 것을 보라. 그런데 그 독재자가 김재규에 의해 사망한 뒤 권력은 (다시 박정희 못지않은) 전두환에게 돌아가고 만다. 또, 그 뒤 전두환에 대한 강한 저항은 다시 6·10 민주항쟁을 낳았지만, 그 과실로 얻은 대통령 직선제는 결과적으로 전두환의 지원자였던 노태우같은 사람을 후임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고 말았다. '저항'으로 독재자를 몰아냈으나, 또다른 독재자가 반복해서 등장했던 역사를 보라.

까딱 잘못하다가는 본질적으로는 변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최순실, 아니 '박근혜 게이트'가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작금의 국가적 위기를 이전과는 다른 사회를 만드는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을 법도 한데, 이러다가 기존의 권력 시스템 속에 무늬만 바뀐 정치인들의 '어부지리'로 귀결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도 새로운 사회의 상을 설정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 후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경제적, 정치적 차원에서 이전과는 다른 패러다임의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이것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저항'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것 이상의 준비가 없게 되면 분노 표출의 집단적 카타르시스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기존의 독재자가 물러난 자리에 또다른 독재자가 출현했던 것과 같은 한국 현대사의 '아픈 반복'이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보았다시피 그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드 배치 등을 무산시키고 개성공단을 재가동 하는 그런 것에 이번 사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순실 씨와 관련한 사실 규명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최순실’을 도구로 ‘박근혜’를 축출, 이를 통해 보수를 밀어내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 하고 있다. 최순실이 아닌 박근혜가 잘못했다는 것을 보수 세력이 자인(自認)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이 자백을 근거로 ‘보수’를 말살하려 한다. 그들은 보수 세력을 향해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고 있었다.

그들이 만들려는 새로운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여기에 주류신문 기자들도 가세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