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체제에서 나라가 망한다면 그건 오로지 국민 책임이다.

대통령의 무지(無知)와 무능(無能)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어떤 자리인가? 청와대는 국내외의 모든 고급 정보들이 최종적으로 모이는 곳이다. 그 정보들을 일일이 서면(書面)으로 보고 받고, 일과 시간이 끝나면 못다 본 보고서들을 싸들고 관저로 가서 밤새도록 검토한다는 대통령이다. 상식적으로 그런 대통령이 무지할 수 있겠는가? 일반 국민들이 아무리 나라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안다 해도 대통령 만큼 많이 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는 것을 모두 말할 수 없는 처지라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가지고 무지하다고 여긴다면 세상을 너무 좁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다.

朴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떼던 당시의 정치권은 아버지 朴통에 반대하던 인물들과 그 세력들로 거의 채워져 있었다. 오직 국민의 지지를 기반삼아 혼자힘으로 그 거친 정치판을 헤쳐 나왔고 기어이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른 사람이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어땠는가? 통진당, 전교조, 개성공단, 철도노조, 방산비리, 국사교과서 문제 등등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과제들을 흔들림 없이 해결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무능하다고?

청와대를 제외한 모든 권력기관들이 일제히 결탁하여 집중 공격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그럼 어떻게 해야 유능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저 욕만 하고 있지 말고 좋은 대안이 있다면 제시해야 할 것 아닌가? 말이 쉽지, 확 휘어잡고 싹 정리하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지금이 어떤 시국인가? 모든 언론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 놓고 잔혹동화 판타지만 하루 종일 틀어주고 있다. 정치권은 저 살겠다고 여야 할 것 없이 대통령을 마구 짓밟고 있다. 사법기관은 대통령에게 별을 달아주기 위해 오늘도 온 나라 구석구석을 들쑤시고 있다. 좌빨들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탄핵정국의 책임을 朴 대통령 한 사람에게 돌리려는 심리는 현실도피적·외세의존적인 심리에 다름 아니다. 아마도 그런 심리의 저변에는 전례 없는 혼란과 파국적 상황에 따른 극심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다 보니 짜증이 나서 아무라도 붙잡고 욕을 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냉정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앞으로의 대책을 연구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국민의 의사를 대표해야 할 국회는 이미 제 기능을 상실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해야 할 언론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나쁜 놈들을 잡아넣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검찰은 멀쩡한 국민을 잡아다가 죄를 만들어내느라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법원과 재판소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안심이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먹고 살기 바쁜 국민들을 대신해 나라살림 하라고 뽑아 놓은 일꾼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주인인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합해서 실력인 거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나라가 망한다면 그건 오로지 국민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