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재인 민주당 전(前) 대표의 ‘분노’에 핏빛이 어린다. 그는 20일 안희정 충남지사의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 선의(善意) 발언’과 관련, “안 지사의 말에 분노(忿怒)가 담겨있지 않고 빠져있다”며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한 스튜디오에서 한 ‘주간 문재인 6탄’ 공개촬영에서 나온 말이다.

2. 문 前대표의 분노는 특이(特異·?)하다. 그의 분노는 휴전선 이북을 향하지 않는다. 김정은의 패륜적 잔혹극에 분노했던 적이 있었던가. 김정남 암살 사건 후인 19일에도 “만약 북한의 지령에 의한 정치적 암살이라면 중대한 테러범죄”라는 인색한 비판에 나섰다. 이날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용의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밝혔던 날이다. 천안함 폭침 때에도 ‘정부 발표가 맞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여론의 비판이 잇따르자 21일 김정남 사망 관련, '만약에…'라고 답변을 시작했다가 곧바로 '만약에를 빼야겠다'면서 '이제는 북한 소행이란 사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는데 이것은 인류가 용서할 수 없는 아주 야만적인 테러 행위'라고 했다.

3. 문 前대표의 분노는 섬뜩하다. 그의 분노는 문 前대표의 분노는 휴전선 이남(以南) 절반의 국민을 향한다. 촛불시위에 나와 “가짜 보수 정치세력, 이 거대한 횃불로 모두 불태워 버리자(2016년 11월19일)”고 했었다. 그는 같은 연설에서 “이명박, 박근혜, 새누리당... 진짜 보수입니까? 가짜 보수죠? 사이비 보수!”라며, “통일대박,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전부 최순실 작품이란 말입니까.”라며 불태워 버릴 보수의 개념을 구체화했다. 이명박·박근혜·새누리당을 지지하고 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 등을 옹호하는 보수는 불태워 버려야 한다는 취지로 들린다. 아마 국민의 절반은 훨씬 넘을 듯싶다.

4. 계층, 세대, 지역이 갈가리 찢어진 지금 이 나라 지도자에 필요한 덕목은 분노와 미움이 아닌 사랑과 용서, 그를 통한 통합(統合)이다. 그리고 통합을 위한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다. 분노를 외치는 문재인 대표의 얼굴에선 정치보복의 복선만이 느껴진다. 이것은 헌법과 양심이 말하는 정의가 아니다.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