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은 기자들을 향해 “너희들은 쓰레기”라고 일갈하신다. 판사들에게 “너희들 마음대로는 안된다. 입증하라”고 외치신다. 나는 아들과 불화 중이다. 아들은 내게 나의 신념이 옳다면 증명을 해보이라고 요구한다. 나는 아들에게 아비에 대한 복종을 원하고 있다. 이런 다툼에는 아내의 조정이 필요한데 아내는 연속극이 끝나고 난 후에 싸우라고 한다.

나는 아들과 대화를 하면 아들의 무식을 알게 되고 그래서 실망하게 되고 그러면 괴로워하게 되어서 언제부터인지 회피하게 되었다. 아들은 나의 내심을 알아챘는지 돌연 비분하여 자신의 독서량을 자랑한다. 아버지 세대가 읽은 책도 읽었노라고. 그러나 리영희, 브루스 커밍스, 이에이치 카 따위가 내 세대의 청춘들에게는 독극물이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나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고 셀카를 찍어 가족 카톡 방에 올렸다, 아들의 반응은 심각해서 당장 안 들어오시면 간난애를 유모차에 태워서 촛불집회에 가겠노라고 협박을 한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있으랴.

아들이 갓 돌을 지났을 때 나는 중동의 건설현장으로 떠났다. 선배들은 대한항공의 기내식보다는 외국 항공사의 그것이 더 맛있으니 귀국할 때는 외국항공사로 가라고 했었다. 세월이 지나 장성한 아들과 여행을 하려 하니 대한항공은 비싸서 못 타는 비행기가 되어있었다. 도대체 이런 변화가 누구의 덕이란 말인가?

지하철 경로석은 비어있어서 나도 엉덩이를 걸쳤을 무렵 아들이 카톡을 보내길 '무식한 노인들 틈에 섞이지 마세요'. 나는 심히 부끄러웠다. 지금은 지하철 경로석에 앉으신 나의 큰 형님 세대 덕분에 이렇게 잘살게 되었는데 내 자식에게 이 은공을 가르치지 못했구나. 부끄러운 나의 인생을 자책하는 우울한 주말이 반복되고 있다.

드디어 반전의 때가 왔다. 아들에게 김평우 변호사의 책을 읽히려고 사놓고도 전하지 못했으나 이제는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분의 문장을 내 아들이 흉내내어 쓰게 되기를 바란다. 어느 날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으로 이 광야에 와서 목 놓아 부르짖어 우리를 노예의 삶에서 깨우셨다. 백마가 아니라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셨겠지만 이 분이 아니면 어떻게 할 뻔했나?

헌법재판소가 '개판소'라고 불리는 때에 이 분은 기자들을 향해 “너희들은 쓰레기”라고 일갈하신다. '개판소' 판사들에게 “너희들 마음대로는 안된다. 입증하라”고 외치신다. 이 분을 그냥 대통령으로 모시자, 어떻게 안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