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풍요로움이나 부자인 것은 거저 된 것이 아니다. 부지런한 국민성에 더하여 시민의식과 준법 정신이 나라를 튼튼하게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절감했다. Prologue

전편에서 약속 드린 바와 같이 이번 편에서는 현재 필자가 임시로 머물고 있는 오스트리아(오지리)에 대하여 소개 드릴까 합니다. 오지리는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이시자 국부(國父) 이승만 박사의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고국으로 대한민국과도 인연을 맺고 있는 국가이기에 이 나라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도 나쁠 것은 없을 것입니다. 전편을 안 읽으신 분들은 먼저 전편을 읽으실 것을 권고 드리는 바입니다. 오지리에 대한 필자의 글 중 일부 내용은 필자의 독일어 능력이 짧아(아니 거의 없어서) 정확한 문헌이나 기사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고 필자가 그간 비엔나에 체류하면서 경험하거나 목격한 바, 그리고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관심사항을 영어로 문의하여 알아낸 사실이기 때문에 다소 부정확하거나 필자의 편견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음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유럽 지도에서 연두색 부분이 오지리다. 중부 유럽에 위치하여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로, 독일, 체코, 헝거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이태리, 스위스, 리히텐스타인 8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인구 850만 명의 오지리는 우리나라 남한 면적보다 조금 작은 83,879㎢로 기후는 대륙성 기후로 여름에 도심지역은 최고 32도 이상 올라가거나, 겨울은 영하 7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별로 없다. 국가의 상당 부분을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평지가 전 국토의 32%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산악 국가로 백두산보다도 1000미터 이상 높은 3700m가 넘는 산이 있는 등 이와 같은 지형적 조건 때문에 매년 11월 말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는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수백 개의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는 국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니(지금이 스키 타기 딱 좋은 계절로 성업 중이다) 스키가 이 나라 국민 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초등학교 이상이면 스키를 못 타는 국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인구의 구성은, 게르만계가 86%, 소수민족, 3%, 상주 외국인 11% 정도인데 상주 외국인들은 40% 정도가 구 유고슬라비아인, 독일인 15%, 터키인 13%, 기타 32%이다. 기타 외국인 32% 중에는 근래에 난민으로 밀려든 중동, 아프리카인들과 오지리에 있는 국제 기구에 근무하는 세계 각국에서 온 직원들 과 동반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정치체제는 상/하 양원제하에서 대통령과 총리(Chancellor:수상)가 공존하는 의원 내각제로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 원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종교는, 72% 정도의 국민이 가톨릭이고 6%가 개신교, 4.9%가 모슬렘, 나머지는 특별한 종교가 없다. 독일, 스위스와 더불어 독일어를 국어로 사용하고 1인당 국민 소득이 5만8000불 정도가 되는 세계에서는 열한 번째 정도의 부자 나라이며 시차(時差)는 서울이 8시간(서머 타임이 적용되는 3월 마지막 주 이후부터 하절기에는 7시간) 빠르다. 중립국임에도 EU에 가입한 이 나라의 화폐는, 다른 회원국들처럼 ‘유로’화를 사용한다.

주변에 적(敵)이 없는 영세 중립국임에도 불구하고 오지리는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모든 남성은 17세 이상이 되면 6개월간의 의무 복무 병역을 필해야 하고 지상군과 공군, 그리고 특수군 등 2만6000여 명의 현역 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바다가 없기 때문에 해군은 없지만 다뉴브 강을 통하여 쳐들어올 수 있는 적의 수군을 격퇴하기 위하여 실질적인 수군(水軍)과 초계함들을 다뉴브(도나우) 강에 배치하고 있는 점이 이색적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공군은 유로 파이터 타이픈 전투기 15대와 기타 군용기를 보유하고 있다.

수도 비엔나 인구는 180만 명 정도되고 면적은 서울의 3분의 2 정도 되는 쾌적한 도시이다. 이 나라의 주요한 도시로는 그라츠, 린츠, 잘츠부르크, 인스부르크 등이 있는데 비엔나를 제외하고는 어느 도시도 인구 30만 명을 넘는 곳이 없을 정도로 그만그만하고 아담한 도시들이다. 잘츠부르크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란 고전 명화의 배경 도시로, 인스부르크는 1964년과 1972년 두 차례에 걸쳐 열린 동계 올림픽 개최도시로 우리들 귀에도 익숙한 곳이다.

비엔나 시내 중심가와 전 국토의 상당 부분을 가로 질러서 우리들의 귀에도 익숙한 노래 속에서나 들었음직한 도나우 강(영어명:다뉴브 강)이 늘 언제나 유유히 흐른다.

유럽의 여타 국가들이 그러했듯이 오지리 역시 만고풍상과 영고성쇠(榮枯盛衰)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른 나라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하이든, 요한스트라우스, 체르니와 같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음악의 거성들을 배출하고 오늘날도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존재하는 이 나라의 역사가 우리의 깊은 관심사는 아닐 것이므로 오지리의 고대 및 중세사는 생략하고 그래도 우리에게 의문이 남는 근현대사에 대해서만 약간 소개하고 넘어갈까 한다.

익히 다 아시겠지만 만고의 역도 히틀러는 오스트리아 출신이었다. 1937년도에 총통이 되기 직전까지도 그는 여전히 오스트리아 국적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2차 세계 대전의 주축국 하면 독일, 이태리, 일본을 꼽지만 사실은 오지리도 포함된다. 독일과 별개 국가인 오지리가 주축국이 되고 오지리 인들이 독일 군복을 입고 싸운 사실을 잘 모르는 한국인이 많고 어쩌면 ‘사운드 오브 뮤직‘의 남자 주인공이 독일군 대령(사실은 오지리 군 대령 신분에서, 오지리가 독일에 병합되면서 독일군으로 신분이 전환됐다)으로 쫓기는 장면을 보면서 의아해 한 한국인도 많을 것이다.

히틀러는, 게르만족은 단일 국가를 형성해야 된다는 명분과 논리로 오스트리아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겁박하여 국경을 개방하고 통합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2차 세계대전 전 오지리는 이러한 히틀러의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오지리 나치 정당)과 반대하는 여론이 팽팽하였다. 국론 분열로 어떠한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오지리에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독일군대를 파견하겠다고 최후 통첩을 한 후에 최후 통첩 기간이 만료되기도 전에 나치 군대를 보내어 오지리를 침략하고 병합 지지 세력의 환호 속에 2차 세계대전 발발 일년 전인 1938년 3월 12일 오지리는 독일에 병합되었으며, 오지리 군인들은 독일 군복으로 갈아입고 2 차 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고 이 나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우리는 흔히 베를린만 전후 미/영/불/소 4개국에 의한 분할 점령 및 통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오스트리아 역시 4개국에 의하여 분할되어 종전 후부터 1955년 7월 27일 완전 독립을 성취할 때까지 장장 10년 동안 위 4개 전승국의 통치를 받아야 했다. 1955년도에 4개 전승국의 통치를 끝내면서 전승국들은 오스트리아에게 앞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독일과 군사적 결속이나 동맹을 맺지 않을 것을 담보하고서야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을 통하여 혹독한 대가를 치른 오지리는 이후 더 이상 국제 분쟁에 말려들지 않을 것을 국가 차원에서 스스로 결의하고 같은 해 10월 영세 중립국이 될 것임을 전 세계에 선언한 후에 이해 관계 국가들로부터 동의를 얻은 후에 영세중립국 지위를 아직까지 이어가고 있다.

독일 때문에 혹독한 대가를 치른 오지리는 오늘날 독일과는 애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지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 1위도 독일이고, 가장 싫어하는 나라 1위도 독일이라는 데서도 오지리 국민들의 착잡한 국민 정서를 읽을 수 있다. 나치에 대한 뼈저린 증오의 산물로, 오지리에서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어떤 경우, 어떤 장소에서도 나치식 인사법을 법으로 금지하며, 이를 어기고 나치식 인사법(Nazi Salute) 으로 경례를 할 경우 무조건 3년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고 있다.

같은 게르만족으로 독일어권인 스위스 역시 동일한 인사법을 금기시하고 있지만 스위스의 경우 위반시에 형사 처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광자원 이외에 세계 굴지의 큰 공장이나 기업이 없음에도 실업률이 극히 낮고 이 나라 국민들이 잘 사는 이유는, 이 나라 국민들의 근면성과 검소한 국민성, 그리고 유럽에서는 러시아, 영국, 노르웨이와 더불어 이 나라가 산유국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지리가 산유국이란 얘기를 처음 듣는 한국인들도 많을 것이다. 다른 산유국처럼 석유를 수출한다거나 전 국민이 필요한 양만큼 충분한 석유가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오지리의 남부 지역에서 자국 내 소비량의 8% 정도의 석유를 오래 전부터 캐내고 있다. 8%라고 해도 그것이 어딘가 ! 참고로 석유수출국 기구(OPEC) 사무국도 비엔나에 있다. 휘발유 가격은 현재 1리터당 1400원 정도이다.

필자가 비엔나로 잠시나마 탈출한 이유 중 하나는 종북을 추종하고 지방색으로 분열된 일부 국민들의 국민성을 개탄하며, 매번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국회의원 직은 3D 업종에 속한다고 한다. 보좌관도 없고 업무량은 많지, 세비 역시 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직 국회의원이 직접 부인과 함께 각각 자전거를 타고 차기 총선 출마 포스터를 거리의 홍보판에 붙이러 다니는 모습이나 전철에서 일반 시민 옆자리에 앉아서 출근하는 모습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임기 중 해외 공무 출장을 가려면 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것도 회기 중에는 불가하며, 부인을 대동할 경우 사비로 충당해야 하는 나라,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나서 다시 본업인 학교로 돌아가서 초등학교 아동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아니면 농부가 되어서 돼지를 사육하거나 도서관의 사서, 심지어 고궁의 안내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이 나라 선량들이 퇴임 후 살아가는 모습이다.

겉으로 보면 국가 차원에서 큰 걱정거리가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 나라도 과거 대전(大戰)의 참화로 오지리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빼앗긴 영토가 있다. 오지리 지도에서 ‘티롤’이란 곳을 볼 수 있을 것이다. 9개의 주(州)와 수도 ‘비엔나‘라는 특별시 성격의 도시로 구성된 오지리에서 ‘티롤‘은 하나의 주(州)이고 우리나라의 도청소재지 성격인 주도(州道)는 인스부르크다.

‘티롤‘ 주는 원래 동(東), 남(南), 북(北) 3개 지역으로 나뉘는 데 오지리가 1차대전 패전 후에 체결된 생제르맹 조약에 의거 3개 지역의 티롤 중 ‘남 티롤‘ 지역을 이태리에 할양하도록 명시됨에 따라 그후로 이태리 영토로 넘어갔고 이름도 이태리 식으로 개명되었으니 현재 오지리는 북.동 티롤 지역만을 영토로 하고 있다. 제주도만한 크기의 영토를 졸지에 빼앗긴 남 티롤 지역의 주민들은 90% 이상이 독일어를 사용하는 오지리 계(界) 주민이고 오지리로 환원되기를 고대하지만 이태리 정부의 줄기찬 동화 정책과 반환 반대로 두 나라간의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2차대전 패전 후에 오지리가 돌려받을 절호의 기회가 있었으나 오지리 역시 주축국의 일원이란 죄 때문에 오지리의 호소가 전승국 미/영/불/소련의 마음을 움직이지를 못했던 것 같다. 우리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이유가 무엇이든 한번 빼앗긴 영토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국가의 기틀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그 혼란스러운 시기에 독도에 무장 병력을 진주시켜 오늘날까지 우리 영토로 독도를 지켜낼 수 있도록 한 이승만 대통령의 선견지명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이 나라 국민들의 일상 생활 모습으로 파고 들어가 보고자 한다.

이 나라 국민들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결코 부유한 나라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나라 제일의 도시, 수도 비엔나에도 우리나라와 같은 대형 백화점을 찾아보기 힘들고 부자, 빈민을 불문하고 식료품은 동네 인근 슈퍼마켓에서 2~3일 분 단위로 사다 먹는다. 빈부의 차이가 그리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전체 가구의 65% 정도가 중산층이고, 50대 이상의 웬만한 중산층 가정이라면 100만 유로(12억 원) 정도의 예금을 가지고 있다. 10,000만 유로 이상을 보유한 Super Rich 국민들의 숫자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 같다.

전체 가구의 95% 정도가 개인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Second Car를 가지고 있는 가구는 극히 드물고, 업무용으로 차가 필요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중교통에 의존한다. 비엔나의 경우 9개 지하철 노선으로 전 시가를 Cover하고 그 틈새를 전차(Tram)와 굴절 버스에 의한 연계 교통체계로 변두리 동네 구석구석까지 거의 2~4 분 단위로 실어 나르기 때문에 무척이나 편리하다. 지하철 표를 소지하면 버스나 전차는 하루 종일 공짜다. 지하철 요금은, 일반 성인/학생/62세 이상 노년층/장애인 요금 등으로 세분되어 있고 승차권 종류도 1일 왕복권, 8 회 왕복권, 1개월권, 1년권 등으로 나눠져 있으며 기간이 길수록 요금이 싸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1) 편도권 개념이 아니란 점, 2) 장/단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 3) 노년층 무임권은 없다는 점(62세 이상 노년층은 경로우대 할인 승차권, 정상인 4.2 유로, 62세 이상 2.8 유로(1일권 기준) 등이다.

지속 가능한 복지 유형을 추구하는 이 나라도 노년 후의 사회보장을 위하여 가구당 총 수입의 38%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사회가 역동적이거나 활기찬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반면에 노후의 사회보장은 대단히 잘 되어 있다.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위락산업은 크게 발전하지 못하였고 위락시설도 드믈다. 같은 선진국인 미국과 비교한다면 경제적으로 미국보다 더 풍요로우나 소비에 있어서나 삶을 즐기는 방식이나 질에서는 미국인들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

다른 서양 국가와 달리 오스트리아에는 비만 인구가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육류 소비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나 그 가공품(햄, 소시지, 치즈 등)을 주식으로 한다.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흑인이 별로 많지 않지만 근래에 들어 유색인종, 특히 중동/아프리카 계 사람들이 부쩍 많이 보인다. 범죄율이 극히 낮고 꽤 많은 경찰들이 있지만 시내 중심가가 아니면 경찰관을 볼 기회도 드물고 게다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질주하는 경찰차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본다면 행운일 정도다.

사교적이지는 않지만 남의 사생활 영역을 침범하거나 참견하는 일은 없으며 밤 늦게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거나 고성방가나 싸움을 하는 주객들은 거의 볼 수 없다. 아니 술집이라고 해도 저녁 7시면 전부 문을 닫고 전 시가지가 철시를 하니 한국처럼 늦은 시각에 2차를 기대한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이 나라가 우리나라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공공 장소든 유흥업소든, 음식점이든 어디를 가더라도 공짜 물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음식점에서 주문을 할 때도 마실 물은 안 갖다 주고 음식과 함께 유료 주문을 하야 한다. 식사 시에 3인 정도가 마실 수 있는 2리터 들이 물 한병은 5000원 정도 한다. 와인을 상시 즐기는 이 나라 국민들은 물 대신에 식사에 곁들여서 와인이나 맥주를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와인 한 잔은 6000원 정도이며 와인을 곁들인 1인 식사 값은 팁을 포함 20유로(2만5000원) 내외이다.

우리가 사는 집의 위치는 비엔나의 지하철 1호선 종착역 부근으로 시내 중심가와는 다소 거리가 떨어진 외곽지역의 단독 주택으로 딸 내외가 현지 민간 주택 건설 에이전시를 통하여 지은 집이다. 100평 정도의 부지를 구매하고 건축비까지 포함 80만 유로가 들어갔는데 56만 유로는 연리 1.7%, 거치 기간 없이 25년 분할 상환 조건의 은행 융자로 충당하였다.

이 나라 주택이 우리나라의 주택/주거 관행과 다른 점 네 가지를 소개하면,

80% 이상 주민들은 단독 주택에 살고 아파트는 최근에 부자들을 대상으로 지은 극소수의 고급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서민용 임대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이 사람들에게 아파트 하면 먼저 떠올리는 기억은 서민, 가난한 사람일 것이다.

상가 건물을 제외하고 97% 정도의 주택에는 에어컨이 없다.(한 여름에도 그리 덥지 않다)

전세 개념의 임대 주택은 없고 전부 월세 개념이다.

이미 단독 주택이 들어선 옆 부지에 주택을 지을 경우 옆 집과 일정한 경계 공간을 둘 필요가 없다. 따라서 늦게 집을 짓는 사람은 상대방 건물과 아예 붙여서 자기 집을 지으면 된다. 즉 옆집 외벽이 자기 집 한쪽 내벽이 되는 형태다. 상당수 교외에 위치한 집단 주택지 가옥은 서로 붙은 벽이 두 집 대지의 경계선이 된다. 바꾸어 얘기하면 이 나라는 이웃간에 부동산 관련 분쟁이 없이 사이 좋게 지낸다는 의미다.

밖으로 싸도는 위락생활보다는 철저한 가족 중심의 생활양식이 보편적이며, 정원에 나무를 가꾸는 취미나 애완 동물 기르기가 일상화된 취미이며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상시적으로 보게 된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반드시 자치 행정당국에 신고를 하고 애완동물세(稅)를 정기적으로 납부하여야 한다.

개는 한 마리인 경우 년간 33유로, 두 마리는 100유로, 세 마리는 250유로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여러 마리의 개를 사육하는 경우에, 그 개가 일가를 형성한 경우(할머니 개 -> 새끼를 낳고 -> 손자녀 개가 생기는 경우)에는 동물세가 획기적으로 감액된다(네 마리인 경우도 75 유로):현지인으로부터 이 대목을 설명 듣고 참으로 합리적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러한 세금 덕택에 개들이 변을 본 것을 주인이 반드시 집어서 변견 수집함에 집어 넣도록 비닐 봉지함과 철제 변견 수집함이 도로의 요소요소마다 설치되어 비치되어 걸려있다.

2kg 이상 크기의 개는 외출시에 목줄을 반드시 해서 주인이 끌고 다녀야 하며 5kg 이상의 개와 그 이하 크기 개라도 사나워서 타인을 물 우려가 있는 맹견은 입마개(Muzzle)를 하고 데리고 다녀야 한다. 변을 수거하지 않거나 목줄, 입마개 규정을 어기면 범칙금을 부과받는데 내가 볼 때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이 나라의 음주운전과 흡연 문화에 대하여 적어볼까 한다.

필자가 이 나라에 머문 두 차례의 7개월 기간 동안 교통사고는 경미한 사고 단 한 건을 본 것이 고작이고 신문이나 방송에도 교통사고 기사는 잊혀진 것이 아닌지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드물게 발생하는 것 같다. 이 나라 경찰관들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을 봐도 잡지 않는다. 자신의 안전은 경찰보다 운전자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챙긴다는 믿음 때문이다. 술집이나 식사 시에 반주로 마시는 술은 약한 돗수의 와인 한 잔이 고작일 것임을 경찰 자신이 잘 안다. 음주 측정은, 1)교통사고를 내거나 2)다른 사고 조사를 위하여 경찰이 정차시킨 경우, 3)타인이 신고한 경우, 4)차가 비틀거리는 등 객관적으로 음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경우에 국한하는 것 같다. 그러나 경찰은 경각심 고취 차원에서 1년에 1~2회 정도 모든 운전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불시에 길목 단속을 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나라 국민들의 흡연율은 대단히 높아 보인다. 40%는 족히 넘어 보이는데 특히 여성 흡연율이 어쩌면 남성들보다 높지 않을까 싶다. 담배 한 갑의 가격은 8000원 정도로 호주와 같은 나라보다는 휠씬 싸고 우리나라보다는 비싸다. 제한 구역이 아닌 한 보행 중 흡연은 구애받지 않지만 미성년자 흡연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고 어릴 적부터 담배의 해악에 대한 국가 차원의 홍보 및 학교 보건 교육 덕택인지 청소년 흡연율은 나이가 어릴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나라도 흡연의 폐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흡연에 대한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추세이다. 2016년 이전까지는 카페나 술집 등에는 흡연 고객과 비흡연 고객을 따로 수용하도록 완전 차단된 별도로 구분된 격실을 운영하도록 규제했으나 2018년 이후부터는 모든 술집, 카페, 음식점에서는 전면 흡연을 금하는 엄격한 법이 통과되었다. 기존에 만들어놓은 흡연 격리실은 전면 금연 공간으로 용도 변경해야 한다.

이에 대하여 애연가들과 특히 많은 비용을 들여 흡연실을 설치한 업주들의 항의가 쇄도하자 정부는 업주들이 시설 설치에 들어간 비용 중 30 % 범위에서 ‘영업세‘를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업주들의 손실을 어느 정도 상계해주는 대안을 마련하였다. 흡연 규정을 위반하는 업주는 2000 유로,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자는 100유로의 범칙금을 법제화하여 시행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흡연자에 대해서는 가구별로 흡연자 숫자만큼 감안하여 매월 납부하는 의료보험료에 흡연 가족 1인당 10% 정도의 의료보험료 할증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하니 흡연자 천국인 오지리에서 그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법망이 미비하여 문제가 있는 민원은 즉각적인 입법이 되고 그 법은 오지리 사회를 선진국가로 지탱하게 하는 안전망이 되고 국민들은 정해진 법은 무겁게 알고 철저하게 지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풍요로움이나 부자인 것은 거저 된 것이 아니다. 부지런한 국민성에 더하여 미래를 걱정하며 낭비보다는 저축부터 하며 국민간의 상호 신뢰하는 시민의식과 준법 정신이 나라를 튼튼하게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절감하면서 오지리에 대한 소개를 마칠까 한다.

다음 3부에서는 내가 경험한 크루즈 여행에 대하여 적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