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억울하다고 여겨지고 못 견딜 정도이면 다음 정권이라도 빼앗아 올 궁리를 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감옥까지 가게 된 주요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최순실이라는 주변 인물을 숨겨오다가 들킨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독신이다. 주변에 심부름꾼 한 명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숨기고, 들키고, 대처를 잘못한 것이다. 그리고 미르·K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면서 대기업 오너들을 만나 출연을 요청한 것과, 문화예술계의 활동 실태를 파악(리스트 작성)하여 국고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특별한 진실이 따로 없다. 세상 사람들 다 알지 않는가? 다만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하는 차이일 뿐이다. 언론은 이를 '국정 농단'이라 했고, 법 기술자들(검찰)은 뇌물죄와 직권 남용 등을 적용했다. 남은 것은 판사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이다.

과거 검찰이나 경찰에서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낸 전례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해서는 안될 짓을 하거나 그런 사건 주변을 기웃거리다 잡혀 과잉 처벌을 받은 경우이다. 수사기관의 오인이나 고의적으로 생판 죄 없는 사람을 억울하게 만든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좌익 정권에서는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누명을 씌워 생사람을 잡는다. 소위 '인민재판'이다. 박근혜는 사실상 지금 이 '인민재판'에 걸려 있는 셈이다.

김대중은 국민들을 속이고 거액의 외화를 북한 수괴 김정일의 비밀계좌에 넣어줬다. 직권 남용을 넘어서는 명백한 이적죄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고, 노무현 정권에서 아랫것들 몇몇에게 허접한 죄목을 붙여 형식적인 옥살이를 살게 하는 것으로 끝냈다. 이에 비해 박근혜는 어이없는 죄목으로 현직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나 감옥에까지 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무슨 놈의 '뇌물죄'가 돈을 받은 적도 없고 써 본 적도 없고 당사자에게 추징할 돈도 남아 있지 않는 그런 뇌물이 있는가? 여기서 적용된 뇌물은 가공(架空)일 뿐이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무슨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인가?

진실의 문제가 아니라 勢몰이의 문제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무려 1577만 명이 넘는 우리 성인 국민들이 박근혜에게 표를 몰아 주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과반이 넘는 51.6%의 득표로 당선되었다. 그만큼 기대하는 바가 컸고 강력한 통치가 가능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소꿉놀이 정치'를 하다 망한 것이다. 지금 와서 한탄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마는 아직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박근혜 주변에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니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지적하는 것이다. 정 박근혜 탄핵과 감옥행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면 '두문동'으로 들어가던가. 세상은 바뀌었는데 그러고 있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좌익 세상에서는 없는 사실도 만들어 내고 미풍(微風) 속의 하찮은 현상을 우주로 확대하는 게 가능하다. '5·18'이나 '세월호'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우리는 지금 보고 있지 않은가? 1987년 서울 모처에서 반정부 운동하다 감옥 간 전과자 모씨가 1980년에 일어난 '5·18 정신'에 부합한다고 2000년도에 5·18 민주유공자로 인정되었다. 신청한 자나 인정한 자나 다 세금 도둑들로 보이지만 이게 합법적 현실인 세상이다. 어떻게 월남전에서 죽은 국군 용사보다 '5·18 민간인 사망자'가 더 대접받아야 하고, 어떻게 '세월호 유가족'이 '천안함 유가족'보다 더 우대받아야 되나? 이 대답을 할 수 있다면 박근혜가 왜 감옥에 가 있는지도 설명이 될 것이다.

이미 넘어간 정권을 어찌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박근혜가 억울하다고 여겨지고 못 견딜 정도이면 다음 정권이라도 빼앗아 올 궁리를 해야 한다. 장수(주자)는 여럿이고 군사(지지자)들은 흩어져 있다. 지지율 0.1%짜리가 패를 지어 그나마 지지율 20% 넘는 가장 유력한 아군 장수를 향해 공격을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정치는 세력이다. 정직도 품격도 세를 모으는데 도움이 안 되면 소용없는 일이다. 죽은 노무현이 품격이 있어 다시 뜨나? 문재인이 정직해서 대통령 되었나? 박근혜가 부정직하고 품격이 없어 쫓겨나 감옥에 가 있나? 무슨 진실을 말하는가? 이런 식이면 좌익들이 자충수를 두어도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란 어렵다. 진실을 가리는 문제가 아니라 승패를 가리는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