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높을 때'라는 명분만으로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소수 특정 계층에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세금마저 인민재판으로 걷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헌법 38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

조세 정의(正義)란 정부가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평한 과세를 함으로써 조세평등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세금은 국민 개개인의 조세부담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배분되어야 하며,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법률로써 불합리하게 차별을 둔다면 더욱 문제다. 세무 전문가가 아니니 이론적 고찰은 생략하기로 하고 드러난 당면 문제점에 대해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정부와 여당이 '초고소득 증세(增稅)'를 들고 나왔다. 이제 그 '초고소득'의 기준을 정하겠지만 용어 자체가 선동적이다. 세금 배분은 국민들의 재산에 관한 민감한 문제다. 여론몰이로 '부자는 무조건 세금 더 내라'는 식이 되면 곤란하다. 국가적 세금 체계에 문제가 있다면 절차에 따라 중의(衆意)를 모아 전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특정 계층에 대해서만 증세를 목표로 한다면 이는 조세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세금(소득세)은 소득이 적으면 적은 대로 단돈 10원이라도 모든 국민들이 다 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14년 현재 근로소득세 면세자가 전체 근로자들의 48%가 넘는다고 한다. 연봉 3000만 원~4000만 원의 중위 소득구간에서도 30% 이상이 면세자라는 통계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 소득이 있는데도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사람들이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면서 현재도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 고소득자들에게만 더 내라고 하는 것은 조세 정의가 아니다. 민주화 바람을 타고 역대 정부가 납세의 의무 본래 취지를 망각하고 표 계산만 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다.

이 정부가 세금 더 걷어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비정상적인 현행 세제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할 것이다. 면세·비과세·감면 등 예외 규정을 최소화하고 영수증 모아 연말 정산하는 관습도 손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조세 개혁의 틀 안에서 고소득자들의 증세가 요구된다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정해져야 할 것이다. '지지율 높을 때'라는 명분만으로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소수 특정 계층에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세금마저 인민재판으로 걷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참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의하면 독일과 캐나다의 소득세 면세자는 전체의 약 20% 내외이고 가까운 일본은 15%대라고 한다. 이를 감안하면 면세자가 무려 48%가 넘는 우리나라는 최소한 이 중 절반 이상이 소득세를 내야 한다. 나누는 것에는 선진국 사례를 잘 갖다 붙이면서 걷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모른 척한다는 것은 국민들을 속이는 행위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 '복지를 OECD 평균 수준까지 늘려나가겠다'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 정의를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조세 정의'의 정의부터 다시 세워야 할 듯하다. 조세 정의는 '합리적 공평 과세'이지 '부자 증세'가 아니다. 그리고 '지지율'이란 무기를 산업화 세력 청산에 쓸 게 아니라 이런 불합리한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산업화는 결코 '적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