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끼리 모여 글 하나 올려놓고 낄낄거리는 것이 극우인가? 한국에 몽둥이를 드는 극좌는 있어도 극우는 없다. 오늘자 동아닷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 <한국당 류석춘 “일베 많이 하시라”… 네티즌 “한국당, 갈 데까지 가는구나”>

네티즌의 댓글을 기사 제목으로 삼는 것은 드문 일인데 그럼에도 그렇게 한 것은 모종의 목적성을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구태여 그렇게까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지금은 이전의 일베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일베라 하면 여전히 부정적 평가가 많으므로 그냥 ‘한국당 류석춘 일베 많이 하시라’ 했다고만 해도 류석춘 씨의 발언이 부정적으로 전달되기에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든지 네티즌의 댓글까지 끌어들여 제목으로 삼았다
 
기사 서두는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청년들에게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 활동을 권유해 구설에 올랐다.”고 되어 있다. 일베는 단지 유머 커뮤니티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일베를 ‘극우 성향’이라 썼다. 자기들끼리 모여 글 하나 올려놓고 낄낄거리는 것이 극우인가? 한국에 몽둥이를 드는 극좌는 있어도 극우는 없다. 제목에 이어 기사 시작도 왜곡으로 장식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구설’에 올랐다’고 했는데 구설에 오르기를 희망한 것이 아닐까?
 
기사 본문에는 “해당 보도 후 많은 네티즌이 류 위원장 및 한국당을 저격하는 의견을 내놓았다.”면서 입맛에 맞음직한 댓글을 골라 소개했는데 그 중 첫 번째 댓글은 “일베한다는거 알려지면 어느 조직에서건 매장인데 자유당 아주 갈 데까지 가는구나”(hirm****)이다.

일베를 한다 하여 매장시키는 그런 사회라면 병든 사회임에 분명하다. 그런 비상식적 댓글을 끌어다 쓴 속내가 의심스러운 가운데 행여 기사의 정당화에 이용하기 위해 그랜 것이라면 동아일보답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인민’이란 용어를 쓰지 않듯이, 일베가 그렇게 나쁜 무엇이라면 일베가 잘 쓰는 용어는 일단 기피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기사는 우습게도 일베가 흔히 쓰는 용어인 ‘저격’이란 단어를 써서 ‘한국당을 저격하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했다. 게다가 기사는 반대 의견도 한 줄이나마 소개해 줘야 균형감이 있는데 류석춘 씨의 일베 발언에 대해 긍정적인 댓글은 하나도 소개하지 않았다.
 
요컨대 기사 제목에서부터 서두와 본문 모두가 류석춘 씨와 일베를 반대하는 것들 일색이다. 이전의 일베는 '좌표'를 매우 존중했다. 팩트임을 담보하기 위해 게시물의 출처를 밝히라는 의미인 것이다. 천하의 동아일보 기사가 일베의 좌표 정신만 못하다면 애석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