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발언 하나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작은 책임을 지지 않는 이가 큰 책임을 질 턱이 없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다. 억지를 권장하는 의미가 아니라 억지로라도 자기 힘으로 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억지’가 순리를 쫓아내고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이렇게 된 연유도 반드시 있을 것인바, 좌파의 억지와 생떼. 떼법. 그리고 공공선보다는 인권을 우선하는 사회풍조 등으로 국민의 분별력이 망가졌기 때문이며 나아가 문자와 언어를 싸구려로 사용하는 한글전용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교통사고 관련 공소장에는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여”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운전에는 무엇보다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그런데 요사이는 버스 운전사가 사망 사고를 내고서도 스스로 “잠깐 졸았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졸음운전은 더욱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졸음운전은 가중 처벌되었지만 처벌 이전에 운전사가 인간상. 체면상으로도 스스로 졸았다는 말은 한사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졸았다고 말한다. 버스회사가 운전사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긴 탓에 쉬지 못해서 존 경우가 있었고 그래서 여론이 운전사에게 동정적이자 사망사고를 내놓고서도 뻔뻔하게 “잠깐 졸았다.”며 남 탓. 졸음 탓을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저께 고속도로에서 버스가 앞차를 들이받아 두 명이나 죽었고 두 명은 중상으로 평생 불구가 되었는데도 사고 운전사는 태연스레 “깜빡 졸았다.”고 말했다.

축구 대표팀이 이란과의 월트컵 예선전에서 비기자 어느 선수가 “관중의 응원소리가 너무 커서 선수끼리 소통을 못하여 졌다.”고 말하여 네티즌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었다. 그 일이 불과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대표팀 감독은 기자가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 비긴 것을 꼬집자 “내가 신이냐?”고 답했다고 한다

원로 연예인인 가수 송해 씨가 ‘송해가요제’를 만들었다는 오늘 보도가 있다. 문필가가 책을 내듯 가수가 가요제를 만든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그런데 이 좋은 일을 송해 씨의 말 한 마디 탓에 그 빛이 바래지고 말았다. 그는 ‘송해가요제’를 만든 것을 “70년 동안 받은 사랑을 보답하는 것.”이라 했다. 진정 사랑받은 것에 대한 보답을 하려면 다른 봉사. 이를테면 장학회 설립이나 자선단체 설립 등을 하는 게 낫다. 그것이 보답이란 말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물론 가요제를 만들어도 좋기는 하지만 구태여 송해란 이름을 넣어 가요제를 만든 것은 보답의 의미보다는 자기 이름 내는 의미가 더 커 보이므로 좀 낯간지럽다. 그냥 송해가요제를 만들었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70년 받은 사랑 보답”이라고 하니까 하는 말이다.

컴퓨터로 일제시대라고 타자하면 저절로 ‘일제강점기’로 변환돼 버리거나 아니면 오타를 표시하는 붉은 밑줄이 쳐진다. 누가 이리도 친절한지 모르지만 영혼 없는 짓임에 분명하다. 일제강점기란 말은 북한용어이다. 우리는 일제시대. 왜정시대라 말해왔거니와 그렇게 말하는 것이 편하고 의미 전달에도 부족함이 없다. 한데도 굳이 우리 용어를 밀어내고 북한 용어를 사용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북한 용어를 쓰다보면 자연스레 북한식으로 사고하게 되고 마침내는 영혼마저 지배당하게 된다.

재래식 무기가 아무리 강하고 많아도 핵폭탄 하나만 못하다. 그러한데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국군이 미사일 몇 발을 훈련 사격하고선 북한에 “무력시위를 벌였다.”고 발표했다. 이번 북한의 수소폭탄 시험에도 또 그렇게 대응했다. 적의 핵폭탄 앞에서 용감한 건지 한가한 건지, 별명대로 ‘아저씨 군대’가 아니랄까봐 저러는가?

요컨대, 말을 아무렇게나 하는 것으로써 우리의 분별력과 어휘력을 짐작할 수 있다. 좌파의 습관화된 생떼쓰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겠지만 어문정책에도 책임이 적지 않고, 유명인들의 무책임한 발언 때문이기도 하다. 작은 발언 하나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작은 책임을 지지 않는 이가 큰 책임을 질 턱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