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오티 공립초등학교에서 한복을 입고 한국어를 가르친 날,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과 함께.




Aku cinta Indonesia (‘나는 인도네시아를 사랑합니다’라는 뜻).

저는 올 8월 인도네시아의 최남단 지역 누사틍가라티무르주의 마우메레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수석 졸업생으로 졸업식에서 대표로 스피치를 부탁한다는 학교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졸업 전 마지막 학기였던 지난 학기는 제게 고된 체력전(体力戦)으로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학기를 앞 당겨 3.5년으로 早期졸업을 하는 것이었기에, 다른 학생들이 적게 1년, 보통은 1년 반에 걸쳐서 완성하는 졸업논문을 단 1학기 만에 끝내야 했습니다.

제 졸업논문은 지난 3월 같은 곳, 인도네시아 마우메레에서의 봉사활동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한 <비형식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인도네시아 누사틍가라티무르의 빈곤 輕減과 사회적 역량강화 (Alleviating Poverty and Social Empowerment through Alleviating Poverty and Social Empowerment: Non-Formal Education (NFE) Programs in Nusa Tenggara Timur (NTT), Indonesia)>였습니다. 논문에 필요한 관련 통계자료 또한 인도네시아어로 쓰여진 것이 많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그 자료를 영어로 번역해야 하는 것에서도 번거로움이 따랐습니다.

그러나 고된 노력에 대한 대가인 것인지, 감사하게도 제 논문은 ‘우수졸업논문’으로 선정되어 도서관에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저를 위해 도와준 인도네시아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마우메레에서 만난 의사 디미트리(Dimitri D.)와 진행한 인터뷰, 와세다 친구 찬드라(Chandra M.)와 함께 공유한 아이디어와 해석한 통계자료, 인도네시아어 이멜다(Imelda C.) 선생님이 설명해주신 인도네시아 교육정책, 벨라(Bella A.)가 마우메레에서 직접 보고해 준 내용은 제 논문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와 인도네시아와의 만남은 운명이었습니다. 국제교양학부의 수업 중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Universitas Indonesia)에서 교환학생으로 와세다 대학을 찾은 친구 벨라를 만났습니다. 벨라와 저는, 서로가 이제껏 경제적으로 불우하여 교육을 받기 힘들었던 여건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봉사활동을 해왔다는 것에 공감했고, 언젠가 이 일을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했습니다. 교환학생을 마치고 인도네시아로 귀국한 벨라의 도움으로 저는 2016년 8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로 떠났고 벨라의 집에 한 달 간 머무르며 교육봉사를 했습니다. 비가 오면 집안이 금새 물바다가 되어버리는 열악한 환경에 살던, 제가 만난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하여 방과후 거리로 나가 음식을 팔고, 비가 내리면 거리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우산을 씌워주는 것으로 돈을 버는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직접 짠 사룽이캇을 입고, 수쿤 이파리를 우산으로 쓰고 빗속을 지나가시던 마을 할머니와.


수업을 하러 가면 먼발치서부터 “Kak InJung (인정 언니/누나)!”라고 부르며 달려와 제게 안기는 아이들의 눈은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초롱초롱 빛났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장래에 이루고 싶은 간절한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재정적 어려움이라는 현실을 이미 자각하여 무거운 한숨에 비관적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과 8월, 저는 인도네시아의 최남단, 최대 빈곤지역인 누사틍가라티무르(Nusa Tenggara Timur)주 작은 해안마을 마우메레(Maumere)에서 한 달간 씩 머물렀습니다. (인도네시아 통계청의 2016년 2월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평균 월소득이 약 2,180,000루피아(한화 18만원)인 것에 반해 누사틍가라티무르주는 약 1,972,000루피아(한화 16만원)로 경제수준의 차이가 있습니다.) 자카르타에서와 마찬가지로, 그곳의 아이들에게 영어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봉사를 했습니다. 청량한 하늘, 살갖을 태우는 강렬한 태양빛, 하늘 높이 솟은 코코넛 나무가 드리워진 마을 안에 위치 한 작은 와이오티 초등학교 (SDI Waioti)에서 영어수업을 하는 것으로 제 하루는 시작되었습니다.

해변과 접해 있는 자그마한 마을에서, 대부분 어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은 어설프게 보이는 목재로 지어진 집에 살고 있었고, 집 앞 마당에는 닭들과 염소들이 마치 제 집인 냥 돌아다녔고, 새끼돼지들이 엄마돼지에게 매달려 젖을 빠는 모습은 평화로운 그곳 마을의 일상 풍경이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시작하는 학교에 벨라와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에 닿아, 학교의 대문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부터 아이들은 환한 웃음을 띈 얼굴로 문 앞으로 쪼르륵 달려와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연세가 조금 드신 여자 교장선생님께서 지정해준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창문너머로, 교실로 향하여 걸어오는 제 모습을 보고 이미 신이 나서 손을 하늘높이 폴짝폴짝 뛰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뜨거운 햇볕으로 환한 바깥과 대조되는 어둑어둑한 교실 안에서 아이들은 기다란 나무책상에 앞에 앉아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제 수업을 따라왔습니다. 과거 할아버지 세대의 우리의 교육현장과 흡사해 보이는 그곳에서, 저는 조금이라도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어, 아이들과 함께 율동을 하고, 다양한 사진과 그림이 가득한 수업자료를 만들어 아이패드로 이를 보여줘 가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칠판에 쓰인 영어단어를 공책에 알파벳 한 글자 한 글자 삐뚤빼뚤하게 적는 아이들은 기특할 뿐이었고, 퀴즈를 낼 때면 손을 번쩍번쩍 들고 답하려는 열의에 찬 모습의 아이들은 대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때때로 격정에 달한 수업 열기는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요란법석 해져 체력적으로 지치는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햇살보다 더 밝은 웃음을 보이는 그 순수한 아이들을 보면 저 또한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고, 피로는 금새 녹아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코코넛 나무 그늘, 플라스틱 의자 몇 개의 열악한 환경이었음에도 항상 웃음이 넘쳐났던
 아이들과의 수업시간.

방금 몇 시간 전 학교에서 수업을 했었음에도, 그 날의 모든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들은 공책과 펜을 들고 제가 머물던 기숙사로 곧장 찾아와 “공부하고 싶어요!” 하며 제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좁디 좁은 방, 30명 정도의 아이들로 제 방은 이미 발 하나 디딜 곳 없었는데, 와이오티 초등학교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주변 학교의 중학생, 고등학생 친구들도 제 수업을 듣고자 이 곳을 찾아왔습니다.

열대기후의 내리쬐는 강렬한 땡볕, 그리고 아이들의 열기까지 몇 배로 더해져, 마치 사우나를 방불케 하던 제 방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푹푹 쪘고 얼굴은 열기에 붉게 달아올랐습니다. 아이들은 제 방문 앞에 샌들을 벗어두고 방안으로 들어왔는데, 어느 날 하루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길에서 생선묶음을 파는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제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아이들의 샌들 몇 짝을 훔쳐가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제 아이들의 안전에 더불어, 제가 머물던 기숙사에, 혹 그 말썽쟁이 아이들의 출현으로 금후 더 큰 사건이 초래되는 것을 사전에 막고자 그 사건 이후로는 제 방에서 이루어지던 방과후 수업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감사하게도 마을 아이들의 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격려해주신 마음씨 좋은 촌장 아저씨(Pak RT)의 허가로, 그 후로 저와 벨라는 그 분의 집 앞 마당에서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좁은 마당, 코코넛 나무가 드리운 그늘, 그 곳에 플라스틱 의자를 세워 세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교실을 만들었습니다. 촌장 아저씨는 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마이크로 곧 저의 수업이 있음을 알리는 동네방송을 해 주셨고, 아이들은 손에 펜과 꼬깃꼬깃한 공책을 들고 여기저기에서 달려왔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하여 플라스틱 의자 한 개에 아이들 두, 세 명이 앉아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의 수업이었지만, 어떠한 것도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막지 못했습니다.

지나가던 마을 어른들도 아이들 주변에 서서 수업을 참관하기도 했고, 수업 중에는 불청객 멍멍이가 어슬렁어슬렁 교실 중간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제게 더 많은 수업을 듣기를 원하는 아이들의 열정으로, 저는 3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그 후 곧바로 이어지는 1시간 반 동안은 고등학생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영어동요를 부르고, 학습한 영어단어를 복습하는 게임을 하고, 어릴 적 한국의 친구들과 했던 간단한 게임을 알려주고 같이 해보면서 저와 아이들은 웃음이 가득한 생기 넘치는 수업에 지칠 줄 몰랐습니다. 어느덧 하늘은 석양으로 붉게 물들고, 이슬람교도들의 저녁기도인 마그립(Maghrib)을 알리는 아잔(adhan)소리가 울려 퍼지는 오후 6시경이 되면 아쉬움을 뒤로 한 하루의 수업은 비로소 막을 내렸습니다.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무하지린(Muhajirin) 이슬람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이슬람교에 관하여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 인도네시아는 약 88%에 달하는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를 보유한 국가이지만, 제가 머물던 마우메레가 위치한 누사틍가라티무르주는 주민의 절반 이상이 카톨릭 신자 (54.14%)였습니다. 또한 카톨릭 외 상당 수의 주민들 또한 개신교(34.14%)를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이슬람(9.05%) 신자는 소수였습니다. 이는 인도네시아 역사적 흐름 안에서 과거 유럽 열강들이 식민지 확보를 위해 아시아로 확장정책을 펼쳐나가던 맥락에서 형성된 특징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나의 꼬마 친구들과 마을 앞 해변가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17세기 네덜란드는 아시아지역 무역독점과 식민지 경영을 위해 인도네시아의 여러 섬에 대한 지배권을 획득했고 네덜란드 동인도회사(Dutch East India Company)를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自國의 경제적 이익 추구가 우선이었기에, 개신교를 따르던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 식민지 사람들의 종교 문제에 대해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한 편 그 후 18세기 후반, 누사틍가라티무르 주를 찾은 포르투갈의 상인들과 카톨릭 선교사들은 네덜란드 개신교와는 다르게 기독교적 신앙에 대한 복음을 전파했습니다. 이로써 누사틍가라티무르주는 인도네시아 중심지인 자바 섬과는 다른 종교적 색채를 띄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국가정책으로 초, 중학교 9년동안의 무상교육이 이루어지는 공립학교와는 달리, 이슬람학교는 가정에서 교육비를 지급하는 사립학교입니다. 실제로 제가 가르친 무하지린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와이오티 공립학교의 아이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경제수준이 나았습니다. 대다수 아이들의 부모님은 국가공무의 일로 대도시에서 마우메레로 발령을 받아왔고 단 몇 년 동안 이곳에 살 생각으로 거처를 마련한 가정의 아이들이었습니다.

공립학교에서의 오전수업을 마치고 이슬람 사립학교에서 오후수업을 하는 날이면, 소득 수준의 차이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현실의 모습을 두 눈으로 생생히 확인하고는 했습니다. 왁자지껄하고, 때로는 조금 지나칠 정도로 어수선했던 오전 와이오티 공립학교 아이들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으로, 무하지린 사립학교의 아이들은 학구적이었고 잡담을 하고 있는 아이가 있으면 서로에게 주의를 주는 진지한 분위기 안에서 수업이 이루어졌습니다. 흐트러짐 없이 집중력 있게 수업에 임하는 것은 물론, 학습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도 높은 이해도를 보였습니다.

하루는 ‘장래의 꿈’이라는 주제로 와이오티 공립초등학교와 무하지린 사립초등학교에서 동일한 수업을 했습니다. 수업 중 저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장래에 갖고 싶은 직업’을 공책에 그림으로 그리고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보여줘야 할 거 같아, 칠판에 ‘수업을 하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5분의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5분 후 와이오티학교 아이들의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정말 난감했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그린 그림을 똑같이 베껴 그려, 모두의 꿈이 동일하게 ‘선생님’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한 두 명의 아이들만이 선생님이 아닌 ‘경찰관’의 모습을 그렸고, 어깨에 양동이 두 개가 달린 나무 막대기를 지고 음식을 파는 ‘길거리 상인’이 되고 싶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이던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무하지린 사립학교 아이들의 그림은 달랐습니다. 장차 대학생이 되면 한국, 미국, 호주, 독일로 유학을 가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었음은 물론, 약사, 은행원, 스튜어디스, 축구선수, 선생님 등 아이들은 자신이 꿈꾸고 있는 다양한 직업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경제 수준이 아이들의 꿈에 대한 생각이 달랐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단 한가지 아이들이 가진 ‘배움에 대한 열정’은 같았습니다.

진지한 모습으로 수업을 듣던 무하지린 이슬람 초등학교 아이들.


떠나고 싶지 않지만 떠날 수밖에 없는 마우메레 마지막 수업의 날,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우르르 제게 다가와 정성스럽게 적은 편지와 선물을 건네주었습니다. 선물 중에는 할머니가 몇 개월에 걸쳐 손수 만든 아름다운 패턴이 새겨진 이캇 (tenun ikat: 전통적 직물제조방법) 패브릭을 시작으로, 엄마와 함께 만든 초콜렛 케이크, 가장 아끼던 눈알이 하나 빠진 물고기 봉제인형 등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 그리고 자꾸만 더 다가오는 작별의 순간을 직면하면서, 아이들과 저는 그 동안의 추억을 카메라의 사진으로 남겼고 언젠가 재회의 날이 있음을 소망하면서 다시 한 번 따뜻한 포옹으로 아쉬움과 슬픔을 달랬습니다. 무하지린 이슬람학교의 아이들은 떠나면서 한 명씩 제 오른손을 잡고 자신의 이마에 대거나 제 오른손 등 위에 살짝 입을 맞추며 저에 대한 ‘존경’을 표했습니다.

어느새 아이들과 헤어진 지도 한 달이 지났습니다. “언제 다시 오는 거에요?” 라고 묻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귓가에 생생하게 맴돌아 그 날의 추억들을 불러 일으키고는 합니다. 매일 오후 4시쯤이면 커다란 플라스틱 통을 들고 “피상 고랭(pisang goreng: 바나나튀김)~”하고 외치며 동네를 걷던 아이들, 묻는 질문에 “야(ya: 한국말로 ‘네’)”라고 말하지 않고 눈썹을 치켜 올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던 아이들, 공책과 손바닥에 내 이름을 한국어로 적어달라고 우르르 몰려들어 부탁하던 아이들, 나를 만날 때면 배운 한국어 “사랑해”를 외치며 내게 귀엽게 인사하던 아이들, 제 가슴 속 따스히 스며든 아이들과의 추억 하나하나를 저는 매일같이 다시금 되짚어보며 귀여운 제 아이들과의 만남에 다시금 감사함을 느낍니다.

언제쯤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그 곳, 마우메레에서 느낀 감성과 향기까지 모두 제 마음 속 간절한 ‘꿈’이 되었습니다. 물 몇 미터 위에 대나무로 지어진 허르스름한 집들, 그리고 그 집들 사이를, 얼키설키 엮여 만들어진 대나무다리가 가로 짓고 있는 그곳 우링마을 (Wuring village)에서, 잠깐이라도 한 눈 팔았다가는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질 새라 조심스럽게 한 발짝씩 내디뎌야 했던 가슴 졸이던 경험. 피낭(pinang)을 껌처럼 질겅질겅 씹어 입 주변과 치아가 모두 검붉게 변한 어르신들을 처음 보고 소름끼쳐 소스라친 기억. (마우메레의 어르신들은 석회를 바른 길쭉한 스틱형 식물 베틀후추sireh catkins)의 끝에 석회를 약간 발라 깨물어 입에 넣고, 아직 익지 않은 어린 피낭 (빈랑열매, pinang)과 함께 이를 식후에 입가심으로 씹습니다. 이 모든 것을 입에 넣고 씹으면 빈랑열매에서 나오는 빨간 색소가 침과 섞여 입전체가 피를 흘리는 듯 붉게
되는 것은 물론, 화학적 반응으로 각성효과가 발생되어 담배 대용의 기호품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탁 트인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무수히 반짝이는 별과 교교한 달빛을 한참 쳐다보며 사색에 잠겼던 기억. 고요함이 도마뱀 토케이게코(tokay gecko)의 ‘게코~게코~’하고 우는 구애소리에 순식간에 깨지던 기억. 아이들도 어른들도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직접 짠 원통형모양의 직물 사룽이캇(sarung ikat)을 입고 거리를 횡보하는 것을 지켜보던 기억. 쏟아지는 비 사이를 커다란 수쿤(sukun) 이파리를 우산으로 쓰고 걸어가던 기억. 머물던 기숙사 폰독 아유(Pondok Ayu)에서 일 년 동안의 인턴십을 하던 의사들을 만나고 그들과 수정같이 맑은 바다, 아무도 살지 않은 무인도로 현실을 잠시 접어둔 청춘여행을 떠난 기억. 인도네시아, 마음을 잔잔히 울리는 그 기억이 주는 은은한 감성을 다시금 느껴보며 깜깜한 밤하늘 영롱하게 빛나는 달을 바라봅니다. 아이들을 비추고 있을 그 달을 바라보며 아이들을 품에 안아줄 수 있는 재회의 날이 어서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꿈을 향해 한 걸음 전진해 나가는 중입니다.

2017년 9월16일 졸업과 동시에 저는 인도네시아의 교육발전에 대해 공헌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Waseda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Asia-Pacific Studies(GSAPS))’에 9월 학기로 입학했습니다. 국제교육발전과 교육정책 분야에 있어 일인자이신 쿠로다 카즈오 (Kuroda Kazuo) 교수님 밑에서 개발도상국의 교육발전과 국제협력에 대해 공부하고 있으며, ‘무형식교육’에 대한 현재의 저의 학업적 관심 분야를 주제로 “인도네시아 도시 빈민 청소년들을 위한 무형식교육”에 대해 심도있게 연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UNICEF 또는 SEAMEO (동남아시아교육장관기구)의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인도네시아의 아이들을 위한,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교육발전에 공헌을 하고 싶은 간절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소심한 인정이의 대담한 선택 저   자 : 조인정 펴낸곳 : 조갑제닷컴 판   형 : 신국판 페이지수 : 312  쪽 출판일 : 2014년 9월22일 판매가격 : 15,000 수   량 : 1 2 3 4 5 6 7 8 9 10 15 20 30 40 45 50 60 70 80 90 100 250 100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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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학교 유학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가이드북 수줍음 많던 평범한 17세 여고생이 ‘나홀로 미국 고등학교 유학’에 도전, 3년간의 유학생활을 하며 겪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느낀 점을 기록한 《소심한 인정이의 대담한 선택》(조갑제닷컴, 312페이지, 1만5천원)이 출간됐다. ‘중학교 3학년 자습시간에 읽은 한 권의 유학기가 미국 유학에 대한 꿈을 품게 했다’는 저자 조인정 양은, 스스로 미국 국무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찾아내 유학에 도전, 꿈을 이뤄냈다. 책을 보고 미국 유학을 꿈꿨던 저자가 후배들을 위해 ‘미국 유학 안내서’를 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조인정 양은 ‘미국 국무부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인 가정에서 홈스테이하며 고등학교에 다닌 1년, 사비私費 유학으로 전환해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부한 2년의 기록을 꼼꼼하게 메모해 책으로 완성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양한 교과목 및 한국과 다른 수업 방식, 미술·음악·운동의 과외활동, 봉사활동, 대학입시 준비, 홈스테이 및 기숙사 생활 등 자신이 경험한 미국 고등학교 이야기를 생생하게 적고 있어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실전 가이드북이 될 수 있다. ‘미국 유학을 위한 30가지 팁’은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걸러낸 진수다. 이 팁만 유의하면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조인정 양은 뉴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리하이 대학교(Lehigh University)에 합격했지만 일본문화·언어에 대한 관심, 경제적 문제로 일본으로 전향을 결심해 2014년 현재 일본 명문 와세다 대학교 국제교양학부에 재학 중이다.● | 책속으로 | 항상 괜한 걱정에 골머리를 앓고 살던 나는 3년간의 유학 생활을 통해 긍정적이며 잘 웃는 명랑한 성격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유쾌한 사람들과 만나 어울리며, 색다른 문화 체험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으로 하루하루 더 발전되고 성숙해져 갔다. 일상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서도 나의 모습은 긍정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쭈뼛거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잘 물어볼 수 있었고,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솔선수범해 일을 추진했으며, 처음 보는 사람과 말하는 것도 쑥스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7~8페이지 ＜머리글_눈물과 한숨을 ‘꿈의 발자취’로 만들다＞ 이 책은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친절한 가이드북이다.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하나의 매뉴얼처럼 잘 정리해놓았다. 미국생활에서 찍은 다양한 사진들이 있어 책이 쉽고 재미있다.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재미와 긴장감이 넘치는 책이다. 책을 보고 미국 유학을 꿈꾸어 온 저자가 후배들을 위해 유익한 안내서를 만든 점이 기특하다. 미국 유학에 관심을 가진 중·고등학생과 학부모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양병무(인천재능대학교 교수, 前 재능교육 사장. -13페이지 ＜추천사1_훌륭한 메모 습관이 만든 유학 가이드북＞ 미국에 있는 동안 나의 모든 시험 성적과 영어 실력의 향상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았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우리 속담처럼 내 모든 성적의 바탕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 투자가 있었다. 과제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매일 같이 썼던 플래너는 내 학교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고, 나는 모든 숙제를 얼마나 중요한지 따지지 않고 항상 열심히 하려고 애썼다. 시험공부를 함에 있어서도, 시험성적은 ‘노력하는 자의 끈기’를 배신하지 않았고, 나는 미국 아이들을 제치고 학급에서 최상위 성적을 거둘 때가 많았다. -81페이지 ＜chapter2 캐스빌의 나날_영어의 벽을 배짱으로 깨다!＞ 나는 이해가 어느 정도 되었다 싶은 순간부터 노트에 필기한 내용을 모조리 암기하기 시작했다. 단원 시험에는 서술형과 논술형 문제 또한 포함되어 있었는데,이것을 따로 준비할 방도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무식하게 외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노트에 있는 글자 하나하나를 쉼표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려고 노력했다. 이만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서술형 문제를 받아보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외운 내용을 써낼 수 있었다. -151페이지 ＜chapter3 에리에서의 새로운 출발_머시허스트 고등학교에서 맛본 시련과 환희＞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은 셰익스피어의 연극인 ＜맥베스＞와 ＜햄릿＞을 배울 때였다. 개인 또는 그룹을 만들어서 극 중의 주인공이 되어 연기를 했고, 세트배경과 소품 또한 직접 준비하여 동영상을 만들어 학급 앞에서 발표했다. 연기할 때의 자세와 목소리 톤, 감정이입, 소품이용 등 선생님은 세심한 사항들을 꼼꼼하게 보며 평가했다. ＜햄릿＞을 공부할 시기에는 다섯여 편 되는 햄릿 영화를 시청했다. 한 장章을 마칠 때마다 영화들을 시청하며, 같은 원작을 각기 다른 연기자와 감독이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냈는가를 토의해보았고, 이를 에세이로 작성하는 과제를 했다. -274페이지 ＜미국 고등학교 교과 수업 내용: 필수과목과 선택과목＞ 학교 카운슬러와 학생들 간의 두터운 친분을 갖는 것을 적극 찬성한다. 내 친구 레이첼은 거의 매일 같이 카운슬러 오피스를 찾아가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진지한 이야기까지 모두 늘어놓았다. 카운슬러와 많은 시간을 보냈던 레이첼에게는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많은 이익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가끔 대학교나 회사에서 고등학교 체험단을 모집하는 공고가 학교로 전해지고는 했는데, 보통 카운슬러가 가장 먼저 이 정보를 입수하게 되어있다. 카운슬러와 매일 같이 여러 이야기를 하던 레이첼은 그 공고문을 가장 먼저 전해 들었고, 그녀는 선착순으로 뽑혀 교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293페이지 ＜유학 출발부터 생활까지 도움이 될 만한 Tip 30가지_11 학교 카운슬러 오피스를 자주 방문하자＞ 머리글│눈물과 한숨을 ‘꿈의 발자취’로 만들다 추천사 1│훌륭한 메모 습관이 만든 유학 가이드북_양병무 前 재능교육 사장 추천사 2│내가 만난 학생 중 가장 의욕이 넘친 학생_니콜 보이치에호프스키 美 펜실베이니아 머시허스트 고등학교 영어 교사 chapter1·웰컴 투 위스콘신 쌍둥이 형제, 내 인생에 불꽃을 일으키다 비행기 안에서 발견한 여권 속 어머니 편지 호스트 엄마의 두 얼굴 어둠 속 터널을 지나, 드디어 빛이 보이다! 드디어 탈출한 지옥, 그런데 다시 돌아가라고? 사랑이 넘치는 에이미 가족을 만나다! 나의 호스트 가족을 소개합니다 chapter2·캐스빌의 나날 영어의 벽을 배짱으로 깨다! ‘슈퍼볼’의 열기 미국인 보통 가정의 주말 파티 아미시 학교에서의 색다른 추억 ‘할 수 있다’는 의지가 가져다 준 금메달의 영광 소프트볼과 그녀들 골병을 부르는 졸업무도회의 추억 아쉬운 작별, 새로운 인생으로의 첫발 chapter3·에리에서의 새로운 출발 위험한 도박을 결심하다 머시허스트 고등학교에서 맛본 시련과 환희 미국 노숙자들에게 점심 대접하기 ‘먼저 인사하기’로 친구들과 벽을 허물다 여자 기숙사 201호는 나의 힐링 장소 레이첼 가족과 함께 간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 새로운 도전, 토론대회에서 1등 하다 기숙사에 울려 퍼진 K-POP 미국에서의 입시 스트레스 나의 특별한 열아홉 번째 생일 제시의 자살… 아직 가시지 않은 그날의 슬픔 졸업,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에리에서의 마지막 추억 chapter4·꿈을 향한 여정, 그리고 전진 일본으로의 轉向 와세다 대학교 생활 도쿄타워에서 생일파티를! -미국 고등학교 교과 수업 내용: 필수과목과 선택과목 -유학 출발부터 생활까지 도움이 될 만한 Tip 30가지 | 저자·조인정曺認桯 | 1994년 5월3일 경기도 부천 출생. 2009년 겨울 석천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자습시간에 안재우·안재연 선생님의 《쌍둥이 형제, 하버드를 쏘다》를 읽고 어릴 적부터 열망해 온 미국 유학에 도전을 꿈꿨다. 2010년 9월 부천여자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유학, 미 국무부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 위스콘신주 소재 이글 크리스천 아카데미(Eagle Christian Academy)에 입학했다. 11월 마지막 날, 위스콘신주 캐스빌(Cassville)의 새로운 호스트 에이미 가족을 만나면서 캐스빌 고등학교(Cassville High School)로 전학했다. 2011년 6월 사립유학으로 전환, 펜실베이니아주 에리(Erie) 소재 머시허스트 고등학교(Mercyhurst Preparatory School)에 11학년으로 입학했다. 2년 간 매 학기마다 내신 성적(GPA) 4.0 이상으로 First Honors를 받았고, 봉사활동, 합창, 소프트볼, 볼링, 토론, 뮤지컬 등 다양한 과외활동 또한 활발하게 수행했다. 졸업을 앞둔 시점 뉴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리하이 대학교(Lehigh University)에 합격, 아시아학과(Asian Studies)로의 진학을 결정하며 미국 고등학교 유학 3년의 종지부를 찍었다. 2014년 여름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일본문화·언어에 대한 관심, 경제적인 문제로 일본으로의 전향을 결정한다. 마침내 2014년 4월, 일본 명문 사립대학 중 하나인 와세다 대학교(Waseda University) 국제교양학부(SILS: Schools of International Liberal Studies)에 입학하여 현재는 1학년 새내기로 매일 행복한 일본 생활을 즐기며 일본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