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이 우리의 소원이기는 하나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대한민국의 國體를 지키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한반도 통일의 대원칙을 정한 우리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회가 작성한 헌법개정안 초안을 보면 사회주의적 색채가 농후한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헌법 제4조의 통일조항 가운데 '자유'라는 단 두 글자만을 삭제한 대목이다.

왜 하필이면 이 두 글자만을 삭제하려는 것일까? '자유'라는 단어 어디가 뭐가 못마땅해서 이 두 글자만을 삭제하려는가?

우리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적극적으로 실현돼야 하고 그 어떤 침해로부터도 반드시 수호돼야 할 우리 헌법상의 최상위 가치 규범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자유민주적'이라는 문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삭제했다라 함은 우리나라의 통일원칙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아닌 '민주적 기본질서'에 기초하여 통일 원칙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일설에 의하면, 민주적 기본질서라 함은 자유주의적 기본질서와 사회주의적 기본질서의 상위개념이라고 한다. 즉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상위개념 안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사회민주적 기본질서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개헌 초안에서 헌법 제4조의 통일 원칙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아닌 '민주적 기본질서'로 확정함으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나 사회민주적 기본질서 중의 어느 것에 기초해서 통일원칙을 진행해 나가더라도 위헌의 소지가 없도록 개헌을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문구는 현행 헌법 제4조뿐만 아니라 헌법 전문에도 들어 있다. 그래서 헌법개정특위는 우리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문구마저도 삭제하도록 초안을 작성했다. 즉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지향하기 위해서 헌법 전문의 핵심이 되는 문구마저 난도질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의 헌법상 통일 원칙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아닌 민주적 기본질서로 대못을 박아 놓음으로써 민주적 기본질서의 하위개념인 사회민주적 기본질서 방식에 의한 통일의 문호를 개방해 놓자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북한의 헌법상 통일 원칙이 '인민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인민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어딘가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7대 대선 공약으로 6·15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약속한 바 있고 18대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6·15/10·4 선언 지지를 천명한 일이 있다.

6·15 선언은 김대중/김정일이 선언한 연방제 통일을 골자로 하는 통일방안이고, 10·4 선언은 노무현/김정일이 선언한 6·15 선언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연방제통일은 우리 헌법 제4조가 천명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에 역행하는 남북한의 이념과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연방 형식의 통일국가를 형성하자는 통일론이다. 따라서 6·15 선언이 지향하는 연방제통일을 합헌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행 헌법 제4조의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 아닌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로 개정을 한다면 민주적 기본질서의 하위개념인 사회민주적 또는 자유민주적 어느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 논의도 합헌적이므로 마음 놓고 사회민주적 기본질서에 기초한 통일 논의의 문이 열린다고 보는 것일 것이다.

이번에 추진하려는 헌법 개정이 헌법상의 통일 원칙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분야에서도 자유대한민국의 국체를 변경시키는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비록 부분적이기는 하나 자유시장경제에 재갈을 물리고 평등한 민주사회가 헌법으로 강조된다는 것은 시류를 역류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한반도 통일이 우리의 소원이기는 하나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대한민국의 國體를 지키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