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박근혜 정권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김영삼이 했듯이 이전 정권에 대한 과실(過失)을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 위정 편에서 '백성을 인도하는 것은 덕'이라고 했다. 지도자의 덕(德)을 내적인 선(善), 즉 올바른 행동으로 보고 백성들을 따르게 하는 비법이라면 비법으로 본 셈이다. 시대 변천에 따라 옛 성현들의 가르침이 개념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접목하기가 무리인 경우도 많지만 이 德이라는 것을 신뢰(信賴)로 변환시키면 이해될 듯하다.

지도자의 능력이란 깊고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백성들로 하여금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어 현실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세상에는 지식이 출중하지만 지식으로 그치는 사람이 있고 그 지식을 열 배 백 배로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 지식은 가지는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활용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잘못 활용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지식이 얕고 좁은 사람이 훌륭한 지혜를 내기도 어렵다.

한국의 역대 지도자 중에 이 덕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 몇이나 될까? 왕조시대를 제외하고 민주사회가 된 이후 지도자로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역대 대통령을 상정해 보자.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위에서 정리한 덕과 능력이란 잣대를 대 보면 각자 나름대로 그려지는 무엇이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갤럽에서 역대 대통령 취임 1년 차 직무평가 지지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위인 것으로 발표했다. 직선제 이후 노태우 대통령부터 대상으로 삼은 이 조사에서 역대 대통령 모두 임기중 취임 1년차에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전 정권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불만 사항을 해소하려 노력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당사자의 덕이나 능력이라는 자질보다는 이전 대통령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었느냐에서 반사 이익을 얻은 결과임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내용면에서 한 가지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이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 강도를 후임 대통령이 조작해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공동 2위를 한 김영삼의 경우 노태우 정권에서 몇몇 비리가 불거졌지만 결정적인 것은 역시 정치자금 문제를 걸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넣음으로 국민들의 카타르시스 해소에 대한 반사익으로 볼 수가 있다. 정치자금 문제는 김영삼 자신을 포함한 당시 모든 정치인들의 약점이었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은 김영삼이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자신은 빠지고 두 전직 대통령을 엮은 것은 분명 조작이라 할 만하다.

1위인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는 어떤가? 지금 1위여야 할 그의 덕과 능력을 발견할 수가 있는가? 세월호로 대표되는 사건사고들이 그가 대통령 되어 멈췄는가? 흉악 범죄는 멈췄는가? 반대하던 사드는 왜 철수하지 못하는가? 중국의 보복은 왜 속 시원히 해소하지 못하는가? 위안부 재합의가 과연 가능한 일인가? 박근혜 정권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김영삼이 했듯이 이전 정권에 대한 과실(過失)을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공익재단 설립을 뇌물이라고 덮어 씌우고, 反국가 단체에 국고지원하지 않으려 한 것을 '블랙리스트'라는 죄목으로 몰고, 관행적이었던 '특활비' 사용에 대해 무기 징역에 처할 수 있는 '국고손실죄'라고 한다. 이의 반사로 얻은 게 문재인의 직무평가라 해야 할 것이다. '적폐 청산'이란 이름의 이전 정권 모함 외에 실제로 그가 한 일이 무엇인가? 임기가 다할 즈음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 궁금하다.

'새누리당 것들이 촛불질 하던 대가릿수에 겁을 집어먹고 탄핵에 찬성하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어느 네티즌의 분노에 찬 일갈에 분명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는 '이완용 일파가 일제에 협조하지만 았았어도 조선 왕조는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조선 왕조도 한국의 보수 우익도 망할 준비가 되어 있었을 뿐이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무르익은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이지만 분명한 것은 李王家를 고집할 수 없었듯이 박근혜는 놓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가 최태민의 딸 최순실을 40여 년간 숨겨온 것이 드러남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었고, 이를 헤쳐나갈 능력을 보이지도 못한 것이 최후의 심판이 된 것이다.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이는 김영삼이요, 문재인을 대통령 만들어 준 이는 박근혜다. 더 말해 무엇하리오!

덕과 능력 없는 자들이 이전 정권의 不德과 無能力을 발판으로 정권을 잡고 심지어 이를 위해 모함까지 서슴지 않는 대한민국 정치, 이에 생각 없이 놀아나는 국민들, 이제 걱정하기에도 지쳤고 늦은 듯하다. 상대편이 정권을 잡으면 망하기만을 고대하고, 또 다른 상대편으로 정권이 넘어가면 빼앗긴 쪽이 또 망하기를 고대하니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이 어찌 망하지 않고 배길 것인가! 조선이 망한 것은 일제를 원망하더니 대한민국이 망하면 누굴 원망할 것인가? 이제 기댈 곳은 군부(軍部)뿐인 듯한데 천지개벽을 기다리는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