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하나 눈에 뜨이면 잡아 가두는 문재인 정권에 겁을 먹은 것인가. 친박 일부의 개인적 일탈이기를 바란다. 요즘 남북 해빙 무드를 대하는 친박들의 언행들이 의심 스럽다.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한 친박 인사는 필자가 가입해 있는 단톡방에 하루가 멀다 하고 글을 올린다. 남북 미북 회담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사들을 가리켜 '수구보수꼴통'이라고 비난하면서 평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 홍준표가 막말을 해서 지방 선거에서 쫄딱 망했다는 것이다. 그의 맹목적인 박근혜 숭배는 대표 시절 부터 였으니 햇수로 따지면 10년이 훨씬 넘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을 뿐만 아니라,지금까지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리켜 '세종 이후 최고의 성군이다'라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을 보면 친박 골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엊그제는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서청원 의원이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용중에 그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홍준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사람 쯤으로 매도하면서 지방 선거의 참패가 한반도 평화 무드에 역행하는 막말을 했기 때문인 것처럼 비판한 것이다. 혹시나 해서 요즘 보수 우익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김진태 의원은 어떨까 하고 그의 페이스북을 살펴 보니, 서청원 정도는 아니지만 남북 회담이나 미북회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나 심각성에 비하면 별로 발언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직선적인 발언 태도와 방식에 비추어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다.

남북 회담과 미북 회담이 열렸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마치 평화 무드가 대세라는 결론은 너무 성급하다. 한반도의 평화를 거부하고 남북이 대치 상태에서 현재의 기득권이나 지키면서 살겠다는 우파 진영 인사는 거의 없다. 일부 우파 인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남북 회담이나 미북 회담이 평화 정착이라는 본래의 목적과는 상관없이 김정은의 전략에 말려 들어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현한 것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김정은의 행동들을 선의로 볼 수 없으며 그것은 철저한 위장 평화쇼라는 것이 평화 회담에 대해 비판한 인사들의 시각이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참모들이 우파 인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만만한 인물들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의 협상 기술이 아니라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질을 평가하기 전에 미국이라는 나라의 입장에서 그들이 취할 행동 방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자유대한민국의 운명은 당사자인 우리처럼 절박하고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은 한국을 오랫 동안 한미 동맹국으로서의 우방이며 일본과 함께 극동 지역에서 공산주의자의 팽창을 억제하는 지정학적 이점으로서의 상수처럼 인식해 왔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칠망정 중국의 팽창을 억제해 주는 기능만 한다면 구태어 그들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 하면서까지 남한의 자유민주주만을 보호해야 할 필연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권은 이런 전략적 발상 전환을 가지고 트럼프를 미북회담에 나오도록 설득했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입장에서 교착 생태에 직면한 북핵 문제에 대한 발상 전환이 정책 수단으로 고려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잠재적 피해 당사국인 한국이 도리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트럼프 입장에서는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동맹국에 대한 의리나 자유와 인권의 수호자로서의 명분도 크게 손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고려했을 것이다. 당사국인 한국이 원한 것이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국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과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자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북한이 적대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자동적으로 남북의 평화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현재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남북회담 미북회담 이후 돌아가는 정세를 보면 김정은에게 속고 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쪽에서는 군사훈련 중지, 사실상의 대북제재 완화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만 그가 한 것이라고는 전방에 있던 일부 공격 부대를 조금 후방으로 후퇴시켰다는 것이 전부다. 그까짓 후방에 있는 공격 부대를 전방으로 다시 전진 배치하는 것은 몇 시간이면 가능한 것이다.

이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친박 인사들까지 '수구보수꼴통'을 들먹이며 김정은의 치밀한 속임수 전략을 경고하는 우파 인사들을 비판하는 것은 정말로 의외의 짓이다. '수구보수꼴통'이라는 용어는 좌파들이 우파 인사를 비난할 때 사용하는 단골 용어다. 친박 그룹의 속 내용은 모르겠지만 표면적으로라도 남북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던 과거의 행태를 상기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뭐라도 하나 눈에 뜨이면 잡아 가두는 문재인 정권에 겁을 먹은 것인가. 친박 일부의 개인적 일탈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