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처럼 정교(政敎) 분리 원칙을 강조하는 분들이 왜 그동안 천주교의 무슨 사제단이나 NCC같은 단체들의 노골적인 정치 간섭에는 침묵을 해왔는지 묻고 싶다. 지난 글에서 기독교계의 손봉호 장로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올린 일이 있다. 손봉호 장로가 요즘 시국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에 인격 모독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비난하고 그가 주도하는 집회를 두고 정치와 종교 분리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주장이 금과옥조가 되었는지 그의 말을 인용하여 원불교 원로와 불교 원로들까지 전광훈 목사를 비난하고 있다. 종교인들이라 무슨 심오한 생각을 하며 그런 글을 썼겠지만 오늘의 한국 현실을 생각해 보면 그들의 주장들은 현실 회피적이고 비겁한 처신으로 비쳐지고 있다. 물론 어느 사안에 대해서나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수는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들 모두가 '정교 분리에 대한 원칙"에 대해 잘 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와 정치의 분리는 두 가지 원리를 뜻한다. 그 첫째는 국교를 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다른 종교를 차별하는 입법을 해서는 안되고 정책 수행 과정에서도 종교적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종교와 정치의 분리에 대한 핵심 내용이다. 모두 통치 원리에 적용되는 내용이며 제도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문제는 시민의 입장에서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가능한가?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치적 인간과 종교적 인간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인 특성과 정치적인 특성이 한 인간의 정신 세계에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과 가치관의 문제다. 동성애 문제, 정의와 공평의 문제, 윤리의 문제, 신념과 이념의 문제 어느 것 하나 정치와 맞물리지 않은 것이 없으며 이런 사안에 대해 정치 영역이 영향을 미칠 때 당연히 시민과 시민 지도자, 종교인, 종교 지도자도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요즘 광화문 시위를 두고 종교 지도자가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면서 정교 분리 원칙을 말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과 586 세력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적어도 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종교 지도자가 나서는 것을 종교인의 정치 행위로밖에 인식을 못하는 것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공산주의와 기독교가 양립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한국 전쟁을 경험하면서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순교하였고, 더구나 현재 북한에서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고 있는 현실들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에서 종교 지도자들이 침묵을 하는 것은 비겁한 처신이며, 침묵은 고사하고 정교 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집회에 나서는 종교 지도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좌파 세력을 돕는 종교인들의 타락이 아닐 수 없다.

그처럼 정교 분리 원칙을 강조하는 분들이 왜 그동안 천주교의 무슨 사제단이나 NCC같은 단체들의 노골적인 정치 간섭에는 침묵을 해왔는지 묻고 싶다. 그런 사람들의 정교 분리와 전광훈 목사의 정교 분리는 다른 것인가. 종교계의 원로라는 분들의 처신이 이 지경이니 참 믿을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