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고 고치려는 사람은 발전을 기약한다. 그러나 단점은 숨겨놓고 장점만을 자랑하면 파국행 급행열차를 타게 된다. 국가도 다르지 않다. 박정희는 우리네의 단점을 국민에게 내보이며 고치자고 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뉴욕 타임스는 표지에 한국인이 몰려온다(The South Koreans are coming)는 글 아래에 한국인들이 공장을 짓는 모습. 초가집을 스레이트집으로 바꾸는 모습. 도로를 넓히고 다리를 놓는 모습. 외국에 가발을 팔러 다니는 모습. 서독의 광산에서 일하는 모습. 서양인의 용변을 받아내는 간호원의 모습 등을 사진으로 실었다. 저런 모습들이 세계인의 눈에도 보기에 좋았던지 '한강의 기적'이라 이름해 주었다.

그러다가 어떤 이가 느닷없이 “우리 국민은 위대합니다”라는 생전 처음 듣는 말을 하고 나왔다. 국민에게 헛바람을 넣어 인기를 얻겠다는 뜻이었다. 이때부터 정치인마다 뒤질세라 저런 말을 했고 여린 국민은 듣고 신이 났다.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착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 이만하면 되었다“고 배를 두드리며 자만심에 빠졌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가 우리 단점을 말하면 매국노 취급을 하는 사회 풍조, 정치 풍조를 만들어 버렸다. 그 이후 우리네의 단점을 말하여 국민을 각성시키는 정치인은 씨가 말라 버렸다. 고지를 눈앞에 두고 7부 능선에 만족하고 만 것이다.

국민이 '위대한 국민'이란 봄꿈에 취해 있을 때 IMF가 저 앞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도 고급 가든만 차리면 대박이 났다. 마침내 경제 식민지가 되었고 국부를 팔아치워버렸다. 그랬건만 국민은 ‘위대한 국민’이라는 착각에 아직도 취해 있다. 한국인 = 위대한 국민이란 등식이 뇌리에 박힌 것이다. 위정자들이 여전히 국뽕 주사를 놓기 때문이다. 'K방역' 국뽕을 놓고, ‘남북대화’ 국뽕을 놓고 ‘세계 10위권 국력’ 국뽕도 놓는다.

다수 국민은 'K방역'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위정자가 'K방역'을 자랑하니까 꼭두각시처럼 덩달아 좋아할 뿐이다. 혹 'K방역'이 실재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메르스와 샤스를 통해 전임자가 이룩한 것이지 자기가 세운 것이 아니다. 그가 ‘K방역 성공’이라 떠들 때 다른 나라는 조용히 백신을 맞혔다 우리는 겨우 103번째로 맞았다 그래놓고도 접종장에 와서 백신 맞는 구경이나 했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40%대다. 왜 그럴까? '위대한 국민'이다는 국뽕에 취해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위대한 국민이고 그래서 자기의 지지가 위대하다고 착각한 것이다.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이라 했다. 국뽕으로 속이는 위정자나 속는 국민이나 똑같다. 이제 그만 깨어날 때도 되었건만, 위정자가 '가덕도뽕'을 놓자, 부산이 살판 난 듯이 들떴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