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연두 교서 연설을 듣고
그는 북한의 극소수 독재 세력과 절대다수 주민, 한국의 소수 반미 세력과 다수 혈맹 세력을 은연중에 구별하고 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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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연두 교서 연설을 듣고
 
   미국 대통령 부시의 2006년 연두교서는 소신과 신중함으로 미려하게 엮어져 있다. 名연설이다. 자유와 개방에 대한 부시의 소신은 민주당의 원론적인 평등과 이기적인 고립, 중국의 겁나는 성장과 답답한 권위주의 사이에서 각각 균형을 맞추려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스무 번이나 고쳐 쓴 이유가 바로 이에 있지 않을까.
  
   양극 체제가 무너진 이후, 미국은 안팎으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자유의 기차에 무임승차한 선진국들은 '악의 제국'을 무너뜨린 슈퍼맨 미국에 손바닥이 얼얼하게 박수치고 일제히 차비를 내는 게 아니라, 은혜를 아는 일본과 영국과 호주 외에는 오히려 딴죽을 건다. 석유 자원의 보고 중동에 눈독을 들여, 뉴욕 테러를 은근히 고소해 하면서 미국의 최대 경쟁국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에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진다. 프랑스와 독일은 여전히 자유의 기차에 무임승차한 채, 철도회사 소유주이자 기관사인 미국에 대놓고 삿대질한다.
  
   정치적인 자유는 대폭 유보하고 경제적인 자유는 획기적으로 받아들인 중국이 일체의 자유를 거부한 자폐증 환자 구소련보다 오히려 훨씬 위협적이다. '악의 제국'이 거꾸러진 후 간도 빼 줄 것 같던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물에 빠진 자를 건져냈더니, 대뜸 보따리 타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은 진퇴양난이다. 풍요로운 소비를 위해서는 중국에 점점 더 많은 것을 개방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개방하면 할수록 일자리는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휩쓸려 간 건물처럼 허무하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쌍둥이 적자는 뉴욕에 내린 폭설처럼 걷잡을 수 없이 쌓일 수밖에 없고. 한 해 2천억 달러가 넘어선 對중국 무역적자는 탐욕스러운 미국 소비자의 구미에 맞추려는 미국 기업의 수익 구조 아니, 생존 전략 때문에 과연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세계 3대 수출대국이 된 중국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10년 후가 아니라 어쩌면 3년 후에 세계제일의 수출대국이 될지도 모른다. 싸구려 짝퉁에서 값싼 고품질 진품으로 중국산은 급격히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머잖아 미국이 반세기 동안 독점하던 세계표준도 중국으로 넘어갈지 모른다.
  
   EU가 절대 공짜가 아닌 세계의 자유에 대해 GDP에 걸맞게 얌체 여행을 끝내고 차비를 지불하지 않으면, 지구방위대의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으면, 이 자유가 언제까지 지켜질지 아무도 모른다. 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견디지 못하여 파산상태에서 '영광의 고립'으로 돌아가면, 무한궤도를 달리던 자유의 기차가 멈추면서 120여 국에 달하는 자유의 국가들이 제2차 대전이 끝날 무렵처럼 20여 국가로 순식간에 줄어들지 모른다. 양키가 벼락을 맞은 듯 정신을 차리고 서부개척 시대처럼 소비보다 저축을 우선하는 소박한 생활로 돌아가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바로 그 다음 날 1929년의 공황을 능가하는 대공황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여기 북한이 있고 이란이 있다. 시리아, 미얀마, 짐바브웨는 끼워 넣기. 이란 뒤에는 허풍선이 EU가 있지만, 이라크 경우처럼 덩달아 짖는 동네 개처럼 왕왕 대다가 말겠지만, 북한 뒤에는 도무지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중국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2차대전의 옥동자로 가장 자랑스러워하던 한국! 미국의 옛 친구 한국이 소련과 중국의 옛 동무 북한에 압승했다는 것을 중국이 이제라도 공개적으로 인정하면, 미국은 새로운 양극 체제를 만들려는 중국의 기를 팍 꺾을 수 있다. 불꽃 튀는 힘 겨루기가 동경 127도 북위 38도의 지점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경제 파트너이자 미국의 최대 정치외교 라이벌이다. 생지옥 북한에도 폭정을 종식시킬 자유의 바람이 불고 빈곤을 퇴치할 개방의 물결이 밀려가야 하지만, 중국이 턱하니 가로막고 중국식 자유와 중국식 개방으로 유도하겠다며 핵무기 개발도 인권 탄압도 부인도 시인도 않고 시간을 질질 끌며 중재하는 척한다.
  
   민주당의 간섭 없이, 중국의 동의 없이 부시는 애국법을 발동하여 위폐 건과 마약 건으로 백년하청인 북핵 문제의 외곽을 때려 폭정을 종식시키고 자유를 확산시키려 한다. 민주당과 중국이 이에는 아무런 이의를 달지 못하기 때문에, 부시는 굳이 연두교서에 언급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다.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설 뿐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를 밝힘으로써, 부시는 북한에 대한 압박 수단을 자연스럽게 유추하도록 만들었다.
  
   과연 호금도와 김정일과 노무현이 어떻게 나갈지! 북핵과 북한인권과 달러위조, 이 삼각 파도에 맞서서 과연 그들이 어떤 공조 체제를 유지할지! 이라크 국민이 자유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 때까지 이라크에 계속 병력을 주둔하겠다는 것은 민주당에겐 양해를 구하는 한편, 중국과 북한에게는 말미를 준다는 이중적인 의미로 읽힌다. 최소한 2006년에는 평양을 상대로 '외과수술'을 단행하지 않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그 뒤에 숨은 뜻은 무시무시하다. 완곡한 최후통첩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문제는 장차 다가올 다극체제 또는 양극 체제에서 미국이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우위에 서는 결정적 계기가 될 듯하다. 또한 이란의 사악한 지도층과 이란의 선량한 국민을 구별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의 극소수 독재 세력과 절대다수 주민, 한국의 소수 반미 세력과 다수 혈맹 세력을 은연중에 구별하고 있다. 절망적인 7천만 한민족의 운명에 한 줄기 서광이 비친다.
  
   (2005. 2. 1.)
  
  
[ 2006-02-01, 21:5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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