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두 방향
사회주의식 개혁은 순수한 동기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고착시키고 국가사회 전체를 가난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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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두 방향
 
   개혁이라는 말을 참 많이 쓴다. 민주화라는 말이 개혁이란 말로 대체된 것 같다.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은 1993년 이후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 같다.
   그러니까 개혁이란 말이
  '형식적인 민주화를 실질적인 민주화로 바꾸는 일'이란 뜻으로 사용되는 듯하다.
  
   그런데 개혁이란 말은 같이 쓰면서도 그 의미는 전혀 다른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A가 개혁이라는 것을 B는 개악이라고 하고, B가 개혁이라는 것을 A는 또 개악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A와 B가 서로를 불신하며 적대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개혁은 두 방향이 있는데, 이에 대한 합의 내지 양해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본다.
  
   프랑스 혁명 이후 자유, 평등, 박애에서 박애는 정치 영역에서 떨어져 나가고 자유와 평등이 서로 민주라는 이름으로 갈라서게 되었다. 1848년 '공산당 선언' 이후 이 경향은 뚜렷해졌다.
  
   이 중에서 체계적인 이론으로 무장한 평등파가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란 이름으로 개혁 또는 혁명을 일으켰다. 물론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한 일이다. 인민민주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동구와 소련의 붕괴로 극단적인 형태의 사회주의 혁명은 대체로 설득력을 잃게 되었으나 점진적인 사회주의 개혁은 여전히 자본주의 국가에서 유효하다.
  
   2차대전 후 개혁이라고 하면 서구에서는 대체로 사회주의식 개혁을 의미하게 되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의 북구가 한 때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의 개혁을 한 국가로 칭송을 받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이태리 등도 의회민주주의를 통한 사회주의식 개혁을 했다. 미국도 서구에 비해서는 그 강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사회주의식 개혁을 많이 도입했다.
  
   특이한 것은 아시아의 자본주의 국가들로서 이들은 말로는 사회주의를 거의 공산주의와 동일시하여 배척하는 듯했지만, 내용상으로는 '개인'이 아닌 '공동체' 중심의 문화의 영향을 받아 사회주의식 요소가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 고르바초프가 일본을 방문하고는 일본이야말로 사회주의 국가라고까지 했다. 소득 차이가 거의 없는 평등한 사회였던 것이다. 아시아 4룡도 남미나 미국에 비하면 사회보장제도가 아주 미비하고 노조가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소득 격차가 훨씬 적었다. 이것은 고용을 많이 하고 해고를 잘 시키지 않는 공동체 문화 전통이 강했기 때문이다. 내용상으로는 넓은 의미에서 사회주의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 상식과는 반대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계획경제라는 말 자체가 사회주의적 요소인 것이다.
  
   사회주의식 개혁이 순수한 동기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불평등을 고착시키고 국가 사회 전체가 가난해지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여기서 제일 먼저 치고 나간 나라가 영국과 미국이다.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줄이고 시장 경제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 이 나라에서는 곧 새로운 개혁을 의미하게 되었다. 상당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은 활기를 되찾아 다시 세계 경제에서 앞장서게 되었다.
   서구에서는 그래서 이들 두 나라를 따르는 것이 유행이 되다시피했다. 물론 반발이 만만찮다.
  
   서구에서는 대체로 제도적으로 오랜 사회주의식 개혁을 실험하고 이를 정착시켰다가 제도 피로 현상을 보이면서 개혁이 지금은 자유주의식 개혁 내지 시장 경제식 개혁을 의미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의 합의와 방향성이 정해진 편이다. 단지 그 폭과 속도가 문제될 뿐이다.
   이미 급진적 사회주의 개혁으로 실패한 동구에서는 개혁이라고 하면 급진적 시장 경제식, 자유주의식, 자본주의식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이 두 방향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했을 때, 이 경우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개혁을 할 때는 사회주의를 의미하고 시장 경제라는 이름으로 개혁을 할 때는 자유주의를 의미한다고 본다. 서로 상반되는 개념을 섞어서 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이미 갈등의 요소가 개혁이란 이름 안에 내재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둘 사이의 어중간한 타협이 개혁이란 이름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양쪽 모두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현실에서 개혁은 자유를 위한 것도 필요하고 평등을 위한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어중간한 타협을 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사안에 따라 분명한 잣대가 있어야겠다. 전체적으로도 조화를 이루어야겠다.
  
   예를 들면 사회보장은 좋지만,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 통합은 분명 평등을 위한 사회주의식 개혁인데, 이것도 선진국의 예를 보아 동기는 좋으나 부담을 어느 한 집단에게 일방적으로 많이 지우거나 후손들에게 떠넘기는 식의 무리한 방식은 안 좋다고 본다.
  
   규제 혁파는 자유를 위한 시장 경제식 개혁인데, 이것은 과감히 기업하기 좋은 환경 중심으로 빨리 바꾸는 게 옳다고 본다. 정부가 계속해서 관료주의식 발상에서 기업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국제 경쟁력에서 뒤떨어지고 그러면 사회보장을 할 여력이 없어진다.
  그러면 결국 돈이 없어서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식 개혁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주장은 이렇다.
  -- 돈을 벌어서 세금을 내고 노동자에게 임금을 주는 기업에게는 시장 경제를 강화하는 쪽(자본주의식 개혁)으로 과감히 개혁하라.
  -- 돈을 써야 하는 사회보장제도(사회주의식 개혁)는 여력을 보아 가면서 서서히 도입하라. (2000. 2. 9.)
  
[ 2006-10-02, 22:4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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