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허점
군사적 돌발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국가는 독자적으로 존립할 수 있는 국가가 못 된다.

양동안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지난 10일 동안 대한민국이 보인 행동은 대한민국의 여러 가지 허점들을 드러냈다.
  
  첫째, 군사적 돌발 사건에 대한 대응능력이 극히 열등하다는 허점을 드러냈다. 대한민국과 같이 군사적 긴장에 노출된 국가에서는 군사적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대응조치들이 기계적으로 신속하게 취해져야 한다. 그 동안 우리 정부는 도상훈련과 실전훈련을 수없이 많이 실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 대해 신속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우선 사건에 관한 정보를 신속하게 종합하여 판단하지도 못했다. 서해상의 접적(接敵) 해역에서 군함이 침몰되었으면, 그와 관련된 군부 및 민간의 모든 정보들을 국가위기관리센터로 취합하여 사건의 양상을 파악했어야 했는데 그런 초보적인 조치조차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 정부의 초기 발표를 보면 해양경찰의 정보, 지질연구소 및 기상청의 정보, 그 지역 어민들의 목격담 등이 취합되지 않은 것은 물론 해당지역에 배치된 군사시설인 열상감시장비(TOD)에 의한 촬영 정보조차도 제대로 취합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준다. 사건 발생시간에 대한 정부발표가 오락가락하게 된 것이 그러한 점을 밑받침한다.
  
  군함침몰사건과 같은 가시적 사건의 정확한 발생시간조차 신속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보다 큰 규모의 군사적 돌발사건이 발생할 경우, 또 그런 돌발사건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이 나라는 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둘째, 하나의 사건에 국가 전체가 과잉 몰입하는 허점을 드러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충격적인 사건이기는 하지만 국가가 올인할 만큼 큰 사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3월 27일부터 근 10일 동안 오로지 그 사건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이 정도의 사건에 국가 전체가 몰입하다시피 했다면, 이보다 큰 사건이 발생하거나 복수의 돌발사건이 동시다발할 경우 이 나라는 아마도 정신착란 같은 혼란에 빠질 것 같다.
  
  셋째, 군사적 돌발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국방당국과 정부가 권위를 확보하지 못하는 허점을 드러냈다. 국방당국과 정부의 권위상실은 국방당국과 정부가 각종 실수와 우물쭈물한 태도를 통해 자초한 일이다. 군사적 돌발사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독재를 필요로 한다. 신속함과 보안유지와 단호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국방당국이나 정부가 군사적 돌발사건에 대해 독재적으로 대응조치를 취하려면 국방당국이나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아야 한다. 천안함 침몰 사건 처리에서 보여준 국방당국이나 정부의 태도는 국민으로부터 권위는커녕 신뢰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었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놓고 각종 헛소리들이 난무하게 된 것도 국방당국과 정부가 권위를 상실한데 그 원인의 일단이 있다.
  
  넷째, 군대와 군사적 업무가 외부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는 허점을 드러냈다. 작전 중인 군함에서 복무하는 병사들이 외부와 자유롭게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침몰된 군함에 대한 처리를 사고 군함에 탑승했다가 실종된 병사들의 가족들의 주장에 따라 조치한 것이나 군함의 구조와 장비 및 성능들을 자세하게 까발리는 것 등은 정상적인 군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작전 중인 군함에 탑승한 병사들이 휴대전화로 마음껏 외부와 통화를 할 수 있다면, 그 군함의 작전 기밀이 유지될 수 없는 것이고, 심지어는 휴대전화만 가지고도 군함 내부에 설치한 폭발장치를 원격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또 군사기밀에 관련된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 군함의 선체를 수색·인양하는 일은 해군이 군사적 차원에서 결정하여 적절한 보안 속에 실행할 일이지 실종 병사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하고, 병사 가족들이 사고 지점에까지 출동하여 관찰하는 가운데 진행하거나, 그 계획과 진행과정을 언론매체에 낱낱이 공개하면서 진행할 일이 결코 아니다. 군함은 관광용 선박이 아니다.
  
  다섯째, 정부와 국민이 군사적 사건에 대해 과도하게 감상적으로 대응하는 허점을 드러냈다. 군사적인 일은 군사적 논리와 기준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당국과 정부는 정황상 사고 군함에서 탈출하지 못한 병사들의 생존가능성이 거의 없고 그들을 구조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실종 병사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감상에 젖어 탈출하지 못한 병사들을 구조하는 일에 매달리며 시간과 인력을 많이 소모했다. 또 그런 효과 없는 일을 진행하다가 순직한 군인을 애도하는 감상에 젖어 그에게 훈장수여의 규정을 무시하고 무공훈장을 추서했다. 훈장 인프레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상과 같은 허점들을 교정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군사적 돌발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국가가 될 것이다. 군사적 돌발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국가는 독자적으로 존립할 수 있는 국가가 못 된다. 2012년 전시군사작전권을 대한민국이 단독으로 행사하게 된 후에도 현재와 같은 허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국가안전은 크게 위험해질 것이다.(konas)
  
   양동안(한국학 중앙연구원 명예교수)
  
[ 2010-04-07, 17:0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