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 7일 안철수연구소의 자본금은 6억 5천만 원(액면가 5000원 X 13만 주 = 6억 5천만 원)이었다. 삼성 SDS는 1997년 4월 자금난에 빠진 안연구소에 4억 8천만 원을 투자하여, 2대 주주로 지분을 20% 확보하여 약 200억 원의 수익을 올린 모양이다.
   2012년 2월 14일 안연구소의 시가총액은 1조 1천억 원(11만 1천 원 X 1천만 주 = 1조 1천억 원)이다. 자본주의의 꽃, 주식시장의 마술이다. 이중에서 안철수의 몫은 3700억 원인데, 그중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굳이 태평양을 건너가서 빌 게이츠에게 자랑했다.
   “게이츠 씨, 당신은 돈과 명예밖에 없지만, 나는 돈과 명예만이 아니라 권력도 머잖아 손에 넣을 겁니다. 나와 미리 사진 한 장 찍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세요.”
  
   6.5억 원이 1692배인 1.1조 원으로 커진 데에 크게 두 번 요술 방망이가 작용했다. 기업의 가치에 따른 순수한 자본시장의 가격 형성이 아니었다.
   첫 번째 요술 방망이는 2001년 9월 13일 코스닥 상장을 2년 앞둔 2009년 10월 28일에 휘둘러졌다. 안연구소에 따르면, 당시 장외거래가는 3만 원에서 4만 원이었지만, 5만 원으로 계산해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 Bond with Warrant) 25만 주를 발행했다. 자본준비금 12억 5000만 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장외가는 5만 원으로 계산했지만, BW는 그 10분의 1인 액면가 5000원이었다. 이렇게 해서 총 주식수는 원래 13만 주에다가 25만 주를 더해서 38만 주가 되었다.
  
   장외가 5만 원 곱하기 13만 주, 이렇게 하면 65억 원이 나온다. 이 65억 원을 총 주식수 38만주로 나누면, 17105원이 나온다. 안연구소에 따르면, 이것이 BW의 가격이다. 요술 방망이는 본격적으로 휘둘러지기 전에 바로 여기서 딸랑딸랑 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맞춰 주식의 액면가를 10분의 1로 분할한 것이다. 그러자 총주식이 38만 주에서 바로 380만 주로 늘어났다. BW도 1710원으로 떨어졌다. 상장된 상태면 시세는 바로 10분의 1로 떨어진다. 그러나 상장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성실 공시의 의무도 자연히 없을 것이기 때문에, 장외가가 3만 ~ 4만 원에서 바로 3천 ~ 4천 원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1710원이면 두세 배 남기는 장사가 된다. 이 당시 장외가는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1만 원에서 2만 원으로 거래되었을 것이다. BW 발행 후 안철수와 삼성 SDS 등 대주주들이 물량을 시장에 내놓았을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장외가가 3만 ~ 4만 원을 유지했다면, BW 발행과 액면분할로 앉은 자리에서 20배에서 30배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1만 원에서 2만 원에 거래되었다고 하더라도 6배에서 12배를, 기업 가치와 전혀 관계없이 대주주들이 챙긴 것이다.
  
   마침내 2년 후 코스닥에 상장되는데, 공모가는 2만 3000원이었다. 액면가의 46배였다. 1710원의 13배였다. 이게 바로 요술 방망이가 제대로 크게 휘둘러진 결과다. 안철수의 인기는 대단하여 주가는 한때 6만 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BW를 대대적으로 발행하던 1999년에 겨우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고 상장한 지 3년이 지난 2004년에 매출 300억 원을 기록한 중소기업의 주가가 액면가의 120배나 된다는 것은 전형적인 폭탄 돌리기였다. 고수들이 빠져나가자 곧 조정에 들어가서 1만 원에서 2만 원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그렇더라도 액면가 500원, BW 1710원에 비하면 엄청난 뻥튀기였다. 어쨌거나 이게 시장가격이었다.
  
   정확히 시점은 언제인지 모르나 안철수는 경영권 방어 차원이라며 무려 146만 주를 주당 1710원에 별도로 배당 받았다. 총주식수 525만 주로 증가! 이 수법이 바로 삼성의 꼼수라고 하여 이건희가 3년 징역, 5년 집행유예, 1100억 원 추징금이라는 유죄 선고를 받은 것과 동일하다. 단, 삼성은 14000원의 2분의 1 가격인 7150원으로 인수했는데, 안철수는 공모가 23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13분의 1, BW 발행 후 최소한의 추정치 1만 원 시중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6분의 1 가격으로 BW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5만 원을 1710원으로 받았다는 강용석의 주장은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확한 말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안철수는 2001년 공모 전, 그 이전의 주식과 합하여 286만 5338주, 54.45%를 소유하게 되었다. 주식 상장과 더불어 안철수는 단숨에 286만 X 23000원 = 660억 원의 자산가가 되었다. 주식 공모는 약 200만 주였다. 상장 후 54.45%의 지분이 39.9%로 떨어진 걸 역산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총주식수는 718만 주가 되었고, 그 후 10년에 걸친 증자는 겨우 280만 주밖에 안 되어 현재 1000만 주에 이른다.
  
   안철수는 혼자만 146만 주를 별도로 받은 것 중에 달랑 8만 주만 125명 사원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었다. 실지로는 1710원 X 8만 주 = 1억 3680만 원밖에 안 된다. 여기에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146만 주의 BW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주당 1710원으로 계산하여 25억 원이 필요한데, 안철수는 어디서 이 돈을 마련했을까. 만약 이것도 본인 돈 한 푼도 안 들고 회사의 이름으로 빌렸다면,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두 번째 요술 방망이는 2011년에 광속도로 버번쩍 휘둘러졌다. 1년 전만 해도 안연구소의 주가는 2만 원이 채 안 되었다. 2011년 6월 30일 종가가 16700원이었다. 2000년 1월에는 1만 원도 안 되는 9000원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안철수가 정계에 진출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솔솔 퍼지고 본인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토크 콘서트에 출연하고 드디어 강호동을 만나 구도자 같은 외곬 인생을 수줍게 소개하자, 안연구소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하여 박원순을 서울시장에 당선시키고, 주식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하자, 한때 16만 7200원까지 치솟았다. 2012년 2월 14일 11만 원인 현재도 주당 순이익에 대한 주가를 나타내는 PER이 77.2이다. 코스피의 주식시장의 평균 PER이 10이 안 되므로, 이것은 아주 위험한 작전주다. 일본의 평균 PER이 약 20이고 대만이 약 15이므로 이 정도는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난 우량주라고 할 수 있지만, 77.2라는 것은 뒤늦게나마 금융당국도 경고를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 안철수연구소의 기업가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현금으로 기부한다며 안철수가 5%를 시장에 내놓는 순간 주가가 대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 테마주는 잠재적 대권 후보의 지지자나 투기꾼들이 정경유착의 금단과를 힐끔힐끔 엿보거나 언뜻언뜻 내비치는 악성 작전주이다. 누구보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도덕을 중시하는 안철수가 이런 정치 테마주에 대해서 한 마디도 경고하지 않고 도리어 싱글벙글 즐기고 그를 빌미로 수천 억 원 거품 기부로 천사 행세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2012.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