防産비리보다 더 나쁜 것
  
  방위산업 등 국방정책에 정치적 목적이 개입하면, 방산(防産)비리보다 훨신 더 국방전력에 惡영향을 준다.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함 세 척은 반쪽짜리 이지스함이다. 일본의 이지스함 레이더와 우리 해군의 이지스 레이더는 똑같다. 그러나 미사일이 다르다.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정에는 SM3 미사일이 탑재되었지만, 우리 함정엔 SM2 미사일을 장착했다.
  
  2012년 12월12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해당하는 은하3호를 발사했다.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발사한 은하3호 1단 로켓은 서해안에 떨어졌다. 은하3호는 서해안 상공을 가로질러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 당시 우리 해군은 은하3호를 제일 먼저 탐지했다고 떠들었다. 그러나 지켜볼 뿐이었다. 요격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달랐다. 만약 일본 상공을 가로질러 갈 경우에는 요격하겠다고 선언했다. SM3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지만 SM2미사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07년 5월25일 한국 해군의 첫 번째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 진수식이 울산 현대조선소에서 거행되었다. 이 자리에는 주한외국대사관 무관(武官)들도 대거 참석했다. 필자는 진수식에서 일본의 해상자위대 무관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일본 해자대 무관은 한국어가 유창했다.
  
  “우리 이지스함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아.네. 그런데 왜 이지스 레이다를 장착하면서 왜 SM3 미사일을 탑재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그리고 대잠 소나(sonar, 음파탐지기)도 약하고.”
  
  난 깜짝 놀랐다. 인사치레의 말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매우 구체적으로 답변했기 때문이다. 당시 군사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SM3 미사일 대신에 SM2 미사일을 장착하는 것과 대잠(對潛) 소나문제가 회자(膾炙)되곤 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美 해군과 더불어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탄도미사일 요격 훈련을 몇 차례에 걸쳐서 성공했다. 일본 이지스함이 탐지한 탄도미사일을 美 해군이 요격하고, 반대로 美 해군이 탐지한 탄도미사일을 일본 이지스함이 요격하는 훈련이다. 똑같은 이지스 시스템이기 때문에 데이터 링크를 통한 네트워크 시스템을 美日 간에 공유하는 것이 훈련의 핵심이다.
  
  해상형 MD 핵심이 바로 이지스함에 탑재한 SM3 미사일이다. SM3미사일은 요즘 뉴스가 되고 있는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망)보다 높은 고도(高度)에서 요격한다. 일본은 여덟 척의 이지스함으로 일본 열도 전체에 MD망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일본은 요격이 가능하다. 만약 우리도 애초부터 SM3미사일을 이지스함에 탑재했다면 현재 이슈가 되는 THAAD는 고려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한국의 이지스함에 SM3 미사일을 탑재하지 않은 이유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親北정책 때문이었다는 게 정설(定說)이다. 북한을 자극하면 안 된다는 논리와, 미국의 MD에 편입되면 안 된다는 논리에 의해 SM3 미사일을 탑재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가장 크고 심각한 방산(防産)문제다. 금전적 비리(非理)와는 차원이 다르다.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 진수식에서 축사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고성혁
  
  
  해군은 외형적으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발전했다. 1960~1970년대 북한의 간첩선 침투를 해군은 참수리 고속정과 포항급 울산급 함정을 도입하면서 완전히 격퇴했다. 북한 간첩선을 격퇴하기 위한 명확한 군사적 개념설정의 성과였다. 그런데 금번 해군 수뇌부가 연루된 방산비리로 인해 해군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북한의 해상접근 거부전략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90년대 들어서 북한은 해상침투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1996년 무장공비를 침투시키기 위해 침투한 북한 잠수정이 강릉 안인진리 해안에서 좌초했다. 그외에도 동해상에서 우리 어선 그물에 北 잠수정이 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잠수함에 대한 해군의 대응은 전혀 진전(進前)이 없었다. 결국 2010년 3월26일 천안함은 북한 잠수정에 폭침당했다. 북한 잠수함 전력(戰力)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이는 분명한 정책적 실패에 기인한다.
  
  북한은 잠수함 전력을 제외하면 수상함 戰力에선 절대적으로 열세에 있다. 그래서 북한은 해상전투가 아니라 해상접근 거부전략을 펼치고 있다. 서해5도를 마주 보고 있는 북한 해안선에 는 해안포와 스틱스 또는 실크웜 對艦(대함)미사일 집중 배치 되어 있다. 한미연합해군에 대한 해상접근 거부전략의 일환이다. 우리 해군은 아직도 북한의 접근 거부전략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지상발사형 실크웜 對艦 미사일
  
  실크웜 미사일은 중국이 옛 소련의 스틱스 미사일을 해안기지 방어를 위한 육상 발사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중국은 1978년부터 실전 배치했으며 북한도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 도입해 서해 주요 군사기지 주변에 집중 배치했다. 적외선 레이더 유도로 저공비행하며 명중률이 7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해5도 인근해상에서 작전하는 우리 초계함이 가장 두려워 하는 무기 중 하나다.
  
  
  북한이 공개한 지상발사형 실크웜 대함 미사일
  
  
  스틱스 對艦 미사일도 있다. 스틱스 미사일 레이더를 가동하면 아군 초계함은 기동을 제한을 받는다. 북한 미사일 사거리에서 벗어나기 바쁘다. 2002년 6월 제2차 연평해전 당시 해군 초계함이 북한 경비정을 쫓다가 서해기지에 정박한 북 경비정의 스틱스 미사일 발사 신호를 포착해 결국 채프(敵 레이더 신호를 교란하는 물질)를 뿌리면서 추격을 포기한 일도 있다. 천암함이 폭침된 위치도 사실 북한의 스틱스 對艦미사일로부터 엄폐하기 위한 장소였다. 그런 사실을 간파한 북한은 잠수정을 우회 침투해 천안함을 폭침시킨 것이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보면 해군에 가장 절실한 훈련은 美해군과의 훈련보다는 북한의 대함미사일이나 레이더를 교란시키고 요격하는 훈련일 것이다. 해군의 광개토대왕함급 이상의 구축함에는 함정용 전자전 체계인 SONATA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지만, 서해5도를 지키는 主力 함정인 고속정과 포항, 울산급 함정엔 전자전장비가 매우 제한적이다. 울산급 호위함에는 스틱스에 대응할 재밍정보를 입수하여 방어할 목적으로 ULQ-11/12K 전자장비를 탑재하고, 4기의 채프시스템이 장착되었으나 충분하지 않다. 결국 북한이 對艦 미사일 레이더를 가동하면 我軍 초계함은 일단 뒤로 물러나야 한다.
  
  
  
  
  
  미국이 포기한 XM29 OICW복합소총(위) 美 해병대가 채택한 리벌버 회전형 유탄발사기(아래) (사진출처: 美 국방부 홈페이지)
  
  
  육군의 문제
  
  해군 뿐 아니라 육군에도 문제가 있다. K11 복합소총이 그렇다. 개발 초기 당시 미국도 실패하고 채택하지 않은 복합소총을 굳이 개발해야 하느냐는 反論이 있었다. 당시 미국은 복합소총의 실전(實戰)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에 단순한 형태의 리벌버 방식의 유탄 발사기를 채용했다. 반면에 우리 軍은 名品이라는 자화자찬을 곁들이면서 K11 복합소총을 제식화했다. 그러나 각종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결국 K11복합소총은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K21 보병전투 차량 역시 마찬가지다. 수상도하를 목적으로 삼은 K21역시 실전에서 그 효용성문제를 개발초기당시부터 제기했었다. 한때 미국도 수상도하 전투장갑차 개념설정을 하다가 포기하고 증가장갑 우선으로 방향으로 선회했다. 독일의 퓨마 장갑차나 미군의 브래들리 장갑차는 증가 장갑을 우선했다. 이라크와 아프간戰을 치루면서 증가 장갑의 필요성은 실전에서 입증되었다. 독일과 미국이 포기한 수상도하 전투 장갑차를 우리는 고집했다. 우리 軍이 고무튜브로 부력을 유지하는 게 과연 실전에서 효과적인지를 파악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