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신 再재신검 주장, 알고 보니 짜증이 난다
  
  
  평소 보수적인 사이트를 자주 찾는 서울 시민입니다. 조갑제닷컴에도 가끔 들어옵니다. ○○저장소에 가보니 얼마 전부터 조갑제는 빨갱이다, 박원순 편이다, 우익의 배신자다는 말이 돌더군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박원순 서울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가 병력비리를 저지른 것이 확실하다며 신체검사를 새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번에 그 사람들에게 크게 실망했습니다. 큰 문제점을 발견했기 때문에요.
  
  처음에 양승오 박사가 세브란스 병원이 공개한 박주신 MRI 사진이 박주신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을 때는 양 박사가 뭔가를 터뜨리겠구나 싶었습니다. 영상의학의 권위자라고 하니까 믿은 거죠. 그래서 양 박사 재판에 관한 인터넷 뉴스를 관심 있게 지켜봤습니다.
  
  양 박사 재판이 예고될 때마다 이번엔 뭔가 결정적인 것이 나오겠지 하고 기대했습니다. 양 박사 쪽에서도 마치 ‘개봉박두’ 하는 것처럼 뭔가 한방 있어 보이는 뉘앙스를 풍겼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이상하더군요. 그러다가 요새 ○○저장소에서 조갑제씨를 욕하기에 조갑제닷컴에 한번 들어와 봤습니다. 김철희라는 시민이 쓴 글을 봤고 조갑제씨가 쓴 ‘한니발의 배수진, 신립의 배수진...’이라는 제목의 글도 봤습니다. 머리가 띵해지면서 갑자기 짜증이 화악 나더라고요. 박주신 再재검 주장 자체가 말이 성립 안 되는 것인지 깨닫게 돼서 그랬습니다.
  
  저는 서울 시민이긴 하지만 일 관계로 몇 년 전부터 경남에서 근무합니다. 가끔 동료들과 박원순 시장에 대해 얘기 할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열심히 비판하는 편이었고 요샌 인터넷 신문에서 본 대로 박원순과 박주신을 병역비리자라고 단정하고 있었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장소에 박원순 비판 댓글도 남겼습니다. 그런데 조갑제닷컴에서 김철희라는 시민과 조갑제씨 글을 보고 나니 얼굴이 화끈해지는 겁니다. 병역비리자란 말을 괜히 내질렀다 싶었습니다. 명절이고 해서 박원순을 싫어하는 친구 한명과 통화했는데 친구도 말이 좀 안 맞다 하더라고요. 이런 거죠.
  
  처음에 양승오씨가 박주신 병역의혹을 제기하게 된 것은 세브란스 병원 사진을 보고서였죠. 그 사진은 박주신 것일 리 없다는 거였지 않습니까. 세브란스 사진을 보고 박주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그 사진 내에서 박주신이 아닌 근거를 대야 당연합니다. 영상의학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그 사진을 보면 20대를 찍은 것이 아니라며 그러니깐 박주신일 수가 없다고 해야 하는 거죠. 저는 양승오씨가 이런 식으로 세브란스 사진에서 뭔가 결정적 증거를 찾아 밝힐 줄 알았죠.
  
  그런데 양승오씨 측은 그 사진을 어디에 보내서 감정하느냐의 문제를 가지고도 예민해 하더군요. 사실 그때부터 좀 이상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20대를 찍은 사진이라 볼 수 없다고 할 게 뻔하다면 어딜 보내든 무슨 상관입니까.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그건 확실하지는 않다는 말이잖아요. 20대를 찍은 사진이 아닐 거란 주장은 양승오 박사 개인 견해라는 것이잖아요. 조갑제씨가 쓴 글 내용처럼 DNA나 지문, 1+1=2와 같은 이런 것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거죠. 그런데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그건 공식 같이 확실한 게 아니라 어느 박사의 개인적 의견인 거 아닙니까.
  
  지금 양승오씨 측 얘길 들어보면 결국 세브란스 병원 사진으론 그 사진이 20대인지 40대인지 확실하게 규정할 수 없다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再재신검을 해야 된다지 않습니까. 짜증이 확 났습니다. 세브란스 사진을 보고서는 박주신인지 아닌지를 확실히 규명할 수 없는 문제였다면 애초에 병역의혹 제기를 말았어야죠.
  
  김철희씨 글에 보니 ‘조갑제 기자의 발언은 양승오 박사 재판 내용이 많이 알려진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던데 그 말이 지금 확 다가옵니다. 가면 갈수록 이상해요. 저는 양승오씨와 그 변호사가 병역비리 확률을 99%에서 100%로 수정해서 본다고 한 뉴◯◯◯ 기사를 보고 세브란스 사진에 영상의학권위자가 짚어낼 수 있는 무슨 결정적 증거가 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니 허탈했습니다.
  
  박주신에 대하여서만 아버지가 밉다고 무죄추정이 아니라 유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면 됩니까? 아마 이 글을 보고도 확신자들은 저를, 박원순 첩자니 죽일 놈이니, 양승오 박사 주장을 제대로 들어는 봤느냐고 할 겁니다. 그런 광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겁니다.
  
  양승오씨 측은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세브란스 사진을 토대로 뭔가 역전 드라마를 보여 줄 것으로 믿게 해놓고 이상하게도 명절 이후론 박주신 이빨 타령입니다. 슬그머니 레퍼토리가 바뀌었어요. 짜증이 더 납니다. 이빨 얘긴 主메뉴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밥과 국이 아니라 반찬 중에 하나였지 않습니까? 허리에서 이빨로 主메뉴가 바뀐 것 같군요. 모르겠습니다. 이빨이 主메뉴였다 해도 이젠 그 얘기도 좀 이상하군요.
  
  박주신 이빨 얘기도 결국 중산층 박원순 아들이 그 정도 이빨이 썩을 리 없고, 싸구려 아말감 치료를 할 수 없다는 그 정도 얘기 아닙니까. 그 치료했다는 의사도 수상하고 심평원 관계도 수상하다는 얘긴데, 이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박영감 금덩어리 없어지던 날 김서방이 밤에 배회하더라는 수준의 얘기로 들립니다.
  
  박주신은 그 치과치료를 한 후 나중에 다른 곳에 가서 새로 치료를 했는지 어쨌는지도 모를 일인데, 그런 걸 가지고 박주신이 병역비리를 저질렀다고 단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좀 허접하지 않습니까. 이빨 엑스레이 사진 하나를 들고 무엇과 비교해서 무엇 때문에 박주신 이빨 사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보험증 번호니 이런 부분 오류 등은 그 의사가 박주신뿐만 아니라 평소 보험비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행정적 실수나 관습 땜에 벌어진 일일수도 있다고 봐요. 어찌되었든 그 의사는 박주신 치료를 했다는 거 아닙니까.
  
  세브란스 병원 방사선사가 수상하다는 말도 이젠 짜증납니다. 그 사람이 몰래 통화하는 이성 친구가 있어서 차명 전화를 쓴 것인지, 집이 원래 부자라서 비록 병원에 일하긴 해도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건지 알 수도 없는데, 사람들은 그 방사선사도 비리자로 보고 있는 판국입니다.
  
  양승오씨와 그 변호사는 박주신 병력비리를 100%라 단정했습니다. 양승오씨 말은 결국 나는 선한 사람이고 내가 영상의학 권위자니 내 말은 진실이고 다른 의사들은 다들 뭘 좀 모르는 사람이란 거 아닙니까. 세브란스 병원 의사들이 하는 말은 박원순 측과 짜고 하는 거짓이거나 영상의학 권위자가 아니라서 뭘 모르고 하는 소리란 거 아닙니까.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지금 재판받고 있는 양승오씨 팀이 불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트위터를 날린다는 사람도 있던데, 그건 법원과 검찰이 불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단 말로 들리더군요. 양승오씨는 진실한데 법원과 검찰이 불공정한 재판을 한다는 건 법원과 검찰도 비리집단이란 소리로 들리더군요.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판검사가 양승오 누명이라도 씌우겠단 말로 들립니다. 이러니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지금 와서 둘러보니 박주신 再재검을 하자는 소리 자체가 논리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박주신 再재검을 해서 그가 무고할 경우 병역비리 단정자들이 처벌 받거나 백배사죄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니 말할 필요도 없고, 제가 보기엔 再재검을 할 만한 확실한 의혹이나 명분 자체가 없는 겁니다.
  
  지금 전개된 걸 보면 박원순이 밉다, 박원순은 틀림없이 무슨 비리를 저질렀을 것이다, 박원순과 박주신은 병역비리자 맞다 확실하다, 그러니 일단 찔러나 보자 아님 그만이지 뭐, 여기 동조하지 않는 인간은 박원순 편이다, 이거 아닌가요? 이거 완전 인민재판 아닌가요? 이게 보수입니까? 이게 팩트를 중시하는 겁니까? 또 저까지 욕을 퍼붓겠지요. 자기 실명도 밝히지 않고 숨어서 큰 소리 치겠지요. 날 고소해봐라면서.
  
  제발 그러지들 맙시다. 비판은 匿名으로 하더라도 욕설은 실명으로 하세요. 양승오씨 측은 단정을 했으면 그냥 밝히세요. 언플 그만하시고요. 병역비리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단정했으면 그 상태에서 증거를 내놓아야 맞지, 병역비리를 저질렀을 거라 단정하며 증거가 있는 것처럼 해놓고 병역비리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再재신검을 하자니 말이 됩니까? 再재신검 하자는 말은 병역비리라고 주장할 때 그 증거도 뚜렷이 없이 했다는 말이잖아요.
  
  再재신검은 박주신이 병력비리를 저질렀다는 전제로 할 수 있는 주장 아닙니까? 박주신과 세브란스 의사, 방사선사, 치과의사, 병무청 직원을 모두 짜고 비리를 저질렀다는 전제로 하는 주장이에요. 가만히 함 생각해 보세요? 세브란스 의사, 방사선사, 치과의사가 위증, 병역비리로 구속됐을 때나 할 소리 아닙니까.
  
  지금 법원과 검찰이 양승오 누명을 씌우려고 세브란스 의사, 방사선사, 치과의사에게 문제 있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봐주고 있다는 겁니까? 지금 이 일은요. 再재신검을 하자고 떠들기 전에 말이죠. 再재신검을 주장하는 게 이 시점에서 과연 말이 되는 주장인가, 명분이 있는가부터 먼저 따져야 해요. 그런 충분한 검토가 있고 나서 再재검 주장을 해도 된다고 봐요. 그러기 전에 무조건 再재검부터 하고 보자 주장하고 좀 차분하자고 하는 사람까지 매도하는 건 인민재판식 폭력이라 봅니다.
  
  그 병역비리 문제는 양승오 팀에 맡겨 두세요. 결과가 나겠죠. 법원이나 검찰이 멀쩡한 양승오 팀을 누명 씌우는 일 없을 겁니다. 박원순 시장 문제점은 많아요.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하도 짜증나고, 이건 아니다,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서 글 써봤습니다. 냉정 좀 찾읍시다. 건전한 보수시민들은 막무가내식 再재검 요구에 침묵하지만 말고 양심 있는 주장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