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을 비롯한 대형 조선사와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조선과 해운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의 파급은 국가경제 전체를 힘들게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 회사가 잘 나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어려워진 것이 아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어려워져 이제 더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 이르고서야 대책에 부산하다. 그 동안 경영진은 물론 근로자들도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 텐데 말이다. 이를 생각하면 망하라고 악담이라도 내뱉고 싶은 심정이다.
  
  대우조선의 부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265.82%(세계일보 보도)에 이른다고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난 기업들보다 더 악성이다. 우선 이렇게 만든 회사 경영자를 비롯한 전 임직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구조조정이라면 으레 해고부터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해 온 이 방식은 크게 잘못된 관행이다. 봉급생활자를 회사에서 내 보내면 나가서 어쩌란 말인가? 회사가 어려워지면 다 같이 어려워져야지 왜 일부 임직원들만 쫓겨나 거리에 나 앉으라는 말인가?
  
  대우조선의 경우 2015년 기준 직원 1만3199명이 받아간 1인당 연간 급여가 평균 7500만 원이라고 한다. 이 급여는 30%를 삭감해도 5000만 원이 넘는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약 388만 원으로 연봉 약 4656만 원이 된다. 대우조선의 경우 급여를 30% 삭감을 해도 근로자 평균 급여보다 훨씬 상회한다. 평균 급여가 대기업의 62% 수준인 중소기업 근로자에 비하면 그 격차는 더 크다. 즉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현재 임금에서 30%~50% 정도 삭감을 해도 고임금 직장인 셈이다.
  
  위 분석에서 드러났듯 기업의 구조조정은 해고가 아니라 임금 삭감으로 관행을 바꿔야 한다. 임금을 삭감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일단 길거리로 내 쫓기는 사람을 막을 수 있다. 이는 양극화 해소와 실업자 확산 방지로 사회불안 요소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양극화는 재벌 때문이 아니다. 재벌은 고용창출의 주체다. 가령 현재 현대자동차 임금을 30% 삭감했다고 하자. 그만큼 고용 여력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 상식이다. 해고는 무더기로 할 게 아니라 성실하지 않은 직원을 수시로 가려내면 된다.
  
  다음 효과로는 생산단가가 낮아져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달(4월) 집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선박건조 수주가 제로라고 한다. 지난달 세계 전체 발주 물량 중 중국이 약 48%를 쓸어가고 일본도 약 7%를 가져 갔으나 우리는 제로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수주실패 요인은 역시 가격이다. 임금이 높으니 입찰가를 낮게 쓸 수가 없다. 임금을 삭감하게 되면 그만큼 수주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 다음 효과로는 사회 전체의 파급효과다. 중소기업의 임금을 대기업에 맞출 수는 없다. 대기업이 임금을 삭감하여 중소기업과의 격차를 줄이면 양극화 해소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물가를 억제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우리나라 물가가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의 물가는 일본 도쿄 물가를 앞질렀다. 이는 반드시 해소해야 할 요소다. 그리고 구조적으로 폭리가 만연해 있다. 이런 악성 구조가 대기업 임금 조정(삭감)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개선될 것이다.
  
  임금 삭감 정책을 현실화 시킬 수만 있다면 이처럼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는 사실을 정부나 재계에서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이를 실현해 보고자 하는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이를 밀어 붙이다가는 광화문 앞뿐 아니라 전국이 시위대로 들썩거릴 것이고, 결국 정권을 내놔야 할 지도 모른다. 국회와 언론, 그리고 사법부까지 범국가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案을 내고, 국회가 입법 뒷받침하고, 언론이 설득에 나서고, 강성 노조의 폭력은 사법부가 엄중히 다루고, 국민 여론도 이에 힘을 보태 줘야 한다. 이런 범국가적 노력 없이는 한낱 空想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조선산업은 원래 네덜란드가 종주국이다. 영국 등 유럽에서 주력산업으로 각광 받다가 일본으로 바톤이 넘어갔고, 이어 한국, 중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임금 격차다.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주도권을 빼앗아 올 때 중국으로의 행로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당하는 것은 필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