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잔만큼만
“권력이란 남용해야 그 맛이 있는 거야. 원칙대로만 하면 정말 힘들고 아무런 매력도 없는 거야.”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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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선배가 있다. 그는 나이 예순다섯 살이 되자 모든 걸 접어버리고 은거하기 시작했다. 혼자 산 속을 걸어다니고 밤이 되면 경전을 읽고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 같았다. 내가 삼십대 그를 만났다. 그는 재판장이었고 나는 병아리 변호사였다. 그 후 그는 권력직에 임명됐고 나는 잠시 그의 보좌관을 했다. 속세의 높은 사람들을 어깨 너머 잠시 구경할 수 있는 기회였다. 선배는 삼십대의 젊은 나에게 이따금씩 한 마디 했다.
  
  “권력이란 남용해야 그 맛이 있는 거야. 원칙대로만 하면 정말 힘들고 아무런 매력도 없는 거야.”
  
  그건 진리였다. 많은 걸 구경했다. 모두들 권력을 가지려고 개가 되고 있었다. 비굴했다. 아니 개도 자신이 한 끼만 먹을 게 있으면 만족했다. 권력을 탐하는 인간은 개보다 못한 것 같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신(神)이었다. 강도의 칼 같이 권력도 남의 돈을 뺏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수 있었다.
  
  대통령은 재벌 회장을 만났다. 보고 싶고 정이 깊어서 만나는 게 아니었다. 근엄한 정책토론은 실무자들이 다 했다. 힘을 배경으로 돈을 뺏는 순간도 존재했다. 기업가는 권력을 차용해서 장사를 하자는 철저한 거래였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써달라고 말하지만 그건 헛소리였다. 권력자의 힘이 빠지면 그들의 거래가 법정에 드러났다. 판사들은 대가성 판단을 하는 힘을 구사했다.​
  
  대통령이나 재벌 회장쯤 되면 성인군자로 보는 것 같았다. 나랏님은 치외법권이라는 왕조시대의 의식도 작동됐다. 젊은 시절 잠시의 권력지대 구경은 반면교사로서 내게 열심히 무엇을 구하는 마음을 없애주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 대통령 앞에서 위축되어 기는 것은 어떤 자리를 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재벌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은 재물에 대한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당당한 자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
  
  광야에서 마귀는 예수에게 세상의 권력과 부는 다 자기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에게 무릎을 꿇으면 그 모든 것을 다 주겠다고 했다. 그때 예수는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는 것이라고 대답하면서 시험을 통과했다. 나도 나름대로 무엇을 구하는 마음을 죽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힘들었다. 아이들 교육비와 밥을 먹기 위해서는 탈을 쓰고 고개를 숙여야 할 때도 많았다. 일에 대한 품값을 주면서도 생색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속인의 속박을 면할 정도의 돈만 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나이를 먹으면 산 속에서 경전을 읽는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선배가 넘던 예순다섯 살 고개에 도착했다. 주위를 돌아본다. 이제는 껍데기부터 모두 평등하다. 특별한 미남도 없다. 전부 낡은 가죽자루 속에 든 할아버지다. 돈을 가진 사람들도 특별한 게 없다. 그들의 돈은 단순한 숫자상의 개념이다.​
  
  벌기만 했지 쓰는 걸 배우지 못한 사람들 돈은 의미가 없었다. 인간의 수명은 공평하다. 돈을 낸다고 더 오래 살지는 못한다. 장관을 하고 의원을 한 친구들은 그런 과거의 벼슬이 오히려 삶에 걸림돌이 된다고 호소한다.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의 눈길에서 초라한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냉소를 짓는 걸 느낄 때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젊은 시절로 고뇌하던 때로 돌아간다면 나에게 뭐라고 말해줄까. 열심히 헛된 것을 구할 마음조차 가지지 말라고 하고 싶다. 발버둥 친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받은 잔만큼만 채워진다. 그냥 하나님이 주시는 작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으면 되지 않을까. 주시지 않은 것을 누리고 싶어 억지로 구하면 고통만 올 뿐이다
  
  
  
  
  
언론의 난
[ 2017-03-19, 09:33 ] 조회수 : 1906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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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환   2017-03-19 오후 7:16
또 무슨 요술을 부리려고 정신혼미한 글을 올릴까?
  참좋은세상   2017-03-19 오후 2:09
너 자신을 알라! + 아는 것이 힘이다!》》》너 자신을 아는 것이 힘이다!
아직 예순다섯이 되려면 한 참 남았지만 자신의 그릇크기를 알고 욕심을 내었으면 합니다.
X바른당인가 하는 당은 금수저가 유난히 많다고 하더군요. 그기에 시류를 잘타던 눈치가 빠른 사람도 많구요!
아마 우쭐하던 자기 재주가 아니고 선대의 혜택이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한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세살 교육의 중요함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만학   2017-03-19 오전 11:26
권력의 맛은 남용하는데 있다! 이 기막힌 진리를 나이 70이 넘어 처음 알았네요.
  이성과 감성   2017-03-19 오전 10:24
젊은 시절의 잠시의 권력지대 구경이 필자에게 열심히 무엇인가 구하는 마음을 없애주었다니 대단히 안타깝군요.
내가 가까이서 평생 보아온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자기가 가진 돈과 힘을 적절히 사용하여
이 사회에 큰 도움을 가져다주는 이들이 꽤 있던데 말입니다.
드러나진 않아도 그런 이들이 더 많았으니 이 나라가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왔을테지요.
젊은날 어떤 한면만 보고 그게 전부인줄 알고 반쯤 눈을 감고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안타깝다고 할 수 밖에...
하긴 대학신입생 시절 '해방전후사의 인식' 한권으로 그게 진리인양 평생을 외눈박이로 살아가는 이들이 수두룩한 나라이니 어쩌겠습니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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