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칠 때 엎드리는 부자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되어 본 사람의 뼈저린 체험기.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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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하고 적막한 일요일 오후다. 아내는 장모를 모시고 동해안 쪽으로 갔다. 잘 다녀오라고 했다. 평생 받은 부모의 은혜에 얼마간이라도 보답한다는 건 향기로운 일이다.​
  
  책을 읽고 있는데 동네 교회에서 만나던 두 분 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가까운 제과점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나와서 놀자는 것이다. 칠십대 중반과 팔십대의 선배 뻘 되는 분들이었다. 평생 살면서 요즈음은 가장 느긋한 행복을 즐기는 시기인 것 같다. 학교나 직장을 다닐 때는 톱니바퀴같이 빈틈없이 짜인 스케줄 때문에 친구들을 만날 시간도 없었다. 특별한 목적이나 이익을 계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늙으니까 이제는 자유가 생겼다. 불러주는 것만도 고맙다는 생각이다. 커피와 녹차라테를 시켜놓고 노인끼리의 수다가 시작됐다. 내가 선배들에게 말했다.​
  
  “칠십대 팔십대면 이제 도통할 나이가 됐습니다. 근래에 깨달은 게 있으면 알려 주세요.”
  
  삶은 현장이고 체험이다. 살아가는 현실 하나하나에서 만나는 사람에게서 진리를 발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젊어서 관료를 했던 선배가 입을 열었다.​
  
  “얼마 전 몇 사람과 오랜만에 골프를 치러갔어. 한 친구는 아주 재산이 많은 친구야.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아직도 관직에 관여하고 있고 말이야. 나만 백수 신세지.”​
  
  그 역시 중앙정부에서 차관을 했으면 만만한 경력이 아니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골프를 치는데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더니 번개가 치고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천둥이 울리더구만. 골프장 잔디 위로 벼락이 떨어질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있었어. 돈이 많은 친구는 갑자기 백짓장 같이 얼굴이 하얗게 변하더니 골프장 잔디 위에 쭉 엎드리는 거야. 나무 밑에 있어도 벼락에 노출되니까 그렇게 한 거지.
   권력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관료인 친구는 몸을 구부리더니 오리걸음으로 어기적 어기적 피할 데를 찾더라구. 그런데 돈이 없는 한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벼락이 떨어진데도 늠름하게 골프장 잔디를 걷더라구. 그걸 보면서 돈이 있는 친구는 그 돈 때문에 죽는 게 굉장히 두렵구나 하는 걸 봤어. 권력을 가진 친구도 그 가진 것 때문에 죽음이 싫고 말이야. 돈이 없는 사람이 가장 자유로운 거야. 뭔가 가지고 있으면 이 세상에 애착이 많아서 편하게 죽지 못하는 거지.”​
  
  지나가는 말이지만 의미가 배어 있는 말이었다. 돈이라는 게 세상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갈라놓고 있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더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층층이 사람들의 종류가 많기도 하다. 그 자리에 있던 팔십대의 다른 한 분이 화답하듯이 말했다.​
  
  “내가 부도가 날 때 팔백억대 재산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상당한 부자인 셈이었지. 그런데 빈털터리가 되니까 모든 게 달라지는 거야. 어려서 친한 친구들이 모두 멀어져 버리더라구. 돈이 그런 작용을 하는 거야. 연락 한 번 없어. 심지어 집안의 조카 결혼식에도 망한 나는 아예 부르지를 않더라구.
   ​나름대로 돈이 있을 때 사업도 도와주고 어음도 빌려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도 모두 등을 돌려버리는 거야. 없다는 건 굶는 게 아니라 세상이 나를 무시하는 거지. 그게 돈의 의미였어. 그런데 하나님이 정말 공평한 건 말이야 부자라고 수명을 이백 년 살게 하지는 않았거든.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하나님이 오늘 저녁에 부르시면 가야 하는 거지.”​
  
  뼈저린 체험에서 나온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담담하게 말하는 그는 부자도 가난한 자도 되어 보았다. 그 모두를 넘어서 달관의 경지에 도달한 것 같았다. ​
  
  두 노인에게 근처 음식점에 가서 백반을 샀다. 하얀 밥과 콩나물국 달짝지근한 향기가 나는 감자 졸임과 상추 그리고 양념해서 볶은 돼지고기가 나왔다. 젊어서 사람들을 만나면 누가 더 돈이 많은지 누가 더 높은지를 속으로 은근히 따졌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을 만나면 함께 밥을 먹으면서 상대방에게 배어나오는 지혜를 배운다. 그리고 머지 않아 헤어질 것을 아는 세월에 서로 마음의 끈을 연결해 보고 있다.
  
  
  
  
언론의 난
[ 2017-03-20, 05:37 ] 조회수 : 2463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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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idn   2017-03-22 오후 8:54
냄새나는 천박한 사람들의 듣고싶지않은 소리다.
배운사람답게 여유롭게 아름답게 향기나는 삶이 조금만 이라도 있어 세상에 드러났다면 우리사회가 지금처럼 시궁창 냄새나는 온통 빨갱이 천지가 되지는 않았을 터인데 ...
  정답과오답   2017-03-20 오후 10:22
이성님의 주장에 한표
어거지로 보인다는것에 동감입니다
  이성과 감성   2017-03-20 오후 12:06
골프장 에피소드는 너무 작위적이고 주관적이라 쓴웃음이 나오는군요.
사실같지도 않지만 만약 사실이라해도 유치하고 허접한 일방적 해석일뿐..
사람마다 제각기 세상을 보는 틀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 나이를 먹고도 세상과 사람을 자신이 보고 싶은 방향으로만 꿰맞춰 보려하는건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그래서 늙으면 스스로 옹졸해짐을 경계해야 하는 겁니다.
나 역시 가난한 인생,부자인생 다 살아보았지만 세상인심이야 깃털처럼 가벼운거라 들고 나는게 당연하다 여겼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허나 나의 친구,벗들은 내가 가난할 때도 부자일때도 항상 함께 했었고 나역시 그런 인생살고 있습니다
부자라고해서, 가난하다고 해서 사람자체가 다른게 아닙니다.
세상 살만큼 산 자들이 아직도 돈,권력으로 사람을 재어보고 매겨보려는 그 눈이
참으로 경박해보일 뿐입니다.

벼락치면 가난한 자들 중에도 엎드리는 사람이 다수일겁니다.
벼락치는데 꼿꼿이 걷고 있는 자는 그저 어리석은 자일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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