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共感)도 스킬이야"
"주변의 변호사 친구들을 보면 정말 맹탕인 것 같아. 정말 善行을 하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그걸 모르는 것 같아."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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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교회에 몇 년을 나갔다. 거기서 칠십대 중반의 대학선배를 만나 친해졌다. 이웃사촌이라 이따금씩 만나 동네 공원을 함께 산책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그는 고교 시절 문예반장을 했다고 한다. 대학졸업 후 기자를 하고 관료로 들어가 차관급을 마지막으로 하고 퇴직했다. 여러 친구와, 머리에 많은 스토리가 있는 분이었다. 그가 풀냄새가 상큼하게 올라오는 저녁 공원을 거닐면서 말했다.
  
  “내 주변의 변호사 친구들을 보면 정말 맹탕인 것 같아. 인생의 굴곡이나 자극이 없이 살아왔어. 그래서 그런지 늙어서도 마작이나 하고 소일을 하는 거야. 내가 기자를 하면서 보면 변호사의 일이라는 게 말이야 정말 선행을 하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그걸 모르는 것 같아. 늙어서 할 일이 없으면 공짜로라도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걸 변론서에 써서 법원에 내 주면 얼마나 고마워 하겠어?”
  
  그의 말이 맞았다. 내가 아는 여성 대법관을 지낸 한 분은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구청에 가서 법률상담을 해 주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녀가 대법관 출신인 걸 모른 채 민원인들이 평범한 할머니 타입의 그녀를 어떻게 대할까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대법관을 그만둔 뒤 전관(前官)을 근거로 돈에 혈안이 되거나 로펌으로 가서 재벌의 머슴이 되는 쪽보다는 훨씬 향기를 풍기는 인생이다. 선배가 말을 계속했다.
  
  “내가 사회부 기자생활을 할 때를 생각하면 만나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했어.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도 단번에 되는 게 아니야. 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스킬이기도 하지. 노력을 하다보면 정말 남의 고통을 가슴에 공감하면서 아파하는 순간이 다가와. 그때 기사를 쓰면 남들과는 다른 촉촉한 게 배 나오는 거야. 일상생활에서 그 단계가 되면 예수를 따라 성화(聖化)되는 게 아닐까?”
  
  변호사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들의 아픔에 과연 얼마나 공감을 했을까.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들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처럼 변호사가 다가가면 정신없이 매달렸다. 고통의 검은 물 속에서 변호사의 목을 끌어안고 다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 같았다. 그들의 고민을 함께 하면서 같이 할 것을 요구했다. 그 스트레스들이 고스란히 전해지곤 했다.
  
  내가 곧 쓰러질 것 같은 경우도 많았다. 나는 변호사는 사건을 맡는 것이지 고통을 위임받는 게 아니라고 나의 논리를 만들어 스스로를 지키기도 했다. 내가 잘 아는 착한 변호사는 감옥에 들어간 친구의 변호를 맡았었다. 그 어머니가 매일같이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와 고통을 호소했다. 그 스트레스가 여과 없이 변호사에게 전달됐다. 어느 날 변호사가 쓰러져 입원했다.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해 준다고 하더라도 의사같이 적절한 거리가 필요했다.
  
  늙은 변호사가 된 나는 요즈음 변호의 새로운 면을 하나 발견한 것 같다. 아픔을 공감해 주고 그걸 글로 형상화해서 법관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다. 일반적 변호는 공허한 관념적인 언어의 나열일 때가 많다. 거기는 종이 씹는 것 같이 아무 맛도 없을 때가 없다. 판례와 법률이론은 판사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변호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당사자의 삶과 아픔을 공감하고 그걸 바늘 끝 같은 섬세한 필치로 묘사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언론의 난
[ 2017-07-17, 17:27 ] 조회수 : 1069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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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타임즈   2017-07-17 오후 6:02
전관예우는 가장 악랄하고 더러운 범죄이다.
판검사 퇴직자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지마라.
사법연수원 출신자들은 국가에 공짜로 2년간 공부하면서 받아 먹은 봉급을 법정이자 부쳐 모두 갚아라. 거지근성을 시궁창에 버려라. 도둑놈근성을 한강물에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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