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하룡과 강수연
대중의 우상인 연예인들이 속내를 털어놓고 진솔한 모습을 고백할 때 감동과 위로가 전해진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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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맨이고 영화배우인 임하룡 씨가 잠에서 깬 듯한 부스스한 얼굴이 다큐멘터리 화면에 나오고 있다. 새우같이 작은 눈에 배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의 실제 삶이 화면에 나오고 있다. 칠십이 가까운 그는 상가주택을 마련해서 그 위쪽 집에서 사는 것 같다. 성실해 보이는 늙은 부인이 전기밥솥에 밥을 하고 나물반찬을 만들고 구운 조기를 뜯어 밥상 앞에 앉은 그에게 놓아주는 게 보인다. 평범하게 늙어가는 노부부의 모습이다.
  
  들쭉날쭉한 까까머리에 검은 교복을 입고 빨간 양말을 신은 채 익살스럽게 춤을 추는 개그맨 시절의 모습은 없다. 그는 영화배우로서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에서 그는 마음 넉넉한 농부의 이미지였다. 주인공을 맡은 화려한 미남 스타는 아니지만 자기의 인생길을 성실히 살아간 사람 같아 보였다. 그의 아들도 배우의 길을 걷는 것 같았다. 그가 사는 상가주택의 일층에서 아들은 조그만 레스토랑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들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들이 아직 연기인으로 안정이 되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주방에서 이렇게 요리를 하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거죠. 유명해지지 않으면 뭐 어때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그걸로 됐지.”
  
  아버지의 표정에는 아들을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 역시 젊은 시절 밤무대의 이름 없는 사회자로 일을 했다고 한다. 그 세계에서 정상에 올랐어도 오래 있기는 힘든 것 같다. 임하룡 씨는 코미디극 봉숭아학당에서 훈장 역할을 하다가 그만둔 과정을 이렇게 말했다.
  
  “후배들이 자기들끼리 해 보겠다고 해서 나왔죠. 그 다음 살아가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먹고 살기 위해 영화배우가 된 거예요.”
  
  그는 한동안 쉬다가 영화의 조역을 맡아 다시 일어섰다고 했다. 조역에도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해 배우로서의 변신에 성공했다. 그는 무엇을 해도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대중의 우상인 연예인들이 속내를 털어놓고 진솔한 모습을 고백할 때 감동과 위로가 전해진다. 우상인 그들이 겸허한 한 인간으로 내려오는 모습은 대통령의 연설이나 일류목사의 설교보다 영향력이 크다. 한 일간신문사 사장이 주최한 모임에서였다. 나를 포함해서 컬럼을 쓰는 사람들이 함께 저녁을 먹다가 언론학 교수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강수연이란 여배우가 내가 강의하는 언론학 과정에 들어와서 공부를 한 적이 있어요. 졸업식 날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강수연 씨가 아버지를 불렀는데 그 아버지를 보니까 오랜만에 양복을 입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라고 표현할까? 왜 시골마을에서 갑자기 서울로 갈 때 영감들이 입는 복장이라는 게 몸에 맞지 않고 어색하잖아요? 그런데도 강수연 씨는 테이블마다 아버지를 모시고 다니면서 인사를 시키는 거예요. 아버지는 딸을 따라다니면서 ‘우리 수연이를 사각모를 쓰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꾸벅 인사를 하고 말이죠.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대스타인데 그런 진솔한 모습이었습니다.”
  
  사극에서 신들린 듯한 강한 눈빛으로 연기를 하던 강수연 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순간은 영혼 속에 다른 존재가 들어가 있는 것 같이 섬찟했다. 그녀는 얼어붙은 겨울 골짜기의 찬 물에 들어가기도 하고 주저없이 삭발을 하기도 했다. 언론학 교수가 말을 계속했다.
  
  “강수연 씨가 와서 수강을 하는 바람에 친해져서 알게 됐는데 한번은 방송에서 출연료를 8억 원을 주면서 드라마를 찍자고 했어요. 강수연 씨가 그걸 거절하더라구요. 자기는 영화가 전공이지 드라마는 아니라는 거예요. 8억이면 작은 돈이 아닌데 그 모습을 보고 강수연이라는 배우를 달리 생각했죠. 사실 세상이 몰라서 그렇지 그 친구 아주 가난합니다. 가지고 있는 건 무서울 정도의 연기력 하나예요. 그런데 그 연기력도 얼굴 때문에 한계를 가집니다. 예를 들면 탤런트 이미숙 씨의 경우는 지성적이다가 극도의 탕녀로도 변신할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강수연 씨는 고집불통의 집념을 가진 여자의 이미지를 전환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한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꺼운 자기 껍데기를 두르고 산다.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대중의 시선을 받는 스타가 될수록 그 껍질은 두꺼워진다. 그 껍질을 과감히 벗는 사람이 진정 큰 사람이 아닐까. 굳이 유명해지거나 성공하지 않아도 자기가 좋아하는 길을 가는 것도 아름다운 인생일 것이다.
  
  
언론의 난
[ 2017-10-11, 11:46 ] 조회수 : 2832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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