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천재 + 천사?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을 천재 겸 천사로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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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노란 리본의 함성과 촛불의 열기로 푸른 집에 들어간 지 반 년이 지났다. 2017121일 현재 지지율이 71.5%라고 한다. 18대 대통령의 51.6%보다 한참 낮은 41.1%의 표로 당선된 19대 대통령의 초반 인기는 놀랄 만하다. 이 수치가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것이,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여론이 곧 진리요 정의라는 새 틀이 짜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하나같이 천재의 번득이는 탁론이요, 천사의 따뜻한 손길로 널리 선전되면서, 여기저기 적폐 청산의 칼을 번득이면서, 전격석화(電擊石火)로 시행되고 있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 특히 대국민 약속은 칼같이 지켜야 한다. 명심할지니, 천재이자 천사인 우리 달님의 대선 100대 공약은 신성불가침이니라.”   

이런 암묵적, 위협적, 독선적 대전제 하에 아시아 제2의 민주국가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이제 토론이 사라졌다. 전문가가 사라졌다. 여론 조사 또는 여론 몰이가 있을 뿐이다. 이의를 제기하면 바로 적폐 세력으로 몰린다  

향후 100년의 국가 경제에서 근간이 될 에너지 정책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원전 전문가는 설 자리가 없다. 정부의 보이는 손으로 급조된 배심원이, 불과 몇 백 명의 아리송배심원이 결정하면, 5천만이 촛불 하나 못 들고 그냥 따라야 한다. 끼어 넣기로 결정한 탈원전 정책이 1000억 원 손실의 본()주제보다 1000배 곧 100조 원에 달할 정도로 살 떨리게 큰 문제이지만, 그것이 마치 국회의원 3분의 2의 지지를 받은 듯이, 국민투표(referendum)의 과반수 지지를 받은 듯이 요지부동 국가 정책으로 추진된다  

최저 임금 인상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도 전문가이자 이해 당사자인 경제학자와 기업인이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경제학자는 은연중에 대기업에 매수되어 요설이나 늘어놓는 자로 낙인찍히고, 기업인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19세기적 노동 착취자로 매도되어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한다  

비정규직 0%도 천재 겸 천사 대통령이 현장에 직접 찾아가 연내(年內)로 못 박아 기한을 정해 주면, 그 공공기업은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공정성(fairness)이든 효용성(utility)이든 국제 경쟁력(international competitiveness)이든 노동시장의 유연성(labor market flexibility)이든, 이런 것을 일체 따지지 말고 밀어 붙여야 한다. ? 천재 겸 천사인 대통령의 신성불가침 공약 사항이니까  

간접 민주주의의 적폐를 청산하고 직접 민주주의의 더불어 세상을 건설한다며, 국회도 강 건너 불구경할 권리밖에 없다. 아니면, 지지율 52.0%인 여당과 각각 5.1%4.6%인 두 착한야당이 손잡고 정부 정책에 걸맞은 법을, 여차하면 국희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전격적으로 제정해 줄 권리밖에 없다. 이 세 당을 합해도 지지율이 61.7%밖에 안 되니까, 그보다 약 10% 포인트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는 천재 겸 천사 대통령의 뜻을 높이 받들어야 한다. 의석수는 별개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여론이 더 중요하니까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가 우려하는 탈()원전 정책에는, 국회가 아예 한강 너머에서 서강대교 저 멀리에서 열리는 불꽃놀이 축제를 구경만 했다. 광화문 광장 위로, 인왕산 위로 치솟는 승리의 불꽃놀이 구경만 했다. 눈치 빠르고 잇속 밝은 국회는 세비 올리기와 제 수족 늘리기에는 한 마음 한 뜻이 되었다가, 사상 최대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잠시 다투는 시늉을 하더니, 세계적 법인세 인하에 역행하여, 언제 적폐 대상으로 찍힐지 몰라 가슴 졸이는 흑자 대기업에 상 대신 벌을 주는 법인세 인상도 거의 정부 안대로 통과시켰다  

()원전, 최저임금 1만 원 조기 달성, 비정규직 0%,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대기업 갑질 근절, 보편적 복지 실현, 소득 주도 경제 활성화, 햇볕 정책 부활, 국정원의 대공 기능 무력화…  

문재인 여론 정부의 발걸음에는 이처럼 거침이 없다. 쥐 한 마리 잡는다며, 구더기 몇 마리 건져낸다며, 장독대의 독이란 독은 모조리 깨버린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빈대 한 마리 잡는다며, 믿을 만한 제보를 받았다며, 서슴없이 초가삼간에 불을 지른다. 일벌백계로 악을 근절한단다. 적폐를 청산한단다. 문재인 정부 탄생에 혁혁한 공을 세운 신문과 방송과 포털은 이따금 30%의 손을 들어 주기도 하지만, 5주 연속 지지율 70%에 거의 영향을 못 미친다. 그것은 쇼통용이고 실은 70% 지지율에 눈치껏 아첨하는 편이다

김씨공산왕조를 버리고 대한민국을 택한 고 황장엽 선생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북한에는 천재가 한 명밖에 없다고 하는데, 한국에는 천재가 너무 많아 걱정이다.”

제대로 보았다. 문재인 정부의 순진무구한(또는 중2 수준의 단순무식한) 정책은 어디서 나올까? 그것은 지난 몇 년 동안 촛불 잔치에 가 본 사람은 또는 그들의 주장을 들어 본 사람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죄다 거기서, 촛불의 분노에서 나왔다. 그들은 수백만이 어쩌면 수천만이 한 목소리를 낸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을 천재 겸 천사로 확신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그들의 대변자에 지나지 않는다. 행정부의 막강 권력을 쥐었을, 그들이 그토록 비난하던 황제 대통령의 권력을 쥐었을 뿐, 머리와 가슴은 그들에게 맡긴 대리자에 불과하다. (2017. 12. 5.)

언론의 난
[ 2017-12-05, 16:23 ] 조회수 : 754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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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탄사람   2017-12-05 오후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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