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0일은 법치 대한민국의 국치일(國恥日)이다!
헌법재판소 법관들은 탄핵재판 시작도 전에 이미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헌법위반 유죄로 인정해 놓고, 그 위반사유를 어떻게 써야 나중에 형사재판에서 같은 사유에 대하여 무죄로 판결나도 탄핵결정을 내린 자신들의 신상에 뒤탈이 안 날까를 생각하며 철저히 보신(保身) 제일주의 재판진행을 했다

金平祐(변호사·前 대한변협 회장)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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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10. 정오 헌법재판소는 정원 9명에서 1명이 부족한 8명의 재판관이 대한민국의 대통령 박근혜를 헌법수호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극히 막연한 형식적 이유를 붙여 대통령직에서 쫓아냈다. 원래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선출한 직선 대통령을 중도에 쫓아내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결단하여야 헌법 원리에 맞는다. 그런데, 1987년의 헌법 개정자들은 헌법 제65조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정원 9명 중 6명이 찬성하면 수천만의 국민이 선거로 뽑은 직선제 대통령을 바로 파면할 수 있는 이상한 탄핵재판 제도를 만들었다. 국민이 뽑지도 않은 헌법재판관 6명이 수천만 국민의 뜻을 어떻게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우리나라 헌법상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최종적이다. 아무리 결정이 명백히 잘못되어도 이를 시정할 아무 수단이 없다. 물론 헌법 제65조는 재판관 6명의 찬성이라는 절차적, 형식적 요건 이외에 '대통령이 직무상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였을 때'라는 탄핵사유 즉 실질적 요건도 규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발의하고 3분의 2가 찬성하여 '소추'한다는 엄격한 소추 요건도 규정하였다.

더 나아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대통령의 파면 사유를 형사법 위반의 경우에는 실질상 '내란,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로' 제한시켜 놓았다. 또한 헌법재판소법 제40조에 탄핵심판 절차는 가장 엄격한 절차규정인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명시하였다. 헌법재판소법 제 32조 단서에는 재판, 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을 송부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헌법재판관의 예단 재판을 막고 있다. 따라서 이 모든 법적 규정과 장치·제도들이 제대로 준수된다면, 대통령 탄핵을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맡겨도 큰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경우를 보면 먼저, 검찰은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기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공범자 내지 주범자로 끼워 넣어 실질상 대통령을 기소하는 소위 '끼워 넣기, 차명기소(借名起訴)'라는 편법 기소로 헌법 제84조를 잠탈(潛脫)하였다. 법관들은 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에 대한 구속영장에 도장을 찍어 검찰의 헌법 잠탈을 합법화시켜 주었다. 국회는 증거조사도 없이, 안건의 찬반 토의도 없이, 13개 탄핵사유별 표결도 없이, 탄핵소추장을 사전에 배부하지도 않고 하루아침에 탄핵소추안을 가결하여 헌법 제65조를 잠탈하였다.

이 모든 잘못이 있어도, 이론상으로는 헌법의 최후 수문장(守門將)인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법대로만 재판하였으면 앞의 잘못들을 고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여론과 권력 앞에 한없이 약한 법률기술자 즉 율사(律士)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법관들보다 수준이 낮은 2급 재판관들의 수준을 유감없이 보였다.

우선 헌재 재판관들은 탄핵소추장이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에 접수되자마자 재판도 시작하기 전에 검찰의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에 대한 수사기록을 송부받아 기록을 모두 보고 유죄의 심증을 굳혔다. 명백한 헌법재판소법 제32조 단서 위반이다. 그리고는 재판 시작도 하기 전에 미리 피소추인 대리인들에게 국회의 심의절차는 적법 여부를 다투지 못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것도 모자라, 국회 측에 탄핵소추 사유를 헌법위배 5개와 법률위배 8개로 나누지 말고 헌법위배 4개로 통합시키라고 소추장 내용의 수정을 교시(敎示)하였다. 더 나아가 대통령 탄핵 절차에서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을 섞어서 마음대로 적용하겠다고 안하무인의 횡포를 부렸다. 검찰 공소장, 신문조서, 신문기사 등도 모두 증거로 채용하였다. 한 마디로, 헌법재판소법 제40조를 완전히 짓밟았다. 모두가 정상적인 법관의 윤리규정상 있을 수 없는 사법만행이다.

헌법재판소가 저지른 위법사항은 너무 많아 일일이 지적하기가 어렵다. 오늘은 언론에 소개가 잘 안 돤 사항 한 가지를 지적한다. 원래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소추할 때 13개 탄핵사유 중에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재벌들이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760억 원 중, 삼성·롯데·에스케이 그룹이 출연한 400여억 원의 출연금이다. 국회는 이 출연금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이권을 받는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준 뇌물인데 뇌물액수가 1억 원 이상이라 단순 뇌물죄가 아니라 특가법이 적용되어 법정형이 무기징역의 중범죄이므로 반드시 탄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법정형이 무기징역인 ‘특가법 뇌물죄’를 저질렀다고 말하니까, 일반 국회의원들은 두 말 없이 탄핵소추에 찬동하였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도 덩달아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촛불데모에 가담한 것이다. 외신도 모두 박 대통령을 부패한 대통령이라 하여 탄핵을 당연시하였다. 삼성 등의 400여 억 원 ‘특가법 뇌물죄’가 탄핵여론, 촛불 난동을 일으키고 국제적으로 박 대통령 탄핵을 정당화시킨 박근혜 대통령 부패의 아이콘이었다. 그런데, 2017. 3. 10. 선고돤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문을 읽어 보라. 그 결정문에는 박 대통령 부패의 상징인 삼성 등의 특가법 뇌물죄에 대하여 단 한 마디 말이 없다. 어떻게 된 것일까? 너무 탄핵사유가 많아 실수로 판단을 빼먹은 것일까?

물론 아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 중 가장 중요한 탄핵사유인데 재판관들이 실수로 빠뜨릴 리가 없다. 고의로 판단을 안한 것이다. 형사 소추가 안 된 ‘세월호 7시간’ 문제는 탄핵사유가 안 된다고 판단을 하면서 400억 뇌물죄는 탄핵사유가 된다, 안 된다 언급을 안 하고 슬쩍 판단을 유탈한 것이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결정의 진상을 알려면 이 문제의 답을 알아야 한다. 이 문제의 답이 8대 0 탄핵결정을 이해하는 열쇠이다.

필자의 해답은 이렇다. 헌법재판소 판사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의 출연금을 받은 것이 아니므로 뇌물죄가 안 되리라는 것을 예견한 것이다(법을 모르는 법사위 국회의원들이나 박영수 특검의 검사들이 억지를 부리는 것이지, 법률에 기본 상식이 있으면 재단출연금이 뇌물이 될 수 없는 것 정도는 바로 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날 것을 예견한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뇌물죄가 무죄로 판결날 경우에 대비하여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탄핵판결에서 뇌물죄 부분에 대해 일부러 어물쩍 판단을 빼먹은 것이다. 어리석은 언론과 국민들을 간단히 속여 먹은 것이다(실제로 이재용, 최순실 형사 재판에서 재단 출연금은 모두 무죄가 났다).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탄핵소추장을 고치라고 敎示하는 법적으로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한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국회의 탄핵소추장은 헌법위반 5개, 법률위반 8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만일 헌법재판소가 이 국회 소추장을 가지고 재판을 하면 법률위반 사실 즉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 사실에 대하여 유·무죄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만일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 후에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탄핵 결정이 잘못되었음이 들통이 난다. 헌재는 이를 우려하여 국회에 법률위반 탄핵사유를 모두 없애고 4개의 헌법사유로 몰아서 탄핵소추장을 고치라고 敎示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도 헌법재판소는 형사사건과 헌법사건은 적용법이 다르므로 판단이 달라졌다고 핑계를 달아 빠져나가려고 대비한 것이다.

요컨대, 헌법재판소 법관들은 탄핵재판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헌법위반 유죄로 인정해 놓고 그 위반사유를 어떻게 써야 나중에 형사재판에서 같은 사유에 대하여 무죄로 판결나도 탄핵결정을 내린 자신들의 신상에 뒤탈이 안 날까 이 점을 생각하며 철저히 보신(保身) 제일주의 재판진행을 한 것이다. 저들에게 있어, 나라의 안위(安危)나 헌법의 수호, 피청구인의 인권보장, 법관의 양식 같은 법치주의적 가치는 모두 쇠 귀에 경 읽기였다.

증거가 있다. 헌재는 지난 1월 22일 헌재 30주년 기념책자에서 작년 탄핵 심판과 관련해 “헌재 선고는 촛불집회의 헌법적 완결체”라며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선고는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헌법적으로 승화된 결과물이었다”고 했다. “살아 있는 최고 권력을 민주적으로 퇴진시키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에 법적 인증 도장을 꾹 눌러준 것”이라고도 했다. 한 마디로 말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재판은 헌법재판소가 법에 따라 재판한 것이 아니라 촛불 난동에 영합하여 정치재판, 인민재판을 한 것을 고백하고 동시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오히려 자랑하고 있다. 참으로, 추악(醜惡)한 법조인 상(像)이다.

2017. 3. 10. 정오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이 만장일치로 내린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은 한국 법치주의의 사망을 만천하에 알리는 조종(弔鐘)이었다. 어쩌면 8명의 재판관 중 단 한 사람도 법치주의를 위해 또는 법관의 양식을 위해 진실과 정의를 좇아 몸을 던지는 성경의 의인(義人)이나 케네디 대통령이 찬양한 용기 있는 사람이 없었을까? 정녕 2017. 3. 10.은 법치주의 대한민국의 國恥日이라 아니할 수 없다.


2018. 3. 9. 김평우 변호사 (前 대한변협회장, ‘탄핵정변, 구속졍변’ 저자)


[ 2018-03-09, 17:02 ] 조회수 : 4949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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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에나들    2018-06-29 오후 3:55
감사합니다.
   죄형법정주의    2018-03-10 오후 11:27
명쾌한 글 잘 읽었습니다. 헌재의 결과물을 두고 뒤돌아 보니 헌재재판관들은 법치가 아니라 정치를 한 것 입니다. 법치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판사를 한다는 게 대한민국의 한심한 현실입니다.
   북방계    2018-03-10 오후 4:29
특검의 구성은 물론 소추절차, 헌재의 심판에서 우리 헌법의 큰 원칙이라고 모든 교과서에서 분명히 말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철저히 짓밟았습니다. 영국법의 자연적 정의 원칙에 바탕을 두는 적법절차적 정의를 헌법재판관이란 감당하기 어려운 지위를 가지고 있던 용렬한 자들이 비겁하게 외면한 것이지요. 헌재가 이런 식으로 무너지고 나니 법원의 법관들도 이에 편승, 박대통령의 형사재판은 물론 우병우, 김관진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적법절차를 아예 외면한 국가적 폭력이 자행되고 있습니다.후세의 헌법교과서는 박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적법절차 원칙에 반하여 법리적으로 무효라고 평가할 것입니다.
   법과 도덕    2018-03-09 오후 9:34
항상 김평우 변호사님의 글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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