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自殺)로 내몰리는 사람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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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법원장을 지냈던 분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삶을 마감했다. 그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사법연수원에서 법원실무를 배우기 위해 법원에 파견나갔을 때였다. 그 법원의 판사였던 그는 부인도 같은 법원의 판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하루는 부인 되는 여성판사분이 식당에 데려가 점심을 사 준 적이 있다.
  
  그녀가 밥을 사면서 들려준 한 예화가 지금도 생생하다. 다른 사람을 돼지새끼라고 부른 사람이 명예훼손죄로 끌려왔는데 그 명예 훼손범에게 어떤 처벌이 타당한지 알아 맞춰 보라고 했다. 답은 그 명예훼손범을 돼지우리에 가두어 인간과 돼지의 차이를 깨닫게 하라는 것이었다.
  
  오후가 되면 법원의 테니스 코트에서 하얀 티와 반바지 차림으로 라켓을 휘두르는 건강미 넘치는 남편이 되는 판사의 모습이 부러웠었다. 부부가 판사로서 실력이나 인품이나 모자람이 없었다. 남편이 되는 분은 고등법원장까지 무난하게 올라갔고 아내가 되는 분은 헌법재판관을 거쳐 헌법재판소장의 물망에 올랐었다. 그 법관 부부는 명예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사는 사람들 같았다.
  
  법관직을 마감하고 변호사 개업을 한 남편이 의뢰인과의 싸움에 휘말린 것 같다. 악덕변호사도 있지만 사악한 의뢰인들도 많았다. 형사고소를 당하고 경찰서에서 대질조사를 얼마 남기지 않은 그는 그걸 치욕으로 생각하고 참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자존심인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도 가족이 돈 문제에 휘말려 들었다. 검찰의 조사를 받는 그는 고향 뒷산에 바위에 올라가 낭떠러지 아래로 몸을 던졌다. 어떤 것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는 아직 모른다. 십여년 전쯤인지 확실하지 않다. 전직 대법원장이 한강다리에서 몸을 날려 검은 물 속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그의 사망원인을 몰랐다. 다만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범인 김재규의 사형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주심 대법관이었다고 알려지고 있었다. 개결한 자존심을 가진 사람들은 죽음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끝을 내려고 하는 것 같다.
  
  판사로 있던 친했던 친구가 변호사 개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파트에서 목을 매달아 죽은 일이 있었다. 죽은 원인이 어처구니 없었다. 의뢰인의 그를 찾아와 민사사건 기록을 여러 건 맡겼다. 변호사들은 의뢰인이 맡긴 사건기록을 당일 보지 않고 대개는 바쁜 일을 먼저 처리해 놓고 며칠 후에 보는 경우가 많다. 며칠 후 기록을 들춘 그는 눈앞이 아찔했다. 사건이 모두 시효기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의뢰인은 시효만료 이틀을 앞두고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긴 것이다. 엄청난 손해배상을 할 위기라고 생각했다. 당황한 그는 아파트로 돌아가 목을 매고 죽었다.
  
  젊은 시절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된 변호사를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절망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그에게 밥을 먹여주면서 “빨리 30년이 흘러가 늙어버렸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며 세상을 저주했다. 어느 날 혼자 있는 그를 찾아갔더니 전날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아팠다고 고백했다. 죽으려고 벽의 못에 가죽 혁대를 걸고 목을 매달았는데 그 순간 혁대의 버클이 떨어지면서 바닥에 궁둥방아를 쪘는데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다고 했다.
  
  주위에서 수많은 자살들을 봤다. 죽으려고 물에 빠졌다가 살아난 한 사람은 숨이 막혀 죽으려는 그 순간 고통의 시간이 살아남아 평생 하는 고생의 시간보다 더 길고 힘들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사형수들은 죽음만 면한다면 어떤 극한의 고통이더라도 행복일 것 같다고 했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끝까지 귀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언론의 난
[ 2018-03-13, 21:51 ] 조회수 : 2329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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