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산 사람의 幸福論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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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살인 노(老)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연희동 집 근처 야산의 눈길을 산책하는 모습이 영상을 흐르고 있었다. 검버섯이 뺨에 넓게 퍼진 노인이었다. 그가 걸어가면서 낮고 조용한 어조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말이죠 인기가 있거나 유명해지는 것보다 내가 쓴 글이나 강연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때 더 행복한 것 같아요.”
  
  백년을 산 사람의 행복론이었다. 그의 강연내용이나 책을 보면 시원한 샘물같이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선한 이웃집 노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하는 잔잔한 도덕 이야기였다. 그의 강연 내용이나 책을 보면 시원한 샘물같이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선한 이웃집 노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하는 잔잔한 도덕 이야기였다. 그걸 인식했는지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젊어서는 철학책에 있는 이 말 저 말을 했는데 늙으니까 요즈음 강연에 가서는 그냥 내가 살아온 얘기를 하게 돼요.”
  
  화면을 통해 비치는 그의 연희동 개인주택은 얕은 언덕에 벽돌로 지은 낡은 집이었다. 칠이 벗겨진 회벽에는 군데군데 금이 나 있는 것 같았다. 집을 수리하면 어떻겠느냐는 주변의 의견에 그는 이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내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은 모두 저 세상에 있어요. 이제 나도 이삼 년 있으면 갈 건데 수리할 필요가 있겠어요?”
  
  노인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 세상보다 저 세상 쪽으로 발들 들여놓은 사람이 틀림없었다. 혼자 사는 집에서도 그는 아침 6시30분이 되면 단정하게 옷을 입고 의식을 치르듯 식탁 앞에 혼자 앉았다. 식탁에는 찐 감자 한 개와 계란 반숙 그리고 잘게 썬 야채가 작은 접시에 담겨 있었다. 소박한 식단이다. 노인은 양손을 잡고 감사 기도를 하는 모습이다. 백세의 노인은 지금도 강연을 다니고 있었다. 규칙적인 식사와 산책 그리고 일이 그의 삶을 지탱해 준다고 했다.
  
  화면에 흐르는 그의 강연장 모습들도 가을바람에 잔물결이 이는 호수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사랑방에서 손자 손녀를 데리고 이야기하듯 노인의 나직나직한 소리가 은은히 영혼의 파문을 일으키며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평생을 쓰던 소유물을 모두 기부한 것 같았다. 그의 서재에는 그가 평생 보아왔던 철학 서적들이 보이지 않았다. 벽쪽으로 붙은 그의 작은 책상이 클로즈업되고 있었다. 책상 위에 가죽 장정을 한 두툼한 책 한 과 그가 글을 쓰던 원고지가 보였다. 100살의 노 철학자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한 권의 책은 성경이었다. 그가 쓴 원고지 위에는 만년필 글씨로 ‘구약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결국 그의 철학의 종점은 그곳인 것 같았다.
  
  인생의 성취와 행복이란 무엇일까.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올랐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한 평의 어두운 감방에서 떨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부자였던 재벌회장은 인간의 삶과 세상에서 떨어져 나갔지만 죽었다는 발표는 보지 못했다. 재물의 강한 인력이 저세상으로 가는 걸 막고 있는 것 같다. 백 살의 노 철학교수의 삶 자체가 인생철학을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았다
  
  
  
  
[ 2019-01-08, 09:4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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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대가리    2019-01-09 오후 3:04
70년전 국어교과서에 청춘예찬이란 구절이 있었다. 그 칼람이 김형석교수님의 글이었다. 그 글귀를 읽고 감동을 받았고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듯 하다. 그분이 지금도
아침 소풍을 하고 글을 짓는다니 놀랍고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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