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고발자가 걷는 십자가의 길
정의란 그렇게 악(惡)에게 일단 패배한다. 그러나 그 후에 밀려오는 엄청난 존재에 의해 다시 살아나는 게 역사의 법칙이다. 포도가 짓밟히지 않으면 포도주가 될 수 없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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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를 하다가 뜻밖의 비밀과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범죄조직의 보스들은 종종 살인 주문을 받기도 했다. 큰 돈이 오고갔다. 그러나 막상 실행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병아리 건달이 객기(客氣)를 부려 해냈다. 회사의 사장이 밀수를 하다가 적발되자 자재부장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사법기관 요소요소에 뇌물을 뿌리면 대충 마취가 됐다. 진범은 세상을 깔보면서 휘파람을 불며 살아갔다. 돈만 있으면 대리 죄인을 만들어 법망(法網)을 피해가는 존재들이 있었다.
  
  권력의 파렴치함은 더했다. 20여 년 전 겪은 일이다. 교도소 안에서 교도관들에 의해 한 사람이 맞아죽은 후 인근에 매장됐다. 형식적인 검사의 변사체 검시(檢屍)와 심장마비라는 의사의 사무적인 진단으로 한 힘없는 인간의 죽음은 은폐됐다. 밤에 끌려가 자루를 뒤집어 쓰고 집단구타를 당한 후 죽은 걸 목격한 옆방의 재소자가 변호사인 내게 은밀히 고발했었다.
  
  변호사들이 종종 맞닥뜨리는 상황이다. 그럴 때면 우선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다. 자칫하면 내부자 고발 비슷한 게 되어 밥벌이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핑계도 있었다. 업무상기밀누설이 되어 말할 수 없다면 된다. 외면하면 비난할 사람이 없었다. 그럴 때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닥쳤다. 양심이 쥐어뜯기는 것 같은 고통이 왔다. 악마들이 날뛰는 세상에 대항하기 위해서 법을 공부했는데 그 이상(理想)은 색이 바래 본래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법의 제단 뒤에서 벌어지는 그런 비밀을 폭로한 적이 있다. 업무상 기밀누설과 명예훼손의 죄인으로 소환되어 온갖 수모를 당했다. 껍데기만 보는 법원은 내게 거액의 배상금을 판결하기도 했다. 공권력의 불법을 폭로한 대가는 더 혹독했다. 공권력은 유명언론을 통해 별 볼 일 없는 변호사가 공명심에 들떠 헛소리를 한다며 점잖게 진실을 부인했다. 권력측으로부터 변호사를 계속하겠느냐는 노골적인 협박이 오기도 했다.
  
  너무나 당연한 진실을 믿게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선동된 네티즌 수만 명으로부터 신상이 털리고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진실이 밝혀지는 데는 그 후 여러 해가 걸리기도 했다. 5년 후 생긴 의문사 진상위원회는 내가 폭로한 한 인간의 죽음을 의문사 1호로 공식적으로 판정했었다. 몸으로 겪어본 내부 고발자와 유사한 경험이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사무관의 폭로가 도덕성을 강조한 정권에게 목에 걸린 가시가 된 것 같다. 정부는 그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그를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권측은 관련 증거를 은닉하고 기밀누설죄 등으로 구속해서 그의 입을 막고 싶을 것이다. 보도 자료를 작성한 사람들이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의 폭로 동기가 순수하고 세상에 알린 게 진실이라면 동료들이 돌을 던지는 현실이 가장 마음 아플 것이다. 그래서 신재민 사무관은 자살을 시도했는지도 모른다.
  
  내부 고발자들이 통과해야 할 시련은 철저히 뭉개지는 것이다. 칭찬과 세상의 동조가 아니라 악랄한 음해와 모함이 그들을 짓밟을 것이다. 성경 속의 세례요한도 왕의 잘못을 지적하다가 목이 잘린 채 쟁반 위에 올라 하룻밤 연회에서 안주거리가 되기도 했다. 정의란 그렇게 악(惡)에게 일단 패배한다. 그러나 그 후에 밀려오는 엄청난 존재에 의해 다시 살아나는 게 역사의 법칙이다. 포도가 짓밟히지 않으면 포도주가 될 수 없다.
  
  
  
[ 2019-01-23, 10:0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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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좋은세상    2019-01-23 오후 12:19
세계와 통상하여
부를 이룬 나라입니다.
나라의 품격이 우리 상품의
부가가치를 결정합니다.
그러므로 거짓 부패 사기 무능은
반드시 징벌을 될 것이고
이러한 일로 곤경에 처힌
선한 사람은 제자리를 차지
할 것입니다.
봉사 희생 애국이 진정 존경받는
사회가 위대한 건강한 사회입니다.
   정답과오답    2019-01-23 오전 10:16
글세요 것도 외국에서나 가능할거로 봅니다
우리나라는 열에 하나정도는 정의가 이길지 모르나
거의 정의는 사장되고 당사자만 박살 나는거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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