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뎅 한 꼬치 그냥 더 들고 가시죠”
작은 법률사무소에서 내가 본 인간은 두 종류다. 善한 사람과 惡한 사람.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저녁 무렵 석촌호수 주변을 산책했다. 노을빛에 곱게 물든 호수 위에 바람이 잔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잠실역으로 가기 위해 근처에 있는 쇼핑몰을 통과하는 도중이었다. 오뎅과 빈대떡을 파는 노점이 보였다. 겨울날 따끈한 국물과 함께 먹는 오뎅은 추억의 맛이기도 했다.
  
  “오뎅 한 꼬치에 얼마죠?”
  내가 통 앞에 서 있는 오십대쯤의 여자에게 물었다. 재벌그룹에서 경영하는 롯데타워 부근이라 길거리나 재래시장보다는 약간 비쌀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천 원요.”
  여자가 힐끗 나를 살피면서 말했다. 나는 지갑을 꺼내 만 원권 지폐 한 장을 건네주었다. 여자는 몇 발자국 저쪽에 있는 계산대의 서랍을 열고 거스름돈을 꺼내고 있었다. 그 순간 여자는 뭔가 생각하는 듯 아주 짧은 순간의 멈춤이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8000원 거스름돈을 받고 그 자리에 서서 오뎅을 먹었다. 나이든 남자가 혼자 서서 오뎅을 먹는 모습이 좋지도 않겠지만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국자로 종이컵에 오뎅 국물을 조금 떠서 마실 때였다. 옆에 세워놓은 가격표에 ‘오뎅 한 꼬치 1000원’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걸 보지 못했다고 왜 나에게만 두 배의 가격을 부른 것일까. 그 자리에서 따지면 그 여자는 변명할 여지가 없을 것 같았다. 그냥 참고 집으로 돌아왔다.
  
  변호사 생활을 삼십 년 하면서 여러 종류의 인간들을 봤다.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도 악인이 많았다. 더 가난한 이웃을 속이는 사람도 많았다. 다단계 판매는 몇푼의 이익을 위해 더 가난한 이웃을 속여 끌어들이는 심리가 있었다. 상가 분양에서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집단소송을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업자에게 그 상가를 다른 사람에게 분양해서 자기들의 돈을 회수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화가 났었다. 사기당한 사람들이 다시 다른 사람들을 속여서 자기만 괜찮으려고 하는 짓거리였다. 같은 피해자 단체 안에서도 자기만 돈을 먼저 받기 위해 잔꾀를 부리는 이기주의자들도 많았다.
  
  사기꾼들은 뭉치지 못하는 그런 인간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그런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 같은 존재가 있었다. 재래시장에서 평생 떡볶이를 만들어 팔면서 모은 돈으로 상가를 산 할머니가 그 단체 속에 있었다. 그녀는 남에게 속아도 남을 속이지는 말자고 했다. 다른 사람들의 이기주의와 악함을 알고도 그들을 달래면서 피해자 단체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돈이 급한 다른 사람부터 먼저 배상금을 주라고 했다. 작은 냄비 하나를 걸고 30년 떡볶이를 만들어 팔아도 손님을 속인 적이 없다고 했다. 장사가 손님을 속이면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세상은 인간을 여러 종류로 나누고 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있는 사람과 더 있는 사람 등 끝이 없다. 그렇지만 작은 법률사무소에서 내가 본 인간은 두 종류다.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다.
  
  가난한 속에서 양심마저 병든 사람들도 많았다. 선인과 악인은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도 섞여 있고 부자나 재벌도 마찬가지였다. 악인은 원한과 증오가 가득하고 약속을 어겨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성내고 불평을 늘어놓고 속이는 재주도 많다. 조그만 이익에도 이웃을 팔아넘긴다. 선인은 우정을 배반하지 않고 남의 약점을 이용하지 않고 신용을 지킨다. 악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받아들이며 인내하고 살아간다. 사기당한 것 조차 섭리로 받아들이며 마음속에서 툴툴 털어버린다. 그런 선인들이 모이면 지상에 천국이 세워질 것 같았다.
  
  며칠 후 내가 다시 그 오뎅을 파는 노점 앞을 지나갈 때였다. 나는 며칠 전 오뎅을 사먹었다고 하면서 그 여자에게 왜 가격표에는 천 원이라고 하고 나한테는 이천 원을 받았느냐고 물어보았다.순간 그 여자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그럴 리가 없어요. 뭔가 착각하셨겠지요.”
  그 여자가 잡아떼었다. 바른 소리에 대해 세상은 그렇게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돌아서 가려고 할 때였다. 그 여자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오뎅 한 꼬치 그냥 더 들고 가시죠.”
  그녀의 내면은 돈 천원보다 훨씬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9-01-25, 10:5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정답과오답    2019-01-25 오후 8:59
엄상익 님이 보시기에 선한자가 많습니까 ?
제삼자로서 선의 기준으로 보건대
엄삼익님을 기준으로 선한자가 몇이나 될까요

열에 하나도 어려울듯 해 보입니다
제 판단으로는 90 % 이상 악인들 같아 보이 거던요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코나스넷  |  리버티헤럴드  |  뉴데일리  |  뉴스파인더  |  뉴포커스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