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방부가 일본에 대해 사과하라고 말하고 있는 초계기 '저공위협 비행'은 그 위협 비행의 기준이 뭔지 알 수가 없다. 초계기가 얼마만큼 수면 위에서, 타국 함정에서 떨어져 있어야 위협 비행이 성립하는가. 한국이 느꼈을 때 불쾌하고 기분 나쁘면 위협 비행인가. 그것이야말로 일방적인 주장인 것이다.
  
  다른 국가의 불법행위를 논하고자 함에는 법이라는 확실한 판단기준에 근거해야 한다. 사실 이 사안은 위협 비행이다 아니다를 가늠할 필요가 없는 사건이다. 항공기가 군함을 상대로 하는 위협 비행과 관련한 '법'이 없다. 위협 비행이란 게 항공기와 항공기 사이에서나 성립되는 것이고 항공기가 군함 상대로 위협 비행을 한다는 건 애초에 그런 개념 자체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군함은 치외법권까지 보장받는 일종의 국가기관이므로 여기에 대한 위협 비행은 국가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느 정도를 접근해서 비행해야 주권국가 기관으로서의 군함을 위협한 비행이 되느냐는 법을 갖고 따져야 할 일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협약이란 게 있다고 한다. 이 협약에 따르면 민항기는 수면으로부터 150미터 이상 고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나와있는데, 타국의 선박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나와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더구나 이 협약은 말 그대로 민항기를 규제하는 협약이지 군용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군용기를 규제하는 협약이었다면 초계기를 널리 운용하는 강대국들이 그냥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 협약이 군용기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군용기는 더욱 엄격한 고도제한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한 없이 면책이 된다고 봐야 한다. 법에 없는 내용이면 지킬 의무는 없는 것인데 국방부와 일부 언론은 군용기라면 더 세게 협약의 규제가 적용된다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즉, 이번 사건에서 일본 초계기가 한국 구축함 위를 어떻게 날아다녔든, 마치 가미카제 특공을 벌일 태세로 급강하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규율할 국제관계상의 법률은 없다. 일본이 정말 매너가 없고 한국을 무시하는 나라였다면 '그래, 위협비행 좀 했다. 그게 어때서? 그러면 안되나? 너네가 어쩔 건데' 이런 식으로 나왔을 것이다. 위협비행을 제재하는 국내법을 찾아 적용한다 해도 공해상 또는 타국 EEZ 내에서 활동하는 일본 초계기에 대해서는 관할이 없을 것이고, 그런 국내법이 있는지조차도 알려져 있지 않다.
  
  반면 일본이 주장해온 광개토대왕함의 화기관제 레이더 조사(照射)의 위법성은 이를 규정한 국제규범이 있다.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에 대한 규정'(CUES)란 것인데 여기에 따르면 전시 아닌 평시에는 타국 선박에 사격용 레이더를 조사해서는 안된다. 일본이 했다는 위협비행은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도 적용할 실정법이 없지만 한국의 레이더 조사는 사실이라면 법에 저촉되는 것이다. 국방부는 대응을 하기로 했다면 '레이더 조사' 문제와 관련한 일본 주장의 허구성을 밝혀야지 위협비행 프레임을 짜서 진실공방, 증거공방으로 가는 것은 올바른 대응이 아니다.
  
  합참이 국회에 이 사건 대응방향에 대해 보고하겠다며 민주당을 찾아가 내놓은 방안들 가운데는 초계기가 또 아군 함정에 접근하면 헬기를 띄워 육탄저지를 하겠다는 것도 있다고 한다. 헬기를 띄워 초계기 진로를 방해하겠다면 그것은 위협 비행이 아닌가. 물론 그것도 별도로 규율하는 법이 없다면 위협 비행이 성립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지금 일본보고 위협 비행했다고 규탄하는 국방부가 그런 식으로 대응하면 도찐개찐 격이라 본다. 이런 대응방안은 일종의 군사작전일 텐데 언론에 공개하는 것도 비상식적이고 자극적, 선동적이다.
  
  전투복 착용한 현역장성들이 민주당만 찾아간 것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국방위를 열어 현안보고를 함이 바른 절차일 텐데 국방위가 소집되면 청와대 행정관이 육군 장성 인사자료 분실한 사건 등 현 정권에 불리한 안보 이슈들이 다루어질까봐 여당이 국방위 소집은 피하고 자기들끼리만 합참의 보고를 받은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