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근 비서관의 진술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한테도 돈을 받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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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일 오전 10시 고등법원 312호 법정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이라고 불리는 비서관중의 한 사람인 안봉근비서관이 나와 있었다. 그는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는 대통령의 곁에 항상 서 있거나 부르면 곧 갈 수 있는 곳에 있었던 비서관이었다. 대통령의 현장 방문시 자료를 준비하고 미리 대통령의 동선을 확인하고 점검했다. 그 외 현장 수행시 민원처리와 관저관리를 하고 그 외 대통령의 사적인 영역에 해당하는 업무도 처리했다. 그는 국정원의 기조실장인 이헌수와 한 달에 한 두 번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는 사이였다. 검사가 그에게 법정 벽의 화면에 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쓴 진술서를 가리켰다.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이랬다.


진 술 서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재판장님께서 구두로 확인을 구하신 부분이 있다는 전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답변을 드립니다.


1)비서관 3명의 말만 듣고 국정원 예산을 지원받으라고 지시를 한 것에 대하여

- 2013.3.4.경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지원하는 예산이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이를 지원 받아서 사용을 하였다”라는 보고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당시 처음 저에게 이를 보고한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 후, 부속실의 비서관에게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지원하는 예산이 있다고 하는데 확인해 보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받아서 업무에 활용하라”고 지시를 하였고, 그 비서관으로부터 국정원에 이를 전달하여 지원을 받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저는, 비서관들이 국정원으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필요한 업무에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였기에, 그 사용처나 사용내역에 대해 보고를 받거나 확인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나아가 국정원으로부터 지원받은 특활비를 제가 전달받아 사용한 사실은 전혀 없습니다.


2) 2016.9.경 2억원을 전달 받은 경위에 대하여


-2016.9.경 정호성 비서관이 관저로 2억원을 가져온 사실이 있습니다. 당시 정호성비서관은 저에게 “국정원장께서 추석때 격려금으로 필요하실 때 사용하시라고 보내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명절 때 격려금으로 사용하라고 돈을 보낸 적이 없어서 조금 의아하였지만, 이병호 원장이 깐깐하신 분이라서 법에 어긋나거나 지원해서는 안되는 돈을 보낸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병호 원장이 보내온 2억원을 당시 직원들의 격려금으로 사용을 하였습니다.


2018.7.5.

진술인 박 근 혜


진술서를 가리키며 검사가 비서관이었던 증인 안봉근에게 물었다.

“증인은 대통령에게 전부터 관행적으로 국정원에서 돈을 받아왔고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사실이 있나요?”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진술했는데 아닌가요? 박근혜 대통령의 진술서를 다시 한 번 보세요 진술서에서 말하는 세명의 비서관은 이재만, 정호성 및 증인을 의미하죠?”

“그렇습니다.”

“그 보고를 한 건 증인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저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면 문고리 3인방의 다른 비서관인 이재만이나 정호성인가요?”

“저뿐 아니라 이재만이나 정호성도 국정원예산에 대한 성격을 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저희들이 지금까지 대통령을 모시면서 잘 모르는 사항은 보고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으로 봤을 때는 정호성이나 이재만도 보고하지 않았을 것으로 봅니다. 예산에 관한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증인은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개인적으로 돈 봉투를 받은 적이 있지요?”

“그것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

“최순실의 수첩 기재 메모를 보면 최순실이 국정원 자금을 관리하면서 문고리 3인방에게 격려금까지 준 것 같은데 아는 바가 있나요?”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증인은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2층에 현금이 든 금고를 보관하고 있던 사실을 알고 있나요?”

“전혀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적이거나 사적영역이거나 모두 포함해서 돈 문제를 담당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박근혜 대통령의 재산관리가 특별히 복잡한 게 아닙니다. 집 한 채와 통장을 가지고 계셨는데 대통령이 관리하고 저희들이 따로 할 것이 없었습니다.”

“증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심부름으로 박근혜 개인계좌에서 매월 천만원씩 출금해서 가져다 드린적이 있죠?”

“그렇습니다.”

“저희가 수사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출금내역을 확인했는데 2014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총 3억 7천 9백만원을 출금했는데 어디에 그 돈을 사용했죠?”

“모릅니다.”

“수사과정에서 대통령의 의상실 운영비용을 보면 그 부분만 해도 6억 9천만원정도 되는데 그렇다면 대통령 계좌에서 매월 출금한 부분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데 부족한 부분은 국정원돈으로 한 것이 아닌가요?”

“저는 모릅니다.”

“증인은 국정원 기조실장이 주는 돈을 청와대 옆 골목길에서 은밀히 받아 대통령에게 전달해 왔지요?”

“그렇습니다. 국정원의 기조실장한테서 돈가방을 받아 이재만 총무비서관에게 전해 줬습니다.”

“왜 골목길을 옮겨 다니면서 은밀하게 그 돈을 받았죠?”

“별 뜻이 없었습니다. 제가 자주 다니는 길이고 편하고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말 은밀한 곳을 찾으려면 CCTV가 많은 그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받았을 겁니다.”

“2016년경 미르 케이 스포츠문제를 비롯해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언론에 보도될 무렵 증인의 입장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당시 이헌수 실장이 언론보도를 굉장히 우려했고 제 입장에서는 국정원 기조실장의 얘기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해서 대통령에게 보고 드렸습니다. 대통령이 들으시고 ‘그러면 중단해야겠네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 2016년 9월경 증인은 국정원기조실장 이헌수와 통화를 한 적이 있지요? 어떤 대화가 오고갔나요?”

“이헌수 기조실장이 저에게 명절 때 대통령이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하면서 아이디어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명절이라 대통령이 금일봉등 돈 쓸 일이 많이 있을 테니까 그런 쪽으로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헌수는 증인이 추석 무렵 2억원을 받은 이후 대통령이 매우 흡족해 하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저는 그런 말을 꾸며서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실 자체가 없습니다.”

“증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4월 2일 재보궐선거의 당선으로 처음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제19대까지 5선 국회의원 제17대 대선후보 경선출마 및 제18대 대통령직 당선까지 박근혜와 정치인생을 함께 했죠?”

“그렇습니다.”“박근혜 대통령은 20년 가까운 시간 보좌를 해 온 증인 안봉근을 누구보다 신뢰하지 않았나요?”

“그것에 대해 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변호인으로서 그에게 어떤 걸 물을까 속으로 고심하고 있었다. 그동안의 인상으로 보나 대통령의 딸로서 성장과정으로 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돈에 대해 지저분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성품정도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유리할 것이기 때문에 그 비서관의 입을 통해 나타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변호인 석에서 일어서서 그에게 묻기 시작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관련한 의혹보도가 나올 당시에 그걸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을 하셨다고 말했는데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국정원 고위층의 생각이 돈 문제로 대통령이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대통령에게 아무 이야기 안한다는 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 얘기를 전달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중단하겠다는 생각 같았습니다.”

“돈 받는 게 잘못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요?”

“잘못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공세에 휘말릴 우려 때문에 자제하시려는 것 같았습니다.”

“대통령의 그 말을 들은 후 어떤 조치를 취했습니까?”

“대통령이 따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로 봤을 때 보통 어떤 조치를 취합니까?”

“저 아닌 관계자한테 직접 연락을 할 것 같았습니다. 비서관들을 시키지 않고 직접 전화를 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랫동안 대통령을 모셨는데 박근혜대통령의 돈에 대한 철학은 어떻습니까?”

“돈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습니다.”

“개념이 없다니요? 그 말은 공금과 사금을 구별 못한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는데 개념이 없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그런 게 아니라 돈에 대한 욕심이 없으시다는 말입니다.”

“이 사건은 대통령의 국고손실죄 아닙니까?”

“대통령께서 국고손실로 생각하셨으면 절대 그렇게 하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창백한 얼굴에 길게 찢어진 그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와 눈빛이 부딪쳤다. 나는 그에게 안심하라는 호의적인 눈빛을 보내면서 질문을 계속했다.

“검찰에서는 국정원의 돈이 청와대에 가는 것을 뇌물상납이라고 했는데 동의합니까?”

“지금까지 제가 박근혜 대통령 옆에서 정치를 보아오면서 그 분이 어떤 누구한테도 돈을 받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금을 혹시 사적으로 쓸 가능성은 없습니까?”

“대통령님은 공금은 반드시 확인하는 스타일입니다.”

“경호실 직원이나 자문의, 간호사등 의무파트, 총무과 소속 시설팀 주방요리사등 50명에게 나누어준 격려금을 국정원에서 온 돈이 들어있지 않나요?”

“제가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격려금에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필요한 돈은 어떻게 마련해서 쓰나요?”

“제가 근무하면서 대통령의 통장에서 매달 2000만 원 가까이를 인출해 대통령께 올렸습니다. 개인적인 것은 대통령이 그 돈으로 지불하셨을 겁니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항상 그렇게 하셨습니다.”

[ 2019-02-19, 12:0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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