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의 항변: 박근혜 증인 신청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받은 돈을 어떻게 썼는지 명확한 말을 들어야 할 것 아닙니까?”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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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에 대한 오랜 신문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던 이원종 피고인이 혁대를 잡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오줌이 몹시 마려운 얼굴이었다. 갑자기 내 옆에 있던 김대휘 변호사가 손을 번쩍 들었다. 발언권을 달라는 행동이었다.

“무슨 하실 말이 있습니까?”

“갑자기 오줌이 마려우면 그때마다 재판장님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까? 아니면 잠시 갔다 와도 됩니까?”

두 시간이 훨씬 넘게 계속되는 법정에서 모두 소변을 보고 싶은 모양이다. 재판장이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 사건은 형량이 무거워 필요적 변호사건입니다. 변호인 없이 심리의 진행이 불가능합니다. 재판장으로서는 그런 원칙론적 얘기 밖에 말씀드릴 수 없군요.”

“재판장님은 아주 오줌통이 크신 모양이군요.”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면 십분간 휴정하겠습니다.”

재판장이 말했다. 피고인 자리에 있던 이원종 비서실장이 법정문을 박차고 번개같이 달려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화장실에서 이원종 비서실장 김대휘 변호사 그리고 내가 나란히 서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 세상은 변하고 변하는 것 같았다. 김대휘 변호사는 예전에 내가 국회의원 김홍신을 변호할 때 그 재판장이었다. 당시 고소인은 현직 대통령인 김대중 개인이었다. 김홍신 의원이 연설장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박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나는 현직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당시 김대휘 재판장은 난색을 표명했었다. 그가 이제 변호사로서 나란히 법정에 앉아있는 것이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이 사건도 박근혜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고손실죄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돈을 어떻게 썼느냐가 핵심인데 왜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나 몰라요.”

“박근혜 대통령이 법정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판인데 나오겠어요? 그리고 재판부가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을 겁니다.”

옆에 있던 다른 변호사들도 전부 마찬가지 의견이었다.

개정시간이 되자 재판장과 배석판사가 들어와 앉고 다시 재판이 시작됐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하겠습니다.”

변호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모아졌다. 재판장이 복잡한 표정으로 잠시 뭔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입증취지가 뭡니까?”

“지금 국정원장의 국고손실죄가 심리되고 있는 법정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받은 돈을 어떻게 썼느냐가 핵심입니다. 본인이 어떻게 썼는지 명확한 말을 들어야 할 것 아닙니까?”

“증인신청이 실효성이 있을까요? 이 법원의 다른 재판부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청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느 재판부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핵심증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증언 없이 재판이 종결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변호사로서 일단 증인을 신청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증인을 신청하겠습니다. 그걸 채택하고 안하고는 재판부가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나오고 안 나오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양식이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재판부로서는 심리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박근혜 증인 때문에 재판이 계속 공전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보나마마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오지 않을 건데 왠만 하면 증인신청을 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순간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변호사인 제가 박근혜 증인의 진술을 어떤 방법을 쓰던지 이끌어 내겠습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다니까요. 구인신청을 해서 재판을 끌지는 않을 겁니다. 증인채택을 결정만 해 주십시오.”

주위에서 호기심의 눈길이 내게로 왔다. 재판장도 박근혜 대통령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로 생각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변호사님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술하게 할 수 있다고 하니까 재판부에서는 증인으로 결정하겠습니다. 사실 이 재판에서는 박근혜대통령의 증언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일심부터 지금까지 전혀 증인신청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검찰측이 원래 입증해야 할 사항인데 검찰측 어떻습니까? 검찰 측도 증인 신청하는 것으로 하시죠?”

재판장이 검사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면 우리 검찰 측도 증인신청을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서 증인들의 녹취서를 다시 살펴 보고 있었다. 2018년5월25일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한 증언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검사가 법정에서 장시호를 앞에 앉혀놓고 묻고 있었다.

“증인은 최순실과 어떤 사이죠?”

“이모와 조카 사이입니다.”

“2016년12월경 최순실로부터 삼성동 박근혜 대통령 사저에 보관해 둔 현금에 대해서 들은 사실이 있다고 했죠?”

“삼성동에 가서 경비에게 이모 최순실의 심부름을 왔다고 하면 문을 열어줄 거라고 했습니다. 삼성동 사저 2층 방 침대 아래에 돈이 있다고 하면서 열쇠는 방과장이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돈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유라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습니다. 돈으로 아이들을 잘 키우라고 했습니다.”

“방과장은 누구인가요?”

“이모 최순실의 기사입니다.”

“그게 최순실의 돈입니까? 대통령의 돈입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최순실의 돈이라면 대통령의 사저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 현금은 아이들을 키울 정도의 큰 돈이었나요?”

“적은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모 최순실이 삼성동 박근혜 대통령의 사저를 관리했나요?”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는 어땠나요?”

“제가 이모 최순실과 함께 살 때 매일 같이 청와대에 갔습니다. 이모인 최순실은 청와대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옷, 안약, 비타민, 화장품, 잠옷, 속옷을 사다 줬습니다.”

“그 비용을 누가 부담했나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모 최순실은 카페등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입이 없는 상태에 부리는 사람 월급을 줘야 했습니다. 필요한 비용은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음은 변호인의 신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떤 관계였나요?”

“이모인 최순실은 오랫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를 출입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생활 전반을 관리했습니다. 안봉근 비서관이 이모가 어머니 상을 당했을 때 빈소에서 방명록을 챙기기도 하고 저의 어머니가 암수술을 받았을 때 병문안을 온 적도 있습니다. 이모 최순실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로 간 뒤에는 안봉근 비서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청와대로 가곤 했습니다.”

[ 2019-02-23, 20:0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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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건    2019-02-26 오후 11:21
죄유무를 떠나 최순실과 박근혜는 가깝기 짝이 없었네요. 장관, 비서들도 만나기 어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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