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외출했던 때가 그리워
이 나이에도 가고 싶은 모임과 만나고 싶은 친구가 있습니다.

황경춘(AP통신 前 서울지국장)/자유칼럼그룹 블로그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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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행 불편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못 해 혼자 외출을 못 하게 된 지 거의 1년이 넘습니다. 지난해 초 통풍을 앓은 뒤 왼쪽 다리에 가벼운 마비가 오고 힘이 빠져 보행이 극히 힘들었습니다. 재활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 약 3개월 후 지팡이에 의지하여 가까운 거리는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부처님오신날, 집사람은 예년처럼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찰에 갈 준비를 하며 저와의 동행을 부탁했습니다. 저는 마침 통풍 재발 억제를 위한 약이 떨어져, 동네 병원에 갈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연초부터 건강에 적신호가 자주 나타나 마음이 약해진 저는 이럴 때 절에나 갔다 올까 하는 불순한 마음으로, 병원에 다녀온 뒤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병원에 걸어가는데 몹시 다리가 불편했습니다. 전화로 집사람에게 절에 같이 가는 약속을 포기해야겠다고 하니,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집사람은 몹시 실망한 말투였습니다. 이 일이 있은 1주일 후에 그녀는 홀연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하여 집사람과의 마지막 동반 외출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약간 악화되었던 왼쪽 다리의 마비가 좀 호전되어 가을에는 아이들 따라 강릉에 가서, 그곳 보건소에서 빌린 휠체어로 휴가를 즐겼습니다. 저는 편했지만 휠체어를 미는 아이들은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건강이 회복되는 듯했던 금년 초, 이번에는 폐렴으로 입원까지 하며 침대에 갇히고 퇴원 후에도 얼마동안 재활운동을 중지해야 할 정도로 몸이 쇠약했습니다. 퇴원할 때 주치의는 16가지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20여 년 전부터 계속 복용하던 고혈압, 고지혈증, 전립선비대증에 관한 약 외에. 초기 신부전, 과민성 방광염, 갑상선 이상, 만성 빈혈 치료 등을 위한 새로운 약이 추가되고, 약 복용도 아침 식전,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 그리고 취침 전 등 하루 다섯 차례나 되었습니다.
  
  쇠약한 체력을 달래며 재활운동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식욕이 돌아오고 두 달 뒤 신체검사 후 약 가짓수가 거의 반으로 줄고 복용 회수는 세 번으로 줄었습니다. 보행보조기로 혼자서 일어서고 실내를 조금씩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집사람과 함께 하던 봄 꽃구경도, 금년에는 병원에 가는 도중 아이들 차 안에서 잠깐 즐길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대신 봄꽃놀이가 끝난 뒤 아이들이 아버지 고향 방문 가족여행을 기획하여 7년 만에 한반도 남단에 있는 남해(南海)도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많이 회복된 건강에도 불구하고 왼쪽 다리의 보행능력 회복은 지지부진(遲遲不進)이었습니다. 보건소에서 휠체어를 빌리는 것도 귀찮아 휠체어 한 대를 구입했습니다. 집사람이 떠난 후 딸들이 교대로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직장 다니는 아이들 짐을 덜기 위해 지난달부터는 노인요양센터의 식사 도우미 서비스를 하루 세 시간씩 받고 있습니다. 이 할인된 유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보건소의 노년장기요양등급도 받았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보행능력 회복입니다. 이 나이에도 가고 싶은 모임과 만나고 싶은 친구가 있습니다. 이때까지는 아이들 차편으로 외출을 하고 휠체어로 관광도 즐겼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시간과 체력 희생에 기대하는 것엔 한도가 있습니다.
  
  자유롭게 혼자서 외출할 수 있었던 때가 지금처럼 그리울 수 없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청력을 잃거나 심지어는 인지능력을 잃은 사람까지 있습니다. 저의 보행 불편은 그 친구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라 생각하라고 가족은 말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능력 한계와 참다운 행복의 뜻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이 90줄 후반의 노인 짜증을 노탐이라고 꾸짖어야만 할까요?
  
  
[ 2019-06-08, 09:5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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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idn    2019-06-10 오후 6:18
위 선생의 글 잘 읽었읍니다.
혼자서도 잘 걸어다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잘 알고 있읍니다
선생의 심정을 공감합니다

학교동기들과, 친구들과 두어 달에 한 번 씩 만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합니다
여생을 가족과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
나라는, 사회는, 손자들의 미래는 젊은이들에 맡기고 나서지 말자, 뭐 이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위 글에서도 본인의 건강이야기만 보입니다
나라걱정, 사회걱정, 손자들의 미래걱정 등 愛國 이야기는 2편에서 듣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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